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의 미래

ghkdwltjq98·2020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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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의 미래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견해를 다룬 글입니다. 그냥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을 알려주신다면 정정하겠습니다.)


서론

언젠가 한 번 정리를 하려던 주제였는데 일도 바쁘고 게으르기도 해서 막상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완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대한민국의 학벌과 학력 이슈는 사실 자원의 배분 관점에서 많이 다루어졌었다. 간단히 말해, 왜 서연고 출신들만 좋은 거 다 가져가냐는 거다. 그 다음에는 의견이 갈린다. 머리 좋고 능력 있으니까 그렇게 가져가는 게 당연하는 의견과, 그건 불공정하니까 비율을 맞추자는 의견이 있다. 지방인재 선발제도도 지방대학 활성화 목적과 더불어 어느 정도 이런 맥락에서 시행된 제도이다.

그런데 이 학벌이 어떻게 그렇게 대단한 위상을 지니게 되었는지 요즘 학생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 대학생과 고등학생 간의 차이보다 과거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간의 차이가 훨씬 크다고 말해도 솔직히 왜 그런지 가늠이 안 된다. 그래서 이미 다른 글들이 많이 다루었던 학벌주의의 사회적 문제보다는, 어떻게 과거에 학벌이 그런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 위상이 왜 약해졌는지 학습 장벽과 난이도를 중심으로 정리해볼까 한다.

참고로 의료/예술/특수 계통은 해당사항 없으니 본인의 길을 잘 가면 된다.


학벌의 기원

먼저 학벌이 어떻게 가치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개화기 이전에 조선에는, 근대적인 학문 체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개화기에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들이나 선교사들을 통해 외국의 지식들이 보급되었지만 그것이 온전히 전달되기에는 몇몇 장애물가 있었다.

이 당시에는 구글이나 유튜브는 커녕 전화나 라디오도 제대로 마련하기 어려웠다. 전문 지식은 오로지 책과 학교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다. (여기서 전문지식은 대학 수준의 학문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럼 책을 읽거나 학교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학습 장벽이 매우 높았다.

우선 당시 교재들은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했다. 이는 곧 책을 읽으려면 한글과 한자를 동시에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때도 대부분의 서적들은 한문으로 작성되었으니 이전부터 이런 학습장벽이 고정적으로 존재했다. 물론 당시 기준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였다면 한문을 읽는데 무리가 없었겠지만, 이 당시에는 그 고등학생의 숫자 자체가 매우 적었다.

국한문혼용체도 문제였지만, 이 학습장벽은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높아졌다. 한일합병 이후 한반도에 일본의 학문 체계가 그대로 정착하면서 전문 지식을 습득하려면 기본적으로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독해할수 있어야하며 일본식 한자도 알아야 했다.

학습장벽에 이런 언어/문자의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교수법이나 학습법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정말 엉망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교수법/학습법은 해방 이후 거쳐 90년대까지 학생들을 괴롭혔다. 이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교수는 학문을 연구하는 방식 그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백과사전을 외우듯이 공부를 한 것이다.


먼저 교수법을 말하자면, 외국어를 가르칠 때 사용하는 문법 번역식 교수법이 대표적이다. 90년대까지는 문법 번역식 교수법이 절대적 표준이었고 성문종합영어, 맨투맨영어의 내용 구성을 보면 알겠지만 이 당시 영어교육은 영어문법교육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니 학생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를 배운다고 영어 실력이 늘진 않았다.

그럼 영어만 문제였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애초에 교수법을 떠나서 친절하게 강의하는 교수자들이 거의 없었다. 지금도 대학 수업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당시의 불친절함은 지금의 그것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교수가 강의안을 그대로 읽거나 판서하면 학생들은 그걸 그대로 받아 적는 식이었다. 본인이 준비한 강의안이라면 낫겠지만 교재를 그냥 읽기도 했다. 물론 질문은 없었다. 즉 지식의 전달이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텍스트의 교환으로 이루어지던 것이다. 인문계나 이공계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강의들이 이렇게 원서 강독으로 이루어졌으니 강의 내용이 어려울 수록 학생들이 강의를 이해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게다가 이런 강의 문화는 대학을 넘어 교육계 전반에 퍼져 있었다.


