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세이버 개발기 - 기획의도

Lana Chung·2021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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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세이버는 작년 이맘때쯤 시작해서 여름에 마무리했던 토이 프로젝트였다. 갑자기 생각난 이유는 최근에 부트캠프에서 과제로 내준 간단한 웹 페이지 만들기에서 카트 세이버를 본의 아니게 끌어 썼다. 원래는 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track your routine 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제 기간 6일 중에 4일을 달력 만드려고 애쓰다가 결국 하루 남기고 이러다 제출 못하겠다 싶어서 익숙한 데이터 API를 다시 불러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flask로 만들어야 했고, DB도 만들다 보니까 내가 작년에 프로젝트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부분이 더 눈에 보여 아쉬웠다. 적어도 DB라도 내가 짰으면 훨씬 큰 도움이 됐을텐데.. 당시 회고를 할 때도 이런 점이 아쉬웠지만 이제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고 나니 더더욱 한참 헤매던 그 때의 나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더 정신차리고 할걸!

이 글은 부트캠프 과제로 진행했던 간단한 웹 과제 how is your cart를 내가 html부터 DB까지 개발하면서 작년의 카트 세이버를 지금의 내가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담긴 회고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카트 세이버 자체의 아이디어가 괜찮았던 만큼 추가적으로 들어갔으면 좋았을 부분들로 마무리하며 정리해 보려 한다.


기획의도

작년에 쓴 글에서 가져왔다.

아이템을 고민할 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이 서비스가 어떤 타겟의 니즈를 풀어줄 수 있을지다. 
나는 코로나19로 타격 받은 수 많은 사람들 중 한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3월에 코엑스에 자주 갈 일이 있었는데 식당 한 두개가 아니라 전체가 그렇게 텅텅 빈 건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어디 갔나 했더니 다들 마스크를 끼고 마트에서 카트를 밀고 있었다. (...)
규모가 작더라도 의미 있고, 확실한 기능이 있는 웹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고, 
작년에 나름 '서비스 기획자'로 일해봤으니 새로운 프로젝트를 얼른 시작해보고 싶었다.
사실 처음으로 만든 웹 서비스는 2년 전 처음 데이터 분석을 배울 때 만들었던 '더 라스트 다큐'라는
프로젝트였는데, 실무에서의 8개월 경험이 얼마나 내 안에 거름으로 남았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마침 42 서울에서 공모전 형식의 이벤트를 열어 두 명의 좋은 분들과 시작해 볼 수 있었다. 

나는 늘 뭔가를 만들때 그냥 분석 수준의, 한번 쓱 훑고 내려 볼만한 프로젝트는 별로였다. 일상의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한 달에 한번이라도 쓰임새가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그래서 여자라면 한 달의 한 번 꼬박꼬박 돌아오는 월경이라는 기간 관련 상품을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 결국 의식주 관련된 상품이 늘 새로운 회사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로 유행하지 않던가? '수면' 관련된 상품은 또 어떻고? 월경 관련된 서비스를 훑었을 때는 주로 생리대 파는거 아니면 주기 예측 어플 정도였다. 기본 건강앱이 해주는 것 이상의 편리함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잠시 딴 얘기였지만.. 결론은 '대단하지 않더라도 확고한 기능이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카트 세이버의 타겟은 지금 장을 보고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장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다. 지금 바로 당근 1개가 얼마쯤인지, 얼마를 주고 사면 비싼건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자취를 5년 넘게 한 사람도 대답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다르게 생각해서, 그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하는게 중요한 것인가? 그냥 당근이 필요할 때 당근을 포털에 검색해 보면 되는거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당근만 사는게 아니다. 그리고 양파, 감자, 돼지고기, 소고기를 살 때쯤이면 내가 장바구니에 담는대로 공시 가격을 알려줬으면 하는 서비스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 서비스는 자주 사용하진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장보기'때 한번쯤 검색해 보게 될 것이다.
how is your cart 의 동기 피드백을 통해 이게 맞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식재료를 담으며 사용해 볼 수 있겠다거나,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가성비에 민감한만큼 시의 적절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래서 추가로 개발해 볼 수 있는 부분도 이런 피드백의 연장선상일것이다. 정작 카트세이버를 할 때는 외부의 피드백 보다는 우리 셋의 머리 안에서 나온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돌이켜 보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들어갔다거나, 그 때 디벨롭 했다면 더 좋았을 기능들이 생각난다.

