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Seoul 라피신(La Piscine) 후기

haryoung·2020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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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2차가 끝난 시점에서 쓰는 3기 1차 후기

3기 1차가 끝난 후 말고 2차가 끝난 후에 쓰고 싶었고
42에 영감을 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영화로 보고 나서 쓰려고 했었다.
이제는 쓸 수 있다
정말 많은 부분을 적고 싶지만 규정에 민감한 부분은 생략했고
완성본을 한번 날렸다 그래서 대충 쓸 것이다.

시작하기 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몰입해서 할 것이라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시작했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다.
때마침 대학이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때마침 42가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밀려 내가 할 여유가 있었고
때마침 42가 코로나로 인해 격일제로 하여 할 만하다 싶었다.
그래서 하게 되었다.

첫날

지각했다.
등록 가능한 시간을 메일로 한번, 슬랙 내 공지사항으로도 한번 했는데 두 개의 시간이 달랐다.
최신 본인 슬랙 공지사항을 봤었어야 했는데 별생각 없이 지나갔다가 망할 뻔했다.
그래도 다행히 등록을 하게 해 주셔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인트라 접속하려는데 계속 패스워드 오류가 났었다. 모바일로는 초기화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다른 사람 컴퓨터를 빌려 PC로 초기화시키고 자리에 앉아 시작했다.
생소한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집에 갔다.

1주 차

동료평가를 받아도 보고 동료평가를 해보기도 했다.
격일제를 경험했는데 클러스터를 안 가는 날엔 아무것도 안 했다.
사실 그동안 다른 일을 하려고 했는데 별로 안 했다.
눈치 보고 첫 Exam을 쳤는데 아슬아슬했다
정말 0점 받을 뻔했는데 운 좋게 해쳐나가고 100점 받았다
오예

2주 차

대학 중간고사와 겹쳤다. 심지어 피신 전에 만들었던 약속마저 있었다.
클러스터 출입시간을 채워야 했었는데 시간이 정말 아슬아슬했다.
10분 단위로 시간 계산을 하면서 살았다.
다른 일들이 많다 보니 피신에 집중하질 못했다. 그냥 물 흐르듯이 지나간 주간
돌이켜보면 이 타이밍이 제일 재밌는 구간일 텐데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다.

3주 차

3주 차쯤 되니 친해진 사람도 제법 생겼다. 클러스터 가면 인사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그런 생활
사실 피신 내내 진도를 별로 나가질 않았다. 주로 다른 사람 작업하는 걸 구경하고 다녔다.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도와달라 하면 도와주고 다녔는데 재밌었다.
훈수맨 꿀잼

마지막 주

마지막 주에 다가와서야 진도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급하게 진도를 나갔는데 팀플에 팀플에 개인과제까지 하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했다.
밤새고 첫차 타는 날도 있었고 2일 연속으로 가야 하는 날은 옆에 숙소를 잡고 잤었다.
격일제라 이 생활이 가능했었긴 한데 애초에 전일제면 이렇게 안 했겠지
그렇게 Final Exam 직전, 아슬아슬하게 생각하는 진도를 뽑았다.
많은 진도를 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활한 것치곤 괜찮았다.

Final Exam

일반 시험은 4시간인 반면 마지막 시험은 8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오래 치는 시험인 만큼 멘탈 관리가 중요해서 얄팍한 방법을 되게 많이 썼다.
마스크를 KF94 대신 KF-AD마스크를 쓴다거나, 주기적으로 물을 마시러 가고 그랬다.
마지막쯤엔 "이만큼 풀었으면 그만 풀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 만큼 피곤했었는데
"못 푸는 문제는 있어도 안푸는 없어야 한다"라고 생각해서 마지막까지 풀었다.
마지막 두 문제를 정말 천천히 풀어서 그 전 나머지 문제 전부 푸는 시간보다 오래 걸렸다.
정말 천천히 풀었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포기하지 않을 만큼씩
결과는 100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출입카드를 반납하고, 지원금 확인하고 나왔는데 시원섭섭했다.
이제 끝인가..? 아직 실감은 안되었다.
끝나고 작게 시작했지만 인원이 늘어난 모임을 다녀왔다. 내용은 생략

끝났나..?

아이러니하게도 끝났다는 걸 실감한 건 다음날이었다.
가방을 챙겨 나오는데 자연스럽게 출입카드를 확인했고, 이제는 없다는 사실에 "아 진짜 끝났구나" 싶었다.
그렇게 나의 피신은 끝이 났다.

라피신은 어땠나

괜찮은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함께해서 즐거웠다.
실력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장단점이 확실한데,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부분이 많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즐겼는데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시스템적인 단점이나 불합리함은 많았다.
물론 의도적으로 넣은 부분이 많았는데 모든 게 의도였을까 싶다.
피신을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말은 "인생은 불공평하다"였다.
누군가는 정말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웠을 테고, 누군가는 이미 충분히 알고 왔을 것이다.
또 피신 과정을 누군가는 더 많은 정보를 들고 왔을 것이고, 누군가는 정말 처음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다. 실력이 좋은 사람, 안 좋은 사람 모두가 배울 부분이 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 더 실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더 여유가 있을 테니까.

라피신의 장점

구현적인 관점에선 "이런 걸 언제 만들어보겠어" 싶은걸 만드는 경험이 많았다.
일부는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지만 꽤 많은 문제가 생각만 했지 직접 만들어본 적 없는 문제들이었다.
시스템적으로는 한 달 동안 300명 남짓의 사람이 한 과정에 몰두하는 경험을 또 언제 하나 싶다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모두가 이 라피신의 시스템을 분석하고, 어떻게 살아남을까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경험은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특히 주차가 지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람들이 새로운 루머를 가져오며 추측하는 건 나름의 재미였다고 생각한다.
한 달 동안 교수도 교재도 없이 목표만을 제시하며 나아가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라피신의 단점

교수도 교재도 없이 목표만을 제시하는데 목표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번역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오직 목표만을 보고 달려 나가야 하는데 불분명한 번역으로 고생하는 것이 과연 의도일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인생은 불공평하니까 그것도 납득해야 해'라고 할 것이다.
내가 저 말 다음으로 곱씹으며 했던 메세지는 코딩 매뉴얼에 있었던
'너의 쓰레기 같은 코드를 주석으로 퉁치려 하지 마라'라는 뉘앙스로 적힌 글이었다.(이제 기억이 가물가물..)
그 쓰레기 같은 번역 상태를 '인생은 불공평하다'라는 말로 퉁치지 말자
목표만을 주고 1달을 달려가는 과정에서 목표의 번역 상태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모두의 목표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꼭 개선해야 한다.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말로 퉁치지 말고

그럼에도

재밌었다. 본과정에서도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우선 합격을 해야 한다.

이걸로 나의 라피신 3기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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