교수법이 이 모양이니 학습법도 엉망이었다. 머리가 똑똑한 학생들은 개떡처럼 알려줘도 찰떡처럼 알아듣지만, 다른 학생들은 그러지 못했다. 학습방법이나 학습능률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던 시대라 학습을 마치 텍스트를 뇌에 집어넣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학습내용을 읽고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암기해야하는지 바로 파악하지만, 그러지 않은 학생들은 그런 걸 구분할 수 없으니 그냥 통으로 암기했다. 암기를 더 잘하고 싶어서 같은 텍스트를 여러번 필사하는 건 덤이었다.

당시 시험에는 이런 통암기가 어느 정도 먹혔기 때문에 암기식 공부법이 정도(正道)라고 여겨졌었다. 물론 지금도 인문계 강의에서 시험을 볼 때 통암기가 먹히긴 하지만, 시험준비와 별개로 실질적인 학습을 할 때에도 통암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당시 시대상이 이러니 공부하는 게 힘들고 재미가 없던 건 당연했다. 지금도 공부가 재미없는 건 매한가지지만 당시에는 정말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당시 매체나 만화에서 공부를 무슨 무공 수련하는 것처럼 묘사하던 것도 이해가 간다.


또한 교재나 원서의 상태도 문제였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어로 된 교재로 공부를 해야하는 부담이 있었다면, 해방 이후에는 번역본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번역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지금보다 부실했고 전문 번역가도 없었기 때문에 번역 상태는 최악이었다. 물론 번역서도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번역본은 일본어 원서를 번역한 건데 일본어 원서는 또 미국이나 독일의 원서를 번역한 거여서 중역 문제도 있었다. 지금도 몇몇 원서들을 보면 번역 수준이 좋지 않은데 하물며 당시에는 전문서적이 무슨 외계어처럼 보였을 게 뻔하다. 그리고 설령 원서로 공부를 한다해도 해당 언어를 알아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학습 장벽은 여전히 높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원서는 대학교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서 대학생이 아니면 원서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공부 자체도 이렇게 힘들지만 결정적으로, 고성장 시대 이전에는 학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집이 많지 않았다. 집에 있는 소를 팔아야 대학을 보낼 수 있던 시대였기에 대부분의 집들은 장남 한 명만, 그것도 고등학교까지만 겨우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단 한 명의 자녀도 고등학교에 보내지 못한 집들도 많았다. 그러니 당시 사회에 고졸 학력자는 적었고, 대졸 학력자는 더더욱 적었으며, 명문대 졸업자는 거의 없었다.

대학교에서만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고, 설령 대학교에서 수학한다 해도 이를 온전히 습득하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을 투입해야 해서 당시 대졸 학력의 가치는 매우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대졸자의 수가 적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사무 능력 차이는 각각의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고 가정할 때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공부 안 하고 시위만 하고 놀기만 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사무에서 평균적인 생산성은 고졸 학력자보다 높았다.

그러니 기업에서는 당연히 대졸 학력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었고, 대졸 학력자에게 더 높은 초봉과 연봉 상승을 보장했다. 이에 더해 고성장 시대에 사회 제도와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대졸 학력 수준의 사무직 인력이 절실했다. 상황이 이러니 대졸 학력만 있으면 취업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명문대 졸업자들은 어마어마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위상이 높은 대학교일수록 좋은 기업들이 몰려와서 입사 면접을 봤으니 말 그대로 명문대 학벌이 밥을 먹여주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 낭만적이고 장밋빛 가득했던 학벌의 위상은 90년대 중반까지였다.

