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Lv. 5 -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ity)

규라리 [김준호]·2022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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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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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같은 플레이어끼리 좀 도우면서 삽시다!"

여기 혹시 "부족전쟁"이라는 게임을 해 본 사람이 있는가?

아 추억 돋네 진짜로...

이 게임은 일종의 웹 게임으로 자신의 부족 마을을 점점 확장시켜 나가고 더 나아가 주변 부족들을 평정하며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는 정복 게임이다.
주변의 야만족 마을(AI 마을)을 점령하고, 그 마을을 다시 번영시키고, 그 주변의 야만족 마을을 또 다시 점령하고... 라는 해피엔딩이었으면 이 게임이 하드코어한 이미지를 얻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처음 부족전쟁을 시작했을 떄, 고작 초등학생이었다. 세력 다툼과 악랄한 배신을 이해하기엔 너무나도 어렸던 시절... 나는 매번 마을을 약탈당하고,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고, 다시 약탈당하고를 무한 반복하고는 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을까?
사람들이 남들을 괴롭히고 싶어해서? (물론 어느정도 맞는 것 같기도...)
오늘은 우리가 남의 부족을 침략할 수 밖에 없게 된 "파레토 최적"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것이다!


"파레토 개선과 파레토 최적 상태"

갑자기 경제학에서나 등장할 법한 어려운 용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이 개념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제시해서 "파레토 최적"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파레토는 부의 증가에 대해서 개인 자체의 개선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개선에 집중했다.
파레토가 제시한 개념을 함께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 파레토 이전 (Pareto Shift) : 어떤 플레이어에게 수입이 배분되고, 판매를 통해 이 플레이어에서 다른 플레이어로 배분상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
  • 파레토 개선 (Pareto Improvement) : 다른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고 한 쪽의 상황을 향상시키는 이전
  • 파레토 최적 (Pareto Optimality) : 어떤 시스템에서 더 이상 파레토 개선이 일어날 수 없는 순간

쉽게 예시를 통해서 알아보자!

플레이어 A와 플레이어 B가 한 시스템 안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 시스템 전체 총량 : 50/100
  • A : 20
  • B : 30

시스템의 자원을 A와 B가 열심히 나눠가지고 있다. 여기서 만약 A가 자원 채취를 통해서 20의 자원을 채굴해갔다면 어떨까?

  • 시스템 전체 총량 : 70/100
  • A : 40
  • B : 30

B의 자원이 30에서 줄어들었는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B의 입장에서는 A가 자신의 자원을 빼앗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여긴다. A가 B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자신의 자원 상황을 개선한 것이다!
위처럼 B에 대한 영향 없이 A의 자원이 늘어난 것을 파레토 개선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상태를 파레토 개선이 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떨까? B가 시스템으로부터 자원을 30만큼 채굴해갔다.

  • 시스템 전체 총량 : 100/100
  • A : 40
  • B : 60

이제 여러분들도 알 수 있을 것이다!
B는 파레토 개선을 이루었다. 근데 시스템의 상태는 어떻게 되었을까?

"뭐야, 남은 거 다 어디갔음?"

B가 자원을 채굴해가면서 시스템의 자원이 더 이상 남지 않게 되었다!
매번 광산에 가서 채굴하면 됐던 자원이 바닥을 보여서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A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B한테서 자원을 20만큼만 뺏어오면 되잖아?"

  • 시스템 전체 총량 : 100/100
  • A : 60
  • B : 40

이럴수가! A가 결국 침략을 선택했다! (불쌍한 B)
이제 더 이상 남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는 자신의 상황을 향상시킬 방법이 남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파레토 최적 상태을 달성했다고 말한다.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파레토 이전은 반드시 반대쪽을 불리하게 만들게 된다!


파레토 최적의 특징 중 하나는 "공평한 분배"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파레토 최적은 남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 정확히 1/N으로 자원을 나눠 가져서 사이좋게 지내는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다...
또한, 파레토 최적에서 말하는 영향은 "부정적 영향"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파레토 개선에 해당된다. 가방에 광석을 너무 많이 담아서 옴짝달싹 못할 때, 남에게 광석을 나누어주고 무사히 마을로 돌아온다면, 이것도 파레토 개선에 해당된다. 남에게 "긍정적 영향"만을 주었고, 자신도 상황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파레토 개선에서의 영향이 경제학에서는 "후생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리 부족은 도대체 왜 침략을 당해야 했을까?

위의 사진은 부족전쟁의 확장 맵이다.
부족전쟁은 주변에 야만인 부족만 존재하는 솔로 플레이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부족을 확장시켜 갈수록 점령할 수 있는 곳이 "남의 부족"밖에 남지 않게 된다. 부족들이 파레토 최적 상태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결국 다른 강성한 부족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점령할 부족이 없으니 우리 부족을 침략하는 것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선택이 된다...

파레토 개선과 파레토 최적은 이 밖에도 게임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RPG에서는 나의 스킬 레벨을 올린다고 남의 스킬 레벨이 낮아지거나 하지 않는 점에서 스킬 시스템이 파레토 개선 가능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공격 유닛을 뽑기 위해서는 방어 유닛의 지출을 줄여야하고, 방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마법 유닛의 수를 줄여야 한다면, 생산 시스템이 파레토 최적 상태를 이미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파레토 개선은 "올바른 자원 소비 비율"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파레토 개선이 가능한 상태여야만 자원을 소비했을 떄 상황을 향상시킬 수 있고, 파레토 최적 상태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게임 디자이너들은 게임 메카닉으로써 파레토 최적을 사용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플레이어가 자신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파레토 최적 상태를 유도해서 플레이어 간의 충돌을 유도할 수도 있다!

자 오늘은 부족전쟁을 예시로 해서 파레토 최적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제껏 자신이 남들에게 공격을 받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었는가?
앞으로는 가끔 게임에서의 경쟁이나 플레이어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는 것이 이 파레토 최적 상태에서 시작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그럼 오늘도 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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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게임학과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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