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공포

foxkim·2019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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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지금까지 허리 디스크로 진짜 개고생을 하고, 이제 3개월이 되어 간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한 수영 덕분에 다행히 허리는 많이 좋아졌다.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고 있지만.

어릴 적 두 번의 익사할 뻔한 경험 때문에, 나에게 물은 곧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물을 싫어하는 어린이가 몇이나 있을까? 물에서 노는 것은 정말 좋은데, 다리가 닿지 않는 깊이의 물이라면 난 죽음의 경계에 놓이게 된다.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체력 방전을 향해 가속할 뿐이고,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숨을 쉴 수 없다. 계속 물을 먹고 벗어나려던 그 바닥으로 더 내려갈 뿐이다.

물에서 육지로 생물이 진화한 거라면 참 인간에게 진화란 멍청하기 짝이 없다. 수영 기능을 버릴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진화를 가능케한 매커니즘이란 게 있다면 정말 지능이 없는 게 분명하다. "살리고 살리고~"도 못 들어봤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문자 그대로의 공포(恐怖).
그 두려움을 주는 대상에 복종하게 된다.
"무지막지한 놈이다. 대적은 커녕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지.난 바닥이 닿지 않는 물에 들어가면 반드시 패배한다."

순항

이제 3개월 차에 들어가는 수영.
자유형, 배영, 평영에 이어 오늘 접영을 접하게 된다.
남들이 칭송하는 대단한 수영은 아니지만, 난 물 위를 떠갈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한 공포.
물은 정말 날 죽일 생각이 있었던 걸까?
난 겨우 물에서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뿐이었다.
그냥 그게 다다.

그리고 코드도 어쩜 물이랑 똑같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항해하면 되지 않을까?
막연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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