대졸 학력의 몰락

우리는 흔히 IMF를 기점으로 학벌의 가치가 박살났다고 안다. 실제로 맞는 말이다. 더 이상 명문대 학벌이 목구멍에 밥을 쑤셔넣어주지 못했다. 기업들은 더 이상 무턱대고 대졸 학력자들을 뽑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입사 지원자들의 학점을 보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성장 기조와 사무보조 기술(컴퓨터, 워드, 엑셀 등)의 대중적 보급이 맞물리면서 더 이상 사무직 인력 자체가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대학의 수는 늘어만 갔고 대학 진학률도 90%에 달하면서 이젠 개나 소나 대졸자가 되었다. 이 흐름이 더더욱 커지면서 지금 세대의 대졸자들은 아예 취업 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만약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졸 학력자의 업무 능력이나 지식 수준이 고졸자보다 월등하다면 학력 그 본연의 가치는 상실되지 않을 거다. 시대적 흐름과 별개로 말이다. 하지만 학력은 이미 그 본연의 가치를 상실했고 학벌의 가치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앞서 일제강점기부터 90년대까지는 전문지식을 대학교에서만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통신기술도 발달하고 문호개방도 이루어지고 교수법/학습법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면서 점진적인 개선은 있었다. 밑에 나올 방통대가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발전들과 별개로 대학교 이외의 채널에서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혁명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인터넷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인 1970년대에도 방통대가 있기는 했다. 다만 이 때는 라디오나 TV를 통해서 정해진 시간에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방통대도 엄연한 대학이기 때문에 학사관리 체계가 있으니 대학교라는 기성 플랫폼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내가 언제든지 필요로 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검색해서 얻을 수 있었다. 이게 인터넷과 기성 매체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다만 2000년대 후반까지 인터넷을 통한 학습이나 교육은 수능 인터넷 강의에 편중되어 있었다. 웹상에 대학 수준의 컨테츠들이 있기는 했으나 주로 개인이 블로그 포스트 형식으로 올리는 거여서 혁명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이는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과 별개로, 브라우저 접근성 및 사용자 경험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는 MS, Netscape, Mozilla이 각자의 표준을 고집하던 시기라 브라우저 환경 자체가 쾌적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이트 내에서 폰트, 레이아웃, 그림 등이 빈번히 깨졌다. 논문조회사이트도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으나 대학생 이상이 아니면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인터넷 포털의 국내 사용 비중이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 사이트에 편중되어 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국내 포털 사이트는 해외 사이트를 검색 결과에 잘 노출시키지 않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해외 자료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덤으로 당시 포털에서 제공하는 포스팅 기능들은 전문지식, 특히 이공계열의 전문지식을 다루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이건 국내 포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세태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는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시기와 비슷하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90%로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크롬 구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Youtube가 본격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해외 컨텐츠, 해외 자료를 찾아보기가 굉장히 쉬워졌다. 점점 높은 수준의 강의 사이트들이 등장하더니 아예 해외 명문대에서 MOOC 플랫폼을 세우고 본교의 강의들을 무료로 제공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굳이 해외 MOOC를 수강하지 않아도 2020년 기준 국내 MOOC에도 이미 양질의 강의가 많이 올라와 있고, 굳이 MOOC가 아니더라도 유튜브에 웬만한 정보 영상들이 널려 있고, 전공 지식 커뮤니티들에도 자세한 답변글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들에서 전문기호나 수식 렌더링을 지원하면서 더욱 정확한 질문 답변글이 오갔다.

