사람들은 왜 그 향에 끌리는가..

김영구·2020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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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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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그 남자는

왓챠피디아라는 사이트를 클론했다.
영화를 서비스하는 사이트인데..

보통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동기들이 진도를 얼마나 뺐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코드에 진절머리가 나서
환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자연스럽게 구수한 향에 이끌려
그 남자 뒤에 모였다.

보통 대화는

와 대박 다했네~ 미쳤다..
왜이렇게 잘해!

이런식으로
가벼운 인사치레로 시작되기 마련..

그러면 대부분

에이 아니에요 
진짜 큰일났어 망했어

이렇게 재치있게 받아주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하지만 그 남자는 대뜸
입꼬리가 조커처럼 찢어지더니





그치 ㅎㅎ
내가 봐도 좀 잘 쳤어

갑자기 그 향을 내뿜는게 아닌가?

그의 청국장 패기에
다들 화들짝 코를 막기 시작했다..

근데 실력자 맞다..
그 사람 잘해..

아무튼 각설하고





프로젝트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보니..

이 사람..
굉장한 영화광..

그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무려 1400편 이상의 영화..

이거 뭐에요 하는 족족
스포일러 대잔치

필자는 영화를 즐겨보는 타입은 아닌지라..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주위에 있던 분들이

민구좌, 시무상, 성보햄, 퀸헤르미온느 등등
나름 한 영화하시는 분들이셨다.

여기서 또..
보통 첫 프로젝트이다보니

가볍게 대화를 하고
과제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이 남자는 오히려

대화가 끊킬까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1400편 이상의
방대한 Movie데이터의 소유자가

오랜만에..
아구가 잘 통하는 상대들을 만나버렸으니..

그의 어금니가 들쑥날쑥..
싱글벙글 즐거워하는 황금빛 누렁니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셨다.

도대체 왜 참아왔던걸까..
여기는 선릉이라고..

되도 않는 홍대에서 선릉으로 오려고
노력하는 그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가 벌어져
건조해서 부르튼 상처에 피가 났다.

그리고..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다..

그는 꽤 다양한 설정의 소유자인데

첫번째 과묵한 설정은
황금빛 누렁니로 박살이 났고

두번째는 절대비니이다.

비니를 즐겨쓰는 그는..
수료할 때 까지 벗지 않을 것 같았다..

뭐라고해야할까..
징크스? 루틴?

자신이 정한 룰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그런게 있지 않은가?

비니를 한번 벗겨보고 싶었지만..
지독한 그의 설정에

어차피 절대 안 벗을텐데 뭐..

시도조차 못했다..

근데 안 어울려서 그렇다기 보다..

그냥 딱 봐도..
벗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다가

그 날 우연찮게
그의 이마라인을 본 적이 있는데..

와우!!

깔끔하다 못해
정교하고 촘촘한..

그의 이마라인은
내 예상 적중을 넘어
대박이였다..

옆에 같이 있던 현재님도
혹시 이거 심으신거 아니냐고 할 정도..

100% 자연이라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자랑하는 그를 보며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다..

위코드의 시간은 흐른다.
어김없이 찾아 온 내일..

보통 익숙해진 이미지는
쉽게 깨기가 힘들다.

비니를 쓰고와서 벗는 횟수를 늘린다던가
어떠한 절차가 있을 법 할텐데..

대뜸 갑자기
비니를 벗어 던지고
드라이까지 하고 등장한 그..

그의 비니 철학이
이렇게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던가..

이마 라인이 멋지다는 그 한마디에

바로 미용실로 뛰어가
머리를 다듬은 그를 생각하니

다시 한번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다..

확실히 비니를 벗으니 더 멋지다..
그렇게 절대비니는 박살이났다..

세번째 간헐적 단식

꼬르륵 소리가 돌비 사운드로 들리는데도
이 사람 도통 밥을 안 먹는다..

광대뼈가 돌출된 걸 보면
확실히 먹는 걸 귀찮해하는 스타일이긴한데..

그래도 한번쯤은..
친목으로 같이 먹는 것도 괜찮잖아??

오늘도 안고픈 척 하는 모습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늘도 안드시겠지..

간헐적 단식러가 되셨다.

놀랍게도
의문의 그 남자가
간헐적 폭식러가 된 계기는

2차 프로젝트인데
같은 팀으로 선정됐다..

심지어 내가 PM..

뭐 워낙 사랑이란 감정을 많이 느낀터라
걱정거리는 없었지만..

