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떻게 개발을 시작하셨나요?

Jacob on the code·2020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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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 출신의 개발자분들을 볼 때 마다 항상 궁금합니다!
다들 어떻게 개발을 시작하셨나요?

우선 제가 먼저 답해보겠습니다 :)

전공

도대체 왜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돼?

대학을 다닐 때 제가 항상 가지고 있던 생각입니다. 😂
고등학교 때 물리는 정말 관심이 없었으나 선택한 학과는 기계공학이었습니다. 취업률과 수능 성적이 높은 우선순위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아이러니가 일어났습니다. 혹시 저같은 분들은 안 계신가요? 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제 고등학교 시절은 치열한 경쟁만 존재했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기억을 끄집어 내보겠습니다.

  • 너무 심한 두발 규정, 체벌
  • 전 학생 강제 야자 11시
  • 모의고사 / 내신 가리지 않고 매 시험 결과마다 게시판에 붙여 놓은 전체 성적표
  • 성적 발표 때마다 성적 순으로 바뀌는 정독실 자리, 심지어 신발장 자리까지
  • 성적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선생님들의 태도

군대보다도 더 돌아가기 싫은 이런 생활을 3년 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만 가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을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세뇌당하듯이 계속 들어왔습니다. 어찌 이렇게 무책임한 말이 있을 수 있을까요! 물론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해주신지는 이해하지만 많이 아쉬웠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라는 대로만, 그저 흘러가는 대로만 살다가는 제 인생은 멋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멋있게 살고 싶거든요! 😎 그래서 3학년 개강 하루 전날, 정말 긴 시간의 부모님 설득 끝에 이 고민을 해결해보고자 휴학을 결정하게 됩니다.

휴학

아무 계획이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많아진 시간이 한편으로는 너무 여유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그걸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으면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냥 당장 어디서부터 뭘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런 시간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극

제 주변에는 정말 감사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찾아 그 분야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 저한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잠깐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구성민입니다. 실명을 밝힐 수 있는 이유는 나중에 분명히 유명해지기 때문에 미리 밝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고등학교 2학년 진로 수업 시간에 각자 희망하는 학과를 적어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한 명 한 명의 학과를 다 불러주시고 계셨고 이과반이었기 때문에 다들 비슷비슷한 이공계열 학과를 적었습니다. 그런데 성민이만 유일하게 의류학과를 적었습니다. 평소에 옷을 좋아하는 친구이긴 했지만 너무 뜬금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듣자마자 웃었습니다. 이 친구도 수능 치고는 결국 건축학과를 갔습니다.

그런데 성민이는 옷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남들은 일과 끝나고 각자 자기의 취미 생활을 보냈는데 성민이는 옷을 공부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명확히 정했고 그에 맞게 준비했습니다. 휴가를 나가면 그 학교 출신 사람에게 과외도 받았습니다. (군대 휴가를 이렇게 사용하다니..👍)

어려서부터 그쪽 계열을 공부한 사람과 비교하면 그 기간이 정말 짧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2년 동안 군대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결국 그 학교에 합격했습니다.👏👏👏 그 학교가 세계 3대 패션 스쿨 중 하나인 앤트워프입니다. 이 학교에 대해서는 직접 찾아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지금 사이코지만 괜찮아 드라마에 나오는 서예지님이 입고 계신 옷을 만든 디자이너도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하네요!

스스로 원하고 좋아하는 학문을 공부해서 그런지 현재 학교에서의 성적도 우수하다고 합니다. 👍

우연? 필연?

이 친구의 이런 모습이 제게는 정말 좋은 자극을 많이 줬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조금이라도 좋아했었거나 관심 있었던 분야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음악

저는 항상 예체능을 동경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음악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어린이집을 다녔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자료를 보면 음악 관련한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 번씩 머리 속으로 악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만든 음악이라는 말에 꽂혔고 너무 멋있었습니다. 그래서 작곡을 해보기로 마음 먹게 됩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도 작곡 해보겠다고 피아노 키보드를 하나 샀었고 군대 가기 전에도 군대에서 기타를 배울 거라고 기타를 샀었지만 두 번 다 조금 하다가 안하게 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오로지 집중할 수 있으니까 다르겠지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시작을 했습니다.

찾아보니 작곡에는 로직프로라는 프로그램이 좋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쓰려니 맥북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모아둔 돈을 가지고 중고로 2015년형 맥북프로를 구입합니다. 성민이가 음악을 만드는데 맥북 내장 스피커는 아니지 않냐고 말해서 너무 맞는 말이었기에 스피커도 하나 샀습니다.

성민이도 관심있었기에 둘이서 저희 집에서 같이 맥북을 가지고 작곡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다른게 있다면 이전에 그만 뒀을 때는 미련이 남았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해보니까 제 길이 아니라는 걸 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얻은 건 있었습니다.

해보기 전까진 모르니까 무조건 해보자.

수학(논리력)

저는 휴학하기 전부터 수학 과외를 하고 있었습니다. 과외로 번 돈으로 맥북 프로를 샀었습니다. 누군가에겐 과외가 단순한 돈벌이 일 수도 있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수학의 논리가 좋았습니다. A이면 B이고 B이면 C인 그 논리가 저는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지도 모르고 지냈었지만 저를 되돌아보면서 깨닫게 됐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네이버에서 기사 하나를 보게 됩니다. 정말 조그맣게 있어서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기사는 프랑스에 있는 '에콜42'라는 교육기관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실제 기업 현장에 발생하는 기술과제를 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강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교수가 없고, 교과서도 없으며 학비도 내지 않는다. 학위는 없으나 학생들이 상호평가로 점수를 매기며 에콜42 졸업생들은 대부분 글로벌 IT 기업에 취업한다. 유럽 모빌리티 기업인 블라블라카의 핵심 임직원들도 에콜42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에콜42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선발 과정부터 교육 환경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코딩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코딩에 대해 알기 시작했습니다. 오죽 감명받았으면 이런 블로그 글도 남겼었습니다.

저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하루가 너무 불안해서 밤에 잠도 편하게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 이후로 서서히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코딩에 대해, 개발자에 대해 검색하고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스타그램에서 코딩 관련 광고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하면서도 무서운 기술입니다..😱👍) 그렇게 알게 된 곳이 위코드입니다. 하지만 저는 부산에서만 쭉 살아왔었고 위코드는 서울에만 있었기에 좌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코드 인스타그램에 글이 하나 올라옵니다.

전날 잠을 거의 못 자서 자려고 누웠다가 이 글을 보게 됐습니다. 그냥 잘까 하다가 한 번 만나나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 날은 제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날이 됩니다. 정말 정말 주변의 많은 도움 덕분에 위코드에 입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제 개발 인생은 시작됐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

TMI

  • 음악 하려고 산 맥북 프로가 개발자 필수템 (우분투 ㅜㅜ)
profile
Swift, Kotlin에 미련 가득한 React Native 개발자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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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5일

전 코딩이 재밋어서 시작했습니다 ㅋㅋㅋ 😁
취미로 해보자 했던게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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