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22

조재훈·2022년 7월 22일
0

헤딩일기

목록 보기
2/3
post-thumbnail

해야 할게 너무 많아서 업무별로 기간을 나눠두고서 달리고는 있다.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그런가? 장딴지도 좀 아프다. 고3때 정말 밥먹을때 빼고는 일어나지도 않고 공부만 할때가 그랬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네. 하도 오래 문서뒤지면서 공부했더니 머리도 좀 아프고?

지금은 데모 사이트 만들기. 용도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서비스 구현하고 싶다를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

물론 그런다고 이 업무만 하지는 못한다. 특허 출원할 것도 중간중간 내용 보강해야하고 제품 아이디어 떠오르면 선행특허 조사하고, 사무실에 출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왕복 4시간 이상의 피로를 견디지 못하여 집에 오자마자 쓰러진다. 그리고 애당초 그렇게 자신에게 철저한 사람이 아닌지라, 눈떠있는 모든 순간을 업무에 집중하지는 못한다. 딴짓도 적당히 하고 그러다가 아이디어가 솟구쳐서 다시 일에 집중하고 그런 편이다. 서울대 못간건 그러고보면 다 정해져 있었네.

코딩은 뭐 쉬운가? 전공을 해봤어야 알지. 그러고보면 대학교 전공으로 먹고사는 사람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그 4~5년간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전공분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게 큰게 아닐까 싶다.

여러가지를 하다보니 내가 재미를 느끼는게 어느 분야인지도 좀 감이 온다. 기구설계를 포함한 제품 설계가 가장 재미있고 그 다음이 웹사이트든 어플이든 작동하는 체제? 방식?을 다루는 백엔드가 그나마 좀 재미를 붙일만 하고. 프론트엔드는 너무 재미가 없다.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는데 내 적성에 너무 안맞다. 상자 몇 픽셀 옮기고 폰트크기 바꾸고.... 생각해보면 대학교때도 디자인은 나와 거리가 좀 멀었다.

물론 나도 보다보면 '우와! 엄청 이쁘다 / 공 좀 들였네' 싶은 것들은 있다. 자동차도 물론 그 쇳덩어리가 움직이는 원리 자체를 더 좋아하지만 디자인도 좀 가리는 편이다. (개인적으론 람보르기니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물론 그게 그 차를 사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차피 서울에선 페라리도 소나타도 공평하게 길이 막힌다) 다만 보는거랑 그 미세한 차이를 구분해서 만족감을 안겨주는건 다른 거라서, 확실히 이쪽을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AI도 한동안은 그리 재미가 있진 않았다. 목적이 없어서였을까? 뭐 이거 좀 건들면 정확도가 얼마 더 올라가고, 저거 찔끔 건드리고. 그렇게 정확도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는 이론들을 이것저것 커리큘럼대로 시도하다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그 레이어 몇개 건드리는거보다 그냥 데이터 양으로 승부하는게 정확도 향상에 더 좋다는 기사를 보고나면 그냥 힘이 빠졌다. 내가 백본을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자도 아니고 배경지식도 없는데 이런거 해봤자 그냥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코더밖에 안되지 않나. AWS에 들어가서 보니까 내가 온갖 용을 써서 따라한 코드보다 더 뛰어난 AI를 그냥 모듈로 제공해주더만. 그냥 클라우드 업체에서 제공해주는 모듈 사용하는 방법 정도만 익히고 내가 공부를 따로 하는게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다.

요즘은 그래도 무엇을 위해 어떤 기능을 구현하는 AI가 필요하다 정도의 생각은 들다보니 다시 좀 흥미가 생기긴 한다. 확실히 아직 그리 널리 쓰이는 쪽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나가는 분야랍시고 너도 나도 다 달려들다보니 학회에서조차 표절 논문을 못걸러낼 정도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분야보다는 마이너한게 더 끌린다. 집도 고시원보단 주택이 더 좋듯이 내 영역이 더 많이 확보되는 느낌이다. 그래도 내가 이쪽 공부는 해두어야 나중에 사람을 뽑던 협업을 하던 조직을 이끌던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공부하는 수밖에.

제품 설계는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데 재미있다. 아이디어 떠올리며 구현하는 것도 재밌고 특허 찾아보다가 유사한게 검색이 안되면 정말 짜릿하기까지 하다. 항공쪽이라 그런 것도 있고, 가끔 이전 직장에서 가전제품 설계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조직문화가 엿같아서 그랬지 업무는 나름 재미있었다. 비록 엎졌었지만 입사 3년차에 파생형인데 개조가 좀 많이 들어가는 제품을 총괄한 적이 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정수기 유로 설계하는데 너무 궁금해서 퇴근하고나서도 종이에다가 어떻게하면 유로를 최적화하고 구조도 수정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새벽에 잠들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이디어들을 많이 메모해놨다가 특허를 써서 보너스를 좀 챙기고 고과도 올렸어야 했다. 근데 더 다녔어야 했는지는..... 결혼해서 그 동네에 정착하고 가정을 꾸렸어야 했을까? 돈버느라 성질머리 죽이고서 마지못해 직장다니고.... 오히려 그게 가정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기도 하고..... 역사에 가정이란건 없지만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걸 보다보면 부럽진 않은데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긴 하다. 나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을 키운다는 것. 부모가 자식 키우느라 커리어 못살리고 양육에만 매진하고서도 뿌듯해하는걸 보면 도대체 자녀라는게 어떤 존재일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지금의 나는 기회비용을 교환한 셈이니 별 수 없다.

이 사업을 얼른 키워서 안정화시키고나면 못했던 공부 좀 더 하고싶다. 프로그래밍은 그냥 아이디어를 데모로 구현시킬 수 있는 정도면 됐고 오랫동안 접어둔 꿈인 항공공학을 시험공부 걱정없이 마음편히 공부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하자. 일해라!!!!!

profile
맨땅에 헤딩. 인생은 실전.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