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결과물을 남들에게 공개할 줄 아는 용기

eunjin·2020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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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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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공부하는 누구누구의 말처럼 '머리 박아가며' 리액트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당장 어떤 기능을 구현해야 하는 그 절박함과 답없음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뭐든 어느 수준 이상 공부를 한 후 남에게 보여준 내게, 이번에 리액트를 처음부터 공부하면서 프로젝트를 강행했단 건 아주 이례적이고 값진 일이었다. 당장 state가 뭔지도 모르는데 로그인 기능을 구현하라고요? 세상에.

위코드에 들어오기 이전에는 하루에 12시간씩 코딩했다면, 이후에는 15~16시간으로 늘어났다. 무조건 자바스크립트를 정복하겠다는 마음으로 두 달 동안 아무런 잡생각 없이 공부하고 위코드에 왔다. 프리코스 기간인 1~2주차 동안 바닐라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할 때는 동기들보다 고작 코딩 경력이 두 달 앞섰답시고 좀 여유가 있어, 동기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러 돌아다녔다. 대부분 비슷한 부분에서 어렵다고 느끼다 보니 내게 질문하는 패턴이 눈에 보여서 앞으로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머릿속에 꼭 넣어줄 수 있을지 집에 돌아가서 고민하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서 만난 선배와 대화하면서 프로젝트 들어가기 전 리액트를 미리 좀 공부해 놓으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과제를 재빨리 풀어놓고 멘토님께 이제 리액트 공부해도 되냐고 여쭤봤다. 준식님이 지금은 리액트 하지 말고 바닐라 자바스크립트만 공부하고 있으라고 했기에 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그에 따랐다. 그렇게 셋째 주가 시작되고, 리액트 클론 프로젝트를 시작하자마자 얼마나 준식님을 원망했는지 모른다.

아침 6시반 위코드에서 1빠로 QR체크하기


이전에 바닐라 자바스크립트로 짰던 인스타그램 클론사이트를 리액트로 옮기는 프로젝트였다. 대체 누가 리액트가 쉽다고 한 건지 너무 이해 불가였다. 너무 어려워서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코드를 하나도 못 치고 집에 돌아갔다. 그런 내가 어찌어찌 작은 PM 타이틀을 달게 됐다. 모두가 멘붕에 빠지고 나는 바닐라 js로 짠 무용지물인 코드에 멈춰 있었는데 말이다. 필수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로그인 기능, 댓글 기능을 이미 다 구현하곤 추가하고 싶은 기능을 구현하는 다른 팀 동기들도 있었다. 그런 동기들은 적어도 리액트가 뭔지 state가 뭔지 정도는 아는 상태로 위코드에 들어왔다.

그들을 지켜보며 주말 동안 어떻게든 리액트가 뭔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온갖 인강을 다 유목했다. 1~2주차에 가졌던 오만함은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내가 초반에 내적 여유를 부리고 있을 동안 동기들이 이렇게 막막해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토님들께 기본적인 것부터 줄줄이 질문하면서 갈증이 해소가 되기 시작했다. 점점 내가 구현하고 싶은 기능을 혼자 짜고, 코드리뷰를 받고, 코드 리팩토링을 하고, 백엔드 동기들이랑 로그인 api 붙여보고, 주말동안 깔끔해진 내 코드를 보며 감탄하고, 그렇게 3~4주차 파운데이션 기간이 지나 나는 리액트로 개발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

내 로그인페이지와 백엔드 api의 첫 만남. 감격의 순간이었다.


개발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 때가 정성 들인 프로젝트를 마무리지을 때다. 며칠 전에 멘토님이 말씀하시길, 개발자라면 잘 못한 결과물이라도 남들에게 공개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거기에 크게 공감했다. 이전에 내가 디자인을 했을 때는, 너무나 완벽하게 손 본 내 작품이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구리게 보이는 지독한 병에 걸려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 때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정답이 없는 디자인 작업물 속에서 내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 디자인을 모두가 함께 보면서 컨펌을 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런데 개발을 공부하고 블로그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180도 바뀌었다. 누군가는 분명 허접한 코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작은 프로젝트들을 시리즈처럼 올림으로써 나는 적당한 때에 완결을 짓고 공개하는 것에 좀 더 용감해지게 됐다. 마인드가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바뀐다는 게 참 신기하다. 자기가 애써 짠 코드를 거리낌 없이 공개하고 기록하려는 전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의 정신에 깊이 공감하고 나도 그렇게 되려고 많이 노력했나 보다. 지금 미숙한 코드를 짜도 더 나은 내일을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내 실력을 공개하는 게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다.

리액트 인스타그램 클론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너무 답답한 마음에 들었던, 왜 진작 리액트를 공부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후회는 지금 전혀 없다. 먼저 공부하고 파운데이션 주에 들어섰다면 당연히 어떤 면에서는 이해도 빠르고 남들보다 그 기간 동안 구현해야 할 기능들을 빠르게 마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능을 빠르게 구현할 줄 알고 코드를 익숙하게 칠 줄 아는 것이 좋은 개발자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개발을 시작하는 사람에겐 동행하는 사람들과 발맞추어 가는 태도와 나의 코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공유하는 태도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개발자 하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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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1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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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3일

은진님 정말 잘하고있고, 언제나 은진님의 노력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1차 프로젝트 화이팅하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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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3일

언제나 은진님이 모니터 너머에서 머리를 박아가시면서(?) 코드 짜시는 거 보고 자극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 1차 프로젝트 부시고 오십쇼!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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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3일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코딩에 절대적 시간을 투자하시는 성실한 은진님 멋있어요!! 낼 부터 라인프렌즈 뿌십시닷!!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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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6일

이전글들도 쭉 읽고 왔는데.... 미숙하다기엔 결과물이 너무 좋은걸요?ㅎㅎ
멋진 마인드에 많은 자극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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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7일

은진님 정말 멋있어요 😃
미숙한 결과물을 남에게 공개할 줄 아는 용기......
블로그 보면서 개발 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에서도 많이 배웁니다
1차 프로젝트 화이팅 하시고, 코로나 괜찮아지면 티타임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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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0일

저는 저의 코드가 부끄러운데...
그 코드를 방치하지 않고, 개선 시키다 보면 더 나은 스타일이 생기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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