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나에게 결국 허리디스크가 찾아왔다. 크리스마스를 앞 둔 어느 날 컴퓨터를 켜려고 멀티탭의 전원버튼을 누르려 허리를 잠깐 숙이는데, 갑자기 허리가 화염에 휩싸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아 비명을 질렀다! 그 동안에도 조금씩 계속 허리가 아프긴 했었다. 그래도 어릴 적부터 병원은 감기빼고는 다닌 적이 별로 없어서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취미로 사회인 농구를 하고 있었기에 체력도 좋은 편이었다.(물론 농구가 몸에 무리를 많이 주는 운동이다.)
이 일로 2주 동안은 걷는 것은 물론,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운 고통의 시간이 계속 되었다. 계속 되는 치료에 엄청난 치료비(다행히 결혼할 때 들어둔 의료실비보험이 있었다!)... 일도 제대로 못하고 정말 너무나 우울해지고 지쳐갔다. 도대체 언제 다 낫는 것인가 ㅜㅜ
허리디스크가 생긴 건 당연히 나의 생활습관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곱씹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소는 이미 잃었지만 농사가 본업이면 다시 소를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이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구글링(헉!)을 시작했다. 치료는 병원에서 받는다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계속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허리에는 결국 잘못된 습관의 교정과 운동이 답정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허리에 추천하는 운동이란 게 걷기와 스트레칭, 근육강화운동 그리고 수영이었다. 그러다 만난 수영 찬양글...
수영! 수영?
난 어릴 적에 두 번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트라우마가 있다. 한 번은 계곡에서, 한 번은 바다에서... 두 번 다 구조되었지만, 그 죽기 전에 의식이 아웃되는 듯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물 속에 들어가면 숨을 못 쉬는 거 아닌가! 난 아가미가 없어.
from mulgogi import agami
집에서 20분 거리에 다행히 구립체육센터에 야간수영반이 있었다. 새벽수영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거 같아서 퇴근후에 할 수 있는 야간수영이 좋을 것 같았다. 수영하고 힘들면 그냥 바로 자면 되니까. 등록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무작정 수영복, 수영모, 물안경, 방수스포츠팩을 구입했다.
그리고, 결국 대망의 첫 수업! 얼굴을 물 속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물 속에 외치는 "Hello, water!". 그리고 점점 하드해지는 수업... 노래를 배우는 것도 아닌데 입 속은 공기 반 물 반이요, 물 속에 해파리처럼 유영하는 동지들이 내뿜는 분비물들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머리 속이 아득하다.
첫 주가 지나자 뭔가 약간 재입대를 한 기분이 들었다. ㅋ
난 참 멍청하다. 항상 뒤늦게 후회하는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뭔가 도전한다는 게 가슴 벅찬 일이지만, 동시에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회는 위기 뒤에 찾아온다. 사회가 인정하는 대단한 인생을 산 건 아니지만, 성공했다는 양반들이 한결같이 교훈처럼 말하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정말 맞는 거 같다.
고생은 했지만 잘 아팠다. 다신 안 아프면 되지.
p.s 오늘 처음으로 코드가 들어간 마크다운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ㅋ
이 글을 보고 허리를 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