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CEO 팻 겔싱어는 지난 23일에 'IDM 2.0' 전략을 발표하며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약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주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두 곳을 지을 예정이다. 팻 겔싱어는 아시아 중심의 반도체 생산 체제를 바꿀 의도를 1) 파운드리 사업 진출과 2) 자국 반도체 제조업 육성 정책을 통해 명확하게 밝혔다.
이미 인텔은 주력 상품인 CPU를 모두 자체생산 했다. 인텔은 '잘 하는 것은 자체적으로, 못 하는 것은 외부 업체에 위탁생산'하는 전략인 'co-op-petition'을 주장했다. 이 위탁생산 업체로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이중 주력 상품인 CPU는 TSMC에 외주를 맡길 계획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 TSMC와 인텔의 밀월 그리고 본격화된 미국의 반도체 패권 확보 시도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큰 악재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은 무한경쟁의 야생이다. 퍼스트 플레이어는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플레이어는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연구와 인적자원 확보에 열을 올린다. 기업은 향후 n년간의 계획과 전략을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공유해 자금을 유치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1위 달성이라는 꿈을 담았던 반도체 비전 2030이 그 예시다.
'IDM 2.0'은 인텔의 확고한 파운드리를 향한 욕심을 그대로 담아낸 전략이다. 지난 9년간 인텔은 수차례에 걸쳐 파운드리 사업을 안정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실제로 2015년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1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 팹리스와의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팹리스 입장에서는 자사의 IP를 경쟁사인 인텔에게 공유하며 생산하는 제품으로부터 얻는 득보다 실이 훨씬 컸다. 결국 2018년에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철수했다.
그렇다면 인텔이 이제와서 'IDM 2.0'을 주장하며 한 번 철수했던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진출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인텔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텔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프로세서 시장에서 입지를 많이 잃어버렸다. 모바일 프로세서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ARM과 퀄컴에게 시장을 뺐겼고 PC 프로세서에서는 AMD에 압도당하고 있다. 거기다가 기존의 IT 공룡들인 MS, 애플, 아마존, 구글조차도 자사 서비스를 위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확실한 입지를 확보해서 이들 공룡을 위한 칩을 주문제작하면서 이전의 광명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파운드리 사업은 대표적으로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투톱을 달리고 있다. 여기서 인텔이 단기간 내에 선두주자들과 어께를 나란히 할 수 있긴 어렵다. 나는 인텔이 적어도 두 가지 근거를 가지고 자신있게 파운드리 사업을 부활시켰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인텔의 IDM 2.0 전략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지 않은 이야기다. 만일 미국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삼성전자는 자랑이던 수직 계열화 시너지를 더 이상 발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유효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