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트캠프 한 달 차

dongha1992·2020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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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액트 로고만 보면 가슴이 쿵쿵 뛰는데 무슨 병이죠?

야간버스

야간 버스가 있어서 다행이다. 대부분 동기들은 막차를 타고 집에 간다. 야간 버스가 있어 새벽이 넉넉하다. 3-4시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게 익숙해졌다.

위코드에서 한 달이 지났다. 동기들과 우스갯소리로 담배 한 두 번 태우면 하루가 끝난다고 하는데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자바스크립트가 끝나고 리액트를 배웠다. 리액트를 사용해서 인스타그램을 클론했다. 개발이라고 말하긴 부끄럽지만 개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내 손이 곳곳에 닿아 만든 작품이다. 완성된 인스타그램 클론을 창에 띄워놓고 틈틈이 본다. 아직 어색한 곳도 많은데 이뻐 죽겠다. 댓글 수정 기능을 만드는데 이틀하고 반나절 동안 풀리지가 않았다. 컴포넌트가 쌓이니까 state가 무엇이고 props가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해 포기하고 넘어갈까 수십 번 고민했다. 수정하고 고치고를 반복하니까 원래 있던 코드도 꼬이기 시작했다. 다 밀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리셋해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이 관계든 삶이든 무엇이든 해결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버리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코드를 치기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되짚으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나를 보니 괜히 대견하기도 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드디어 댓글 수정 기능을 만들었다. 수정이 되고 조그마한 글씨로 edit이라고 뜨자 기뻐서 소리를 마구 지르고 싶었다. 내 짝 규석님의 팔을 붙잡고 승리의 헹가래를 나홀로 쳐댔다. 규석님은 원래 다들 그래 라며 나와 기쁨을 나눴다. 아, 이러니 코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며칠간 막혔던 댓글 수정을 마무리하고 야간 버스에 올라탔다. 한 시 반에 집에 가다니. 무척 일찍 집에 가는 기분이 들었다. 간만에 자리가 나 앉아버렸다. 눈을 감고 조금 꾸벅였다. 행복하다.

잘 듣고 있어요.

출근이라고 해야 하나 등교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위코드에 가는 길이면 이랑의 잘 듣고 있어요를 듣는다. 매일 들었으니 30회는 넘게 들은 것 같다. 의미가 있는 이야기는 듣고 또 들려주고 싶다는 부분에서 울컥한다. 출근길에 올라 직장인과 학생들 사이에서 나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러 가는 기분이 든다. 자퇴를 하고 여행을 다니고 독일에서 살고 프리랜서로 글을 납품하며 지낸 지 5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떠한 집단에 속해본 적이 없다. 집단이 없으면 나는 나를 스스로 설명해야 한다. 대학교, 직장도 그 어느 것도 나를 설명할 길이 없었으므로 나는 나를 타인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나의 내러티브에 몰두했다. 나는 이제 나를 잘 알게 되었지만 집단에 속하는 법을 잊은 것 같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느즈막이 일어나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아침 출근길에 샌드위치를 사서 지하철에 오르다니. 집단이 주는 편안함을 누리고 싶다. 혼자는 외로워.

위코드 10층에 도착하면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내 짝 규석이가 오늘 고향에 다녀왔다.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돌아오기가 무섭게 위코드에 왔다. 긴 머리를 흔들거리며 집보다 위코드가 편하다며 여기 오니까 안심이 된다고 했다. 모두들 모니터를 보며 코딩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힘이 난다. 잘 듣고 있어요. 아무것도 아닌 질문밖에 없는 이 노래를 잘 알고 있어요. 잘 듣고 있어요. 잘 듣고 있어요. 이랑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마친다.

어떤 개발자

문주님이 노트북 거치대를 주었다. 규석이가 자유시간을 한 보따리 사 왔다. 민구님과 상혁님이 먹을 것을 나눠준다. 나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데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내일이면 1차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곧 2차 프로젝트도 하고 기업 협업도 하고 취업도 해서 주니어 개발자가 될 것이다. 위코드에 오기 전에 즐겨봤던 그리고 깊은 지식에 감명받았던 블로그의 주인이 위코드 멘토님들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 분이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 썼던 글도 재밌게 읽었는데 돌이켜보면 유독 개발자들이 '어떤 개발자'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을까? 일단 코딩이 무척 재밌어 그런 거대 담론(?)에 대해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천천히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나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글을 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소중한 친구가 '자본주의적 다정함'이 좋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다정한 유용함을 지향하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다정하고 싶고 유용하고 싶다. 널리 쓰였으면 좋겠다.

앞으로

내일 대망의 1차 프로젝트가 시작이다. 한달간 진행되는 두 개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기업 협업 한 달을 더 하면 이제 수료다. 지지난 주에는 배달의 민족에서 하는 우아한 테크 코스에 지원했는데 20일에 발표가 난다. 만약 혹시나 혹시 혹시나 붙게 된다면 2차 테스트인 프리코스를 위코드를 하면서 병행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무척 설레서 몸을 갈아서 야간 버스에 매일 몸을 맡기면서 꾸벅꾸벅 졸다가 반쯤 뜬눈으로 침대에 고꾸라져 메일 잠에 들고 싶다.

1차 프로젝트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넣고, 불가능한 도전을 많이 해서 2주를 홀라당 불태우고 싶다. 그냥 다 불태우고 싶다. 매일 매일 나의 최고를 갱신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주변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고 싶다. 위코드 10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쓱 하고 밀려드는 편안함을 모두와 나누고 싶다. 혹시나 내가 뒤처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길을 가고 혹시나 주변에서 뒤처진다면 손을 내밀어 끌어주고 싶다. 매일 감사하고 고마워하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늦게 집에 들어가며 뿌듯하고 싶다. 나를 찾아 나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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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코드와 사람에 관해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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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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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5일

안녕하세요 동하님! 항상 곁에서 보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도 이랑 좋아하는데 반갑네요. 이랑의 <신의 놀이> 제 원픽..^^b 부디 하는 일, 계획하는 일 잘 되시길!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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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6일

동하님! 여기저기 구경다니다가 동하님의 벨로그를 발견해서 기쁜 마음으로 다녀가요 :)
한달차에서 가장 뿌듯하고, 그 뒤로 점점 체력 관리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집단이 주는 소속감.. 진짜 중요하죠. 위코드에서 만땅으로 채워갈 수 있을거에요 :D
오늘부터 1차 프로젝트죠!? 화이팅!!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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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6일

김동하 작가님 그리고 김동하 개발자님 ~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뭔가 동하님의 이야기들을 모으면 또 하나의 작은 책이 될 수 있을 것같아요 !
단지...이번에는 조금 짧게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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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8일

누군가 했더니 동하님의 글이었네요! 인스타클론 너무너무 예뻐 죽겠죠.. 그 마음 백번 공감하고 갑니다.. 한창 1차 프로젝트로 달리고 계시겠네요. 멀리서나마 쭉 응원합니다! 화이팅하세요!!!! 1차 뿌셔 달려달려!

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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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1일

동하님 안녕하세요! 😀
저번에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동하님의 다정함이 느껴지는 글입니당
프로젝트가 진행중인데 잘 하고 계신가요?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