프로젝트 협업 툴로 노션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건 카트세이버가 처음이었다. 지금은 친구들끼리 캠핑 장소만 정해도 노션 페이지로 초대하지만. 처음 프로젝트 회의를 했을 땐 내가 PM으로서 미팅 노트나 로드맵 같은 걸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스케쥴링 하는 게 목표였다. 막상 팀원들이 열심히 개발할 때 따라가느라 아무것도 제대로 못했던 것 같지만.. 이래서 언제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 (솔라즈)에서는 무엇보다 PM 업무를 1순위로 둘 예정이다.
노션 보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얼마든지 데이터 분석가로 협업할 수 있었다. 하다못해 혼자 파이썬으로 가격 예측 모델이라도 만들었다면.. 간단한 linear regression model 쯤은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가격 데이터니까. 혼자 how is your cart 만들 때도 처음엔 달력 앱을 만들어 보겠다고 시간을 날린게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

다음은 작년에 썼던 카트세이버의 개발기에서 가져왔다. 프로젝트 초반 부분 생각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우리가 주고 싶은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장을 보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내가 방금 집어든 이 양파가 지금 사면 비싼 걸까? 사도 되는 걸까? 에 대한 대답이다. 정확한 공시 가격과, 마트 가격의 비교를 통해 '내가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구나' '이번 달도 돈 없는데 진짜 똑똑하게 사야돼'에 대한 안정감을 원하지 않을까. 신선식품의 실시간 시세를 알려주고,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양파를 장바구니에 담아도 될지 안될지 알려주는 확실한 기능의 웹 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작더라도, 하나의 완전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보통 학생 프로젝트라고 하면 처음 기획할 때 엄청난 열정으로 이런 저런 기능 다 넣자고 부푼 꿈을 꾸다가 진행 1주차만 되도 진도가 서서히 느려지고, 어물쩍 없어졌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회의 첫 날부터 주차별 진도를 미리 정하고 시작했다. 회의록을 모두 기록하여 우리가 주차별 진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했다.

놀랍게도 미리 정한 이 계획대로 서비스가 개발되었다

우리는 그래서 처음부터 단 한가지 기능, 한 타겟에 초점을 맞췄다. 농축수산물의 공시 가격을 현재 장을 보고 있는 초보장봄러에게 알려주는 것. 그리고 장을 보고 있을 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는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 지난 주, 지난 달, 작년 가격은 어땠는지 알려줘서 현재 가격이 어느 쯤에 있는지 파악하자
  • 인터넷 쇼핑이 더 익숙한 타겟을 위해 쇼핑몰 가격을 알려주자

이 3가지에 선택과 집중 하여 대시보드 구성 요소를 정했다.

사실 프로젝트를 할 때 제일 재밌고 머리가 휙휙 잘 돌아가는 파트는 서비스 이름 정할 때가 아닐까. 셋이서 머리 굴려가며 내놓은 이름들을 이번에 정리하면서 다시 보는데 너무 웃겼다. 참고로 세이버는 카트 구세주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세이버'를 쓰고 싶었는데 saver는 간지가 안나서 'savior'로 한거다. 그렇다고 카트 세이비어라고 할 순 없잖아.



맞다. 서비스 이름 정하기가 프로젝트에서 제일 재밌다.
근데 솔라즈는 아직도 못 정했다. 제목 못정한 프로젝트는 내기획인생 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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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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