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턴을 시작으로 5 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해왔다. 그동안 홍보대행사, 중국향 이커머스 스타트업, 온실가스 컨설팅사, 뷰티그룹 등을 전전해오면서 마케팅, 기획, 컨설팅 등 여러 직무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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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와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되는 직무는 없었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마케팅 분야 자체에는 흥미가 있었으나, 실제로 집행하는 입장에서 느껴지는 흥미는 적었다.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는 경험을 했다면 신나서 일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치열한 마케팅 대전쟁 시대에서 성공한 마케팅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나 크리에이티브한 창작 능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더욱.

이따금씩 나의 경력을 뒤돌아보면, 5 년이라는 시간동안 뭘했는지 말하기가 어려웠다. 마케터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나만의 기술이 있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향후 3, 5년 뒤를 바라봤을 때 내가 무엇이 되어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뚜렷한 성취가 없는 고만고만한 마케터 혹은 사무직으로 남아있을 내가 보였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취직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느껴지는 30살을 지나쳐가는 지금, 마지막으로 내 살길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의 살길'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세워보고 이에 맞는 일을 찾아봤다.

최소한의 조건은 이러했다.

  1. 나의 성향과 맞는가
  2. 내가 노력하면 해당 분야의 기술,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있는가
  3. 유망한 분야인가
  4. 정년과 상관 없이 계속 할 수 있는 분야인가
  5. 회사 내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가
  6. 돈을 잘 벌 수 있는가

최소한의 조건인데 생각보다 많다. 이제 마지막인데 좀 더 신중해야하니까…
이런 조건들을 따져보니 개발이라는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1. 일단은 나의 성향이 개발자와 가깝다고 생각했다. 공부하기를 좋아하고, 나름의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교성도 있고, 새로운 분야 및 기술에 대한 흥미도 많다. 그리고 노력형 인간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해 공부해야하고, 논리적으로 알고리즘을 짜야하며, 또 다른 직무의 사람들 및 동료 개발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하는 개발자의 업무패턴이 나의 성향과 잘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그리고 조건 중 가장 높은 비중으로 생각했던건 '해당 분야의 기술,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가' 였는데, 이와 관련해서 개발자에는 최고점을 줄 수 있었다. 개발 관점에서 보면 비전공자인 나에게는 처음 이 분야를 어떻게 접하는지, 그리고 어떤 커리큘럼, 테크트리를 타면서 어떻게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이 부분은 코드스테이츠와 같은 코딩 전문 교육기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처음 기초부터 코딩을 짜는 과정을 스스로 내재화 시켜주고, 또 취업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 마련되어 있어 관련 네트워크가 없는 나에게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source : unsplash(img source: unsplash) 또 개발자 커뮤니티가 잘 발달되어있다. 내가 몸 담았던 마케팅, 컨설팅 분야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잘 공유하지 않는다. 업무 노하우라고 여기고 철저히 자신들의 업무에만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스택오버플로우와 깃허브 같은 전세계 개발자 커뮤니티나 국내 개발 커뮤니티를 보면 개발자들은 자기가 가진 노하우와 지식을 다른사람에게 알리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 같았다. 말 그대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고, 또 내가 잘한다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게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3. 유망한 분야에 있어서도 개발은 큰 꼭지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산업구조가 데이터, IT 기반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고, 시간이 흘러도 개발 언어의 쇠퇴가 있을지언정 개발 분야 자체에는 어둠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4. 정년과 상관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가에 있어서는 타자만 칠 수 있으면 개발은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다못해 내가 만든 서비스를 유지보수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5. 회사에서 인정받는 위치라 하면, 이건 어느 분야냐에 따라 달라지기 보다는 회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당근마켓이나 마이리얼트립과 같이 개발자 중심 공동체를 표방하는 회사에 눈길이 많이 가고 있다.(이런걸 보면 기술블로그를 운영하는게 채용에 정말 큰 영향을 주는 듯) 이런 회사에 들어가면 '널리 기술로써 사람을 이롭게 하리라'라는 기술 홍익인간 정신을 펼칠 수 있을거다.sabine-peters-ouGoHu6Ow7w-unsplash.jpg(img source: unsplash)

  6. 돈의 경우는 몇몇 개발자분들에게 물어보니 개발자는 정말 능력만큼 벌 수 있다고 한다. 경력의 길고 짧음 보다는 실제로 개발에 쏟은 시간과 능력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솔직한 업계라고 한다. 각종 코딩 부트캠프에 알아보니 제시하는 평균 초봉 수준이 어느정도 만족할만한 수준이고, 지속적으로 실력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면 돈도 웬만큼 벌 수 있을 것 같다.

위와 같이 이것저것 조건을 따져보니 개발자가 되는게 나의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길을 가고자 현재 코드스테이츠의 프리코스를 수강하고 있다. 프리코스 수강 목적은 개발의 기초를 다지는 것도 있지만, Really 개발이 내 성향에 맞는지 알아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과정으로 둔 것도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재미있고, 또 적절한 과제를 풀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에 성취감도 느껴지고, 혼자 힘으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지고 있다. 이렇게 쭉 나가다보면 내년 중반에는 한 명의 멋진 주니어 개발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