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김형민·2023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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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Developer Academy 2기

1월 20일 오후 5시,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오픈 카톡방 인원을 보고 경쟁률이 그다지 높지 않음을 어림 짐작할 수 있었어서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확실한 결과가 쥐어지기를 기다렸다.

이제는 정말 회사에 말씀드려야 할 때가 왔다.

나는 대기업 건설사에서, 그것도 가장 대표적인 토목 현장에서 시공 관리자로 근무중이다.
숙식비 지원 (비록 나는 내 돈주고 나와서 자취하고 있지만), 기름값, 귀향여비 등등을 포함하면 결코 적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있는 내가 퇴사를 결심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과연 내가 이 직업을 평생 직장으로 삼을 수 있을까?

  1. 타지 생활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되었지만, 평생을 서울에서 살던 내가 타지에서 홀로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혼자서도 잘 노는 나조차도 처음에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으니깐. 또한 먼 훗날 내가 가정을 꾸리게 되었을 때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2. 워라벨
    돈을 많이 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해가 떴을 때 최대한 공사를 진행해야해서인지, 건설 현장의 시작은 오전 6시 30분부터이다. 코로나 이후로 많이 줄었지만, 처음 현장에 왔을때만 해도 일주일에 회식은 기본 3번, 소주 한 두 병은 거들 뿐이었다. 겨울에는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해서 완전히 어두워진 후 퇴근을 해 비타민 D가 부족해지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3. 안전! 안전! 안전!
    중장비와 각종 자재들이 머리 위를 지나다니는 현장은 늘 위험요소로 가득차 있다. 실제로 내가 있던 현장에서도 큰 사고가 한 번 났었다. 각종 소음과 잠재된 위험요소들이라는 불안함을 늘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다는 것은 꽤나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마치 전쟁에 대비하는 군대가 그렇듯이, 건설업의 수직적인 문화는 이러한 위험 요소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평균 연령대가 높은 것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과연 내가 평생 이 직장에서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 답은 "No" 였다.

새로운 도전을 망설임없이 시도하지 못할 나이가 되기 전에 과감하게 선택하였고, 더 늦기 전에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자 한다.

p.s. 추가로, 이렇게 나열하니 건설업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 좋은 점도 많이 있다. 나는 종종 이 직종을 '사람냄새'가 가득한 직장이라고 표현한다. 업무 특성 상 다양한 사람들과 엮여 있고 딱딱하게 기계처럼 일을 처리하는 문화가 아니기에, 그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이 오간다. 실제로 그렇게 의견차이로 다투던 직원들도 준공식 때가 되면 서로를 진심으로 끌어안고 고생했다고 다독이고,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흐른다고 한다. 또한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맡아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이 더 편리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노가다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도 건설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을 존경한다.

#23.03.06

2월 17일까지 인수인계 절차를 마치고 이후에 연차와 휴무를 소진한 후 퇴사를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퇴사일과 ADA 시작일 모두 2023년 3월 6일로 딱 들어 맞았다. (다시 계산해보니 연차가 2월 근무로 인해 하루 더 생겨 3월 7일이네 머쓱)

나름 나에게 있어서 의미가 큰 날이 될 것 같다.
올 한 해 많은 성과들을 거두고 이 날이 앞으로 후회스러운 날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자!!!! 화이팅!!!!



블로그 글이 쓰다보니 엄청 길어지는 구나..🙄
이게 다 초보 블로거라고 티내는 것이겠지?
다음부터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좀 요약해서.... 줄여보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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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이 많은 인생.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블로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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