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 컴퓨터학원에 다녔다.
컴퓨터학원 원장님은 그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 컴퓨터를 배운다고?' 라는 표정과 함께
컴퓨터 배우기 힘들텐데 잘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 당시 어찌나 컴퓨터가 배우고 싶던지, 방과 후 교실에서 조금 배운 윈도우 지식을 나열하면서 잘 할 수 있다고 원장님을 설득했다.
그랬던 내가 귀여워 보였는지, 아니면 정말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그 이후로 컴퓨터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일주일 정도는 한컴타자연습만 했다.
지금 초등학생은 능수능란하게 타자를 칠 수 있지만, 그 때는 아니었나보다.
지금도 생각이 날정도로 지루한 일주일이었다.
그러고 난 후 뭘 처음에 배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드문드문 기억나는 것은 어떤 포토샵같은 2D 그래픽툴도 다뤘던 것 같고,
GW-BASIC라는 언어를 살짝 배운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지금과 마찬가지로 컴퓨터학원 한 켠에는 항상 게임하는 학생들이 존재했다.
그 때 유행하던 게임은 프린세스 메이커2, 시발원숭이의 모험 같은 게임이었다.
아! 맞다. 내가 최초로 만난 컴퓨터는 '486컴퓨터'였고, 최초의 게임은 '레이맨' 이었다.
동네 상가에서 레이맨 CD타이틀을 약 4만원 이상 정도 주고 샀고,
이걸 설치하지 못해서 원장님께 부탁한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next만 누르면 되는 것을...)
초등학교 5학년때가 되서는 그 때 유행하던 워드프로세서 자격증공부를 시작했다.
컴퓨터가 없는 일반 강의실에서 성인, 고등학교 누나들과 함께 공부를 했고 그 때 아직
초딩이었던 나를 모두 신기해했다.
그 당시에는 뭔가 이해력이 빨랐다고 해야되나? 재밌었다고 해야되나? 책을 보면 스펀지처럼 흡수되는 어떤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원장님의 질문을 대답을 잘하곤 했었는데, 그 때 원장님이 한 말이 나에게 큰 칭찬이었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넌 우리의 호프야!"
호프? 그 땐 맥주를 파는 곳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희망을 뜻하는 hope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도 있듯이 칭찬의 힘을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공부한 후 필기는 한 번에 붙었지만, 실기는 두 번만에 붙었고 그렇게 워드프로세서 2급을 따게 되었다.
어느 정도 학원을 다니다보니 비주얼베이직(비베)을 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만난 프로그래밍 언어는 뭔가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비주얼베이직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뜻깊은 언어다.
(앞의 GW-BASIC은 기억조차 잘 안난다 넘어가도록 하자)
어린 나이에 비주얼적인 요소를 가진 (주로 버튼을 만들고 거기에 함수를 적었던 것 같다) 흥미를 끄는 언어였음에 분명했다.
또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을 한다기보다도 항상 버튼, 텍스트상자, 라벨 등 디자인 꾸미기에 더 열중했던 것 같다.
그리고 www.vbbank.net 라는 커뮤니티에도 기웃거렸던 것 같고, 거기서 발간한 두꺼운 책도 한 권 샀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중간즈음에 학원을 잠깐 그만 둔 것 같기도 하다)
원장님이 '이제 정보처리기능사를 따보자!' 하셔서 또 자격증을 공부했다.
필기를 땄다! (사실상 워드프로세서 필기랑 별로 다를게 없었던 걸로 기억)
그 때 실기를 비베로 봤는데 한 달 정도 공부했었나? 역시 떨어졌다.
기억하기로는 비베로 어떤 가스요금 고지서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실기였던 것 같다.
워드자격증 때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에 붙었다!
컴퓨터학원 원장님이 학원이 잘 되지 않았는지 업종을 입시학원으로 변경하신다고 해서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도 계속 컴퓨터학원을 다니고 싶었던 나는 어떤 컴퓨터학원을 찾아가게 되는데...
딱 한 달 다니고 그만두었다.
이 학원 원장님은 '홀수마방진' 하나 던져주고 하루 4시간이상을 풀게 만들었다. 그것도 한 달을...
그래서 아직도 '마방진' 하면 그 때 기억이 또렷히 생각난다.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진로의 기로에 섰다.
인문고를 갈 것인가? 컴퓨터 특목고를 갈 것인가?
당시 컴퓨터 특목고로 안산에 위치한 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가 핫하게 부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그 당시 디미고에 비리가 터져서 뉴스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쫄보였던 나는 그냥 인문고로 가서 대학입시 준비를 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지금 기억하는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어릴적 이야기? 어떻게 보면 컴퓨터 학원 다닌 썰이 더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p.s 위의 언급된 내용을 보면 필자의 나이가 짐작될 것인데, 그냥 넘어가 주시라...
VB6 이라..ㅋㅋ 뭔가 반갑지만 반갑지않은 언어랄까요
저는 개발입문 VB6으로 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