교수법과 학습법도 발달하면서 학생들은 더 이상 닥치고 교재를 암기할 필요가 사라졌다. 내용 이해 및 문제 풀이, 나아가 토론 및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학습하니 학습내용의 난이도와 별개로 학습 장벽 자체가 굉장히 낮아졌다. 기술의 발달로 교육 컨텐츠의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도 영향이 크다. 2000년대 초까지는 수학의 정석만으로 공부했다면, 이제는 대형 입시업체에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들여 만든 컨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순우리말 운동이 꾸준히 이루저이면서 국한문혼용체가 지배적이던 문화에서 한글전용 문화로 바뀐 점도 학습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 동음이의어에 한자를 병기하는 걸 제외하면 책에서 한자를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법률서적은 아직도 한문을 많이 쓰지만, 공식 법령에서는 한자 병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아직까지도 외국어를 문법 위주로 가르친다. 하지만 이제 직역식 교수법이 더 효과적인 걸 모르는 사람들은 없고, 대부분의 학생들을 어릴 때부터 원어민 강사들에게 영어를 배우거나 적어도 회화 위주로 외국어를 배운다. 따라서 지금 학생들은 과거 학생들보다 외국어 독해력이 높으며 청해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궁극적으로 학습능률의 극대화로 귀결된다. 정리하면 지금 학생들은 과거 학생들이 투입해야만 했던 노력보다 훨씬 덜 노력해도, 과거보다도 더 높은 학업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굳이 대학교가 아니더라도, 학부 수준의 지식들을 유튜브나 구글, MOOC에서 접할 수 있으며 MOOC의 경우 강의 퀄리티가 웬만한 대학교들보다 훨씬 높다.


이는 더 이상 우리가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아도, 자세히 말하면 정규 학부 과정을 밟지 않아도 충분히 그에 상응하는 학업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실험이나 프로젝트를 해야하는 이공계열 학문은 이게 불가능하다. 이걸 설명하는 것도 웃긴게 독학사 개설 전공을 보면 이공계열 전공은 컴퓨터과학 정보통신학 두 개밖에 없다. 폐지된 전공까지 합치면 수학 포함 3개 전공이다.

하지만 인문/어문/사회계열은 다르다. 거의 모든 전공들이 독학 가능하다. 수요가 적어서 운영을 안 하는 것뿐이지 독학사는 얼마든지 해당 전공들을 개설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어려운 법학도 운영하고 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독학이 가능한 것과 독학 혹은 독학학위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당연히 별개의 이야기다.)

물론 이공계열도 저학년 수준의 내용은 인터넷에 자료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교육 내용이 표준화되어 있을수록, 대학 간에 범위 차이가 크게 없을수록 자료의 퀄리티가 높다. 경제/경영학, 이학과 공학의 기초 과목들이 대표적인데 당장 전공기초과목의 영문과목명을 Youtube에 검색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게 시사하는 바가 뭘까? 과장 좀 보태면 학부 수준의 지식은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규 학부 과정을 이수한 대졸자와 MOOC와 Youtube로 공부한 사람 중 누가 더 뛰어날까? 어떤 전공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따지자면 나는 연구 능력을 제외하고는 둘 간에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연구 능력은 학교 수준과 전공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교수의 논문지도를 받아본 적이 없다면 연구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런 학부생은 MOOC와 Youtube로 공부한 사람과 다를게 뭐가 있을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교수와 질답을 하거나, 과제나 시험을 본다는 걸로 정규 학부생이 MOOC 학생보다 더 낫다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사항들은 MOOC에도 있다. 단지 비대면으로 진행될 뿐이다. 질문이야 우리도 보통은 교수님에게 서면으로 하지 않는가. 교수의 지도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제대로 된 지도도 못 받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태반이다.

대학교 졸업장은 과거의 가치를 모두 잃었다. 먼 과거에는 대학교 졸업장이 졸업생의 능력을 보증했지만 이제는 그저 학교에서 이 정도 강의 들었다는 증명서에 불과하다. 성적증명서가 그 능력을 가늠하는 실질적인 지표인데, 이마저도 학점 인플레이션 때문에 변별력과 신뢰성이 점점 떨어진다. 이마저도 이젠 기업 자체 인적성 시험을 치르거나 아예 학점 블라인드 제도를 운영하니 대졸 학력의 위상은 바닥에 채이는 신세나 되었다.


