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Lv. 15 - 자원봉사자의 딜레마

규라리 [김준호]·2022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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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타지? 난 너무 멀리 있는데..."

여러분은 <어몽어스>를 해본 적이 있는가?
<어몽어스>에서는 임포스터(일종의 스파이)가 플레이어들을 방해하기 위해 "사보타지"라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맵에서 수행해야 하는 특정한 임무를 발생시키는 능력인데, 이 긴급 임무를 크루원(시민)들이 제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임포스터가 승리하게 된다.
"사보타지"는 크루원 모두가 함께 수행해야 하는 미션은 아니다. 오히려 단 한명만 미션을 수행해도 크루원들은 패배하지 않고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 여기서 크루원들의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단 한명만", 위험한 단어이지 않은가?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아니어도"가 된다.
만약 모든 크루원이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오늘 이야기 해볼 내용은 "자원봉사자의 딜레마"이다!


"누군가는 해주겠지 뭐... 설마 아무도 안 가겠어?"

만약 임포스터가 사보타지를 일으켜서 긴급 미션이 발생했을 때 단 한명의 크루원이라도 미션을 수행하게 되면 다른 모든 크루원들이 그 미션을 수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크루원들은 사보타지 미션이 아니더라도 이미 미션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자신을 죽이려는 임포스터가 오기 전에 그 미션들을 완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리고 사보타지 미션 장소에 임포스터가 대기하고 있지 않을거란 보장도 없지 않은가?
크루원들 입장에서는 자신 말고 다른 크루원들이 사보타지 미션을 할 때까지 기다리면 자신의 시간을 아끼고 임포스터를 마주칠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시간 안에 아무도 사보타지 미션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크루원 전체가 패배하게 된다.

게다가 크루원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애써 도착했는데 이미 다른 크루원이 미션을 수행해서 헛걸음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다른 크루원이 미션을 수행했든 말든, 자신이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미션을 못했다는 점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모든 크루원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불필요한 중복 손실로 여겨지게 된다.

결국 크루원들은 다른 크루원이 이미 미션을 하고 있을 거라고 믿을 것인지, 그냥 손해를 보더라도 미션을 수행하러 달려갈 것인지 선택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지 다음의 보수 행렬과 함께 따져보면 0은 크루원 모두가 미션을 수행하지 않은 것이고, 이 경우에는 크루원들이 패배한다. 10은 단 한명의 크루원만 미션을 수행해서 최대의 이득을 얻은 경우이다. 나머지 2개의 8은 사보타지 미션 수행이라는 최대 이득에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이동한 자신의 비용 2를 뺀 것으로, 나머지 크루원들이 어떻게 했든 결과는 같다.

다른 크루원 중 적어도 한 사람이 수행다른 크루원들이 모두 방치
수행88
방치100

위험부담은 플레이어 자신이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미션을 방치하는 경우가 더 크지만, 그로 인한 보수 자체도 가장 크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수행"과 "방치"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아니 팀원 하나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냐고!"

자원봉사자의 딜레마는 어떤 그룹에서 집단이 전체적으로 혜택받는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각자에게 할당하는 "무임승차 문제"와 비슷하다.

"무임승차 문제"에서 어떤 사람은 자신은 그러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괘씸죄 적용해라)
하지만 그룹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고정되어있으면, 해당 무임승차자가 내지 않는 비용을 나머지 구성원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1인당 부담 비용이 더 상승하게 되고, 무임승차자의 이득은 더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10명이 있는 그룹에서 90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다면, 무임승차자가 발생했을 때 1인당 비용이 9에서 10으로 상승하게 되고, 무임승차자가 부담하지 않는 비용(즉, 무임승차자의 이득) 또한 9에서 10으로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은 협력이 필요한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나타난다.
<월드 오브 탱크>를 예시로 들어보자. (벌써부터 화가 난다!)

(내가 구독한 월드 오브 탱크 유튜버 "얄땅"님의 중전차 플레이 방송 화면이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 "중전차(Heavy Tank)"의 역할은 최전선에서 강한 방호력과 화력을 통해 적의 전진을 막는 것이다. 장갑이 두껍고 체력이 많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탱킹"(실제로 Tank-ing이긴 하다)에 특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중전차가 뒤에서 숨어서 저격질만 일삼는 "캠핑"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팀의 최전선에서는 상대보다 적은 중전차로 라인을 방어해야 하고, 이는 다른 중전차들에게 더 많은 화력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무임승차자 유저는 방호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팀 기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손해를 보는 임무에 협력하는 대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자신이 하지 않아도 팀의 승리에 필요한 일들은 다른 팀원들이 해줄 것이라고 가정한 행동이다.

만약 이 전략이 성공하게 되면, 이런 전략을 마다하는 플레이어들이 점점 줄어들고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무임승차자가 되고 만다.
결국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플레이어는 더 큰 위험부담이 생기게 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무임승차자들은 이득을 크게 보고도 팀 전체가 패배하는 결말을 맞게된다.
(그러게 평소에 열심히 하란 말이야!)


"팀원을 소중히, 팀 플레이는 헌신적으로!"

자! 오늘은 협력 플레이의 비용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자원봉사자의 딜레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다!
물론 최대의 이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팀원을 소중히 하는 것은 팀 플레이의 기본이다. 이기적인 팀 플레이는 큰 이득으로 이어지지만, 큰 손실로도 이어진다는 것을 플레이어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같은 게임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하는 방법으로 이 딜레마를 잘 활용하면 재미를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적당히 넣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들이 지쳐서 떠나갈지도!

그럼 오늘도 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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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게임학과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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