굳이 한가지가 있다면

먹는 걸 좋아하는 나와
성향이 반대니까..

아니다 오히려
남기니까 좋으려나??

아무튼 뭐 이런 느낌..?

내가 PM이기도 하고
나서기도 좋아하는 스타일인지라

메뉴 자체를 골라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내 취향 90%
할인행사 정보 10%
짜여진 알고리즘으로 추천한다.

첫 날엔
버거킹 행사가 있어
햄버거를 먹었는데

같은 팀인 현재님의 버거에
비닐을 포장할 때 쓰는 사철이 나와서
매니저의 사과와 함께 공짜 식사를 했다.

우리 모두
공짜 식사란 말에
마스크 안이 싱글벙글 대잔치였지만

유독 그의 마스크 안은
대축제인 것 같았다..

공짜 좋아하지만..
머리 숱이 풍성한 그가 참 밉더라..

도시락 메뉴 선정도..
추천해줄 수 있냐길래

이 집 된장제육볶음이 좀 칩니다.

싱글벙글 알 수 없는 표정지으며 완뽕하셨고

<제육이  질린다 다른거 없냐?>
[이 집 떡갈비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떡갈비 별로일  같은데.. 괜찮겠냐?>
[제 말 믿고 한번 시켜보시라]

박력있게 밀어부쳤다.

역시나 황금빛 누렁니를 빛내면서
알 수 없는 표정 지으며 완뽕하셨다.

영구가 고르는 픽 족족 성공을 해버리니

점심시간만 되면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마냥
클로킹 하던 그가

오히려 오늘 뭐 먹냐고
물어 볼 정도..

또 코로나가 심해져
위코드에 출근하지 못하게 됐을 때

숙소를 잡아 합숙을 하게 됐는데..

시키는 야식마다 감탄을 하면서

<도대체 당신은 언제 실패해?>
<오늘 점심 뭐야>
<오늘 저녁 뭐야>
<오늘 야식 뭐야>
<내일 점심 뭐야>
<내일 저녁 뭐야>
<내일 야식 뭐야>

식단표 없이는 코딩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우리 참 맛있게 잘 먹었지..

나랑 함께하면서 즐거워하고
광대가 점점 옅어져 볼 살이 차오르는 그를 바라보면서
또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잘 먹는 사람인지 알았더라면..
이렇게 간헐적 폭식러인거 알았다면..
좀만 더 다가갈 걸..

그에게 좀 더 못다가 간
2주가 나는 너무 아쉽다..

지금은 비록 기업협업 때문에
같이 있지않지만..

항상 잘 지내는지 생각한다는 사실을..
매일 우당탕탕 합숙시절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그의 빛나는 누렁니를 보고싶어하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텐데..

그렇다..
내가 본 인간 김태현은 이렇다..

누구보다 말하기 좋아하고
누구보다 샤이가이이고
누구보다 청국장 향이 짙은 사람이다..

같이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글이 이렇게 길어져버려서 지루하겠지만..

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재밌게 보셨다면 댓글 남겨주시길 바라며..

난 청국장 향을 가진 사람이 좋더라..
한마디로 마무리하면서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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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영구시점

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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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5일

영구... 감동이야...
나 사실... 거기가서 너무 잘 지내길래...
행복해보이길래... 나 같은거 다 잊어버린 줄 알았어...

피 ~ 나는 참 바보야...
당신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종종 너의 아구가 생각나곤해
갓 잡은 생선마냥 펄떡이던 너의 아구...
가끔은 브레이크가 고장나 나사가 풀려버린 너의 아구...

사람들은 워낙 재밌으니까 말도 많으니까
너가 가벼운 사람인 줄 아는데, 나는 알아
너는 100키로 육박하는 너의 그 몸무게 만큼이나
진실된 사람이야

나는 참 PM 복이 많은것 같아
헤르미온느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사실 당신과 처음 팀이 되었을 때 그리고 또 PM인걸 알게됬을 때
전산오류가 났느니 작은 영주님이라느니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속으론 참 기뻤어
1차때 너무 힘들어서 2차때는 좀 즐기면서 하고싶었거든

아니나다를까
당신과 함께 한 2주는 쏜살같이 흘러가 이제는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어버렸네

내게 저작운동의 즐거움을 가르쳐 준 당신
내 아구에 언더스코어를 늘려준 당신
많이 그립네 보고싶어

ps 이빨 열심히 닦을게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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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5일

벨로그에서 예전에 버디버디에서 했던 '그 친구는~'을 하다니 이건 벨로그의 혁명입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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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7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