과거에는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는 사실 자격증과 학력밖에 없었다. 면접이 있긴 했지만 당락을 가를만큼 중요하진 않았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고 기록이 엄격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능력을 증빙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했다. 설사 증빙자료가 있다고 해도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에서 발행한 게 아니면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 사람의 능력을 정확하게 검증하려고 할수록 검증 비용도 높아지는데 굳이 그 비용 감수하면서 대졸자의 능력을 검증할 유인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어떤 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 이력 사항을 검색 한 번으로 모두 조회할 수 있다. 물론 금융권이나 정유사들은 아직도 학벌을 주요하게 보지만, 이렇게 보수적인 업계가 아니라면 사실 그 사람이 어떤 활동을 했고 그 활동을 바탕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제는 면접도 AI로 돌리는 실정이니 굳이 학력만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학에 가야 하는가?

일률적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희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자면, 결론은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 학력과 학벌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할 때 학벌의 가성비가 쓰레기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좋은 학벌은 없는 것보다 낫다. 물론 좋은 대학을 가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만약 어중간한 대학에 가서 어중간한 지식 수준을 이룬다고 한다면, 차라리 안 가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좋은 대학을 가서도 4년이라는 시간을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제적이나 퇴학을 안 당했다면, 그 학교를 나왔다는 사실은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 한번 생각해보자. 나를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게 SKY라면 마치 호신부적 같겠지만, 폐교된 대학이 나를 따라다닌다면 이건 저주나 다름없다.


사실 다 진부한 이유들이다. 아직 인식이 아직 바뀌지 않았다, 뛰어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회, 지원, 혜택이 많다 등등.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데 바로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매우 실력있고 유망한 프로게이머라면 대학과 프로리그를 사이에서 전혀 고민하지 않을 거다. 프로게이머로 성공할 자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말저말에 휩쓸리며, 본인에 대한 확신도 없고, 일단 게으로고 노는 걸 좋아한다. 설령 내가 나의 진로에 확신이 있더라도 실제로 해당 분야에서 재능이 없다면 이는 본인을 속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건 확신이 아니라 자기암시다.

이런 나 자신이 대학이라는 정규 과정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물론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대학을 다닌다고 딱히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단 좋은 대학을 가고 나서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매우 힘들다. 이것이 우리가 일단 좋은 대학을 가야하는 이유이다.


좋은 학벌은 우리 세대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유효하다. 대한민국 학사 제도가 뿌리부터 대격변을 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제도는 오래되고 보편적일수록 그 관성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다. 특히 대학 시스템은 세계 표준과 동행해야 하는데, 해외 대학들의 상태를 보면 전혀 망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부터는 사족이다.) 대신 개별 대학의 운영은 바뀔 수 있다. 나는 결국 많은 대학들이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명확히 구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flip learning은 일부 교양 과목에서 채택하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강의 내용은 인터넷으로 듣고 오프라인에서 토론을 하니 체감상 4~5학점짜리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flip learning 강의를 기피하는데, 대학들은 점점 밀어주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둘 사이의 입장을 절충하여 flip learning에 필요한 강의 내용들은 MOOC로 따로 빼서 언제든지 들을 수 있게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관련 MOOC를 선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flipped class로 이원화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그리고 flipped class만 하니까 이를 명목으로 등록금을 올릴 지도 모른다.

참고로 나는 독학학위제 제도의 존재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독학사 학위의 가치 자체는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 애초에 지금 시대에 대졸 학력의 가치가 소실된 것도 있지만, 독학사 학위가 '대졸 자격' 이상의 역할을 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문할 수도 있지만, 20대들이 독학사를 따는 가장 많은 이유가 학사편입인 걸 생각해보자. 만약 누군가 나한테 자기는 기업에 대졸로 취직하고 싶은데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독학사를 하겠다면 차라리 고졸 취업을 추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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