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나의 한달, 나의 일년

Grace·2020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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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몇주 전, 한 개그우먼의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 티비에 나오는 이미지로 생각해봤을 때, 매우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었다.
독특한 외모, 너무나도 연약한 피부 탓에 화면에 항상 생얼로 나오던 그녀.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겠지만,
함께 고인이 된 어머니가 남긴 메모와 추측성 기사들을 보다보니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어머니가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같다.

너무 긍정적인 이미지였던 그녀가 최근들어 티비에서 나오지 않았었는데,
아마도 피부질환과 어떤 질병의 치료에 대한 반응들을 이기지 못한 것 같았다...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절대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있었겠지.

공통점

그녀에 대한 기사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아마도 어떤 공통점 때문이겠다.
작년 9월부터 시작된 피부치료.
나 자신과의 싸움을 1년 넘게 하다보니, 어느 정도 그 마음에 공감이 될 것 같다.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겪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것이 남의 고통이다.
특히나 내가 겪는 이 질병은,
암이나 희귀질환같은 큰 병은 아니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감기처럼 매 절기마다 내 손으로 내 몸에 상처를 남기게 되고,
매 순간 가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또한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정말이지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내 미래

이런 고통에서 생업을 포기하고 1년동안 집에만 묶여있다보니
온갖 우울감을 다 안게 되었다...ㅎ
컨디션 회복과 멘탈 관리를 위해 공부도 아예 쉬어보았고,
생각의 회로도 고쳐보려고 했지만 사람의 성향이라는게... 쉽게 바뀌기가 어렵다.

아직도 여전히 끝이 언제일지 예상조차 하기가 힘들기 때문인 것 같다.
상태가 괜찮아지는 듯 하다가도, 다시금 가려움에 날밤을 새버리고
아침에는 온몸이 찢어질 듯 한 건조함때문에 움직이기 힘들게 되면
다시금.. 무너져버리고 만다.

최근 가려움보다는 다른곳에 신경을 쏟기 위해 무언가를 할 때에도
영상물을 틀어두고는 하는데,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꾸만 나를
젊은 환자들의 vlog로 이끌고는 한다.
암 말기 환자라던지,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라던지...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을 때에는 내가 그나마 희망적으로 보인다.
죽을 병이 아니고, 긴 시간일지라도 회복이 가능한 질병이다보니
그분들에게는 매우 죄송할따름이지만, 상대적으로 희망을 품게 되는 것 같다.

전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서 1년 5개월? 거의 반정도가 지나버렸다.
뒤돌아보면 정말 내 20대 중반에는 무얼 쌓아왔나... 싶을 정도로
남은게 없어보이지만, 나름대로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건 어쩔 수 없이, 피할 수 없는 내 개인적인 상황이니까
누군가가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고, 나 자신이 나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공부에서도 손을 떼보다 보니,
꼭 내가 개발로 먹고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이제 한개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보니
여러가지를 머릿속에 품고, 조금씩 시도해보기로 했다.

오빠 말대로 영상도 조금씩 편집해서 유뷰트에 기록용으로 올려보려고 한다.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는 영상이 아니라
그동안 내 과거의 기록들,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을 기록해두고 싶다.


새로운 치료법,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치료법을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다.
그걸 위해서는 탄수화물도 끊어야 하고, 좋아하던 커피도 못마시고..
최대한 가공식보다는 자연식을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가 지옥같을 때가 많다....
하루종일을 가려움에 종식당해서 기력이 딸리는데,
게다가 먹고싶은 것들도 못먹고 참아야하니...허허
기력이 너무 딸리기도 하고, 가만히만 있으니 우울지수가 높아지는 것 같아서
운동을 시도했다가, 상처부위들에 열이 오르니까 더 괴로워져서
10분 하다가 포기했다.ㅎ
(그러니 절대 하기 싫어서 운동을 안하는게 아니라는,... 핑계같은 팩트)

이 글을 미래에 읽으면 '아 이때 이랬구나. 이런 시간들을 보냈구나-'하며
이때의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겠지.
언젠간 그럴 때가 오겠지.
그때까지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에 더 집중해야겠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작업력은 매우매우 떨어지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내 20대 후반, 놓치지 않을테니 기다려-

2020년도가 그래도 한달 넘게 남은 어느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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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사는건 재미가 없더군요, 새로 시작합니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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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0일

놓치지 않을꺼에요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