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차🚙] 출근 17일 차

오늘 아침에는 인디펜던트 워커를 읽었다. 나는 글쓰는 개발자가 되어야지 :)

요즘 회사가 정말 바쁘다. 이제 출근한 지 3주도 되지 않았는데 야근하고 있다. 월~목 9시간 + 금 n시간 근무를 목적으로 하였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서 자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보통은 퇴근하고 집 가면서 책 읽고, 집에서 책 리뷰를 작성하거나, 일상을 적거나, 다음 날 먹을 것을 준비하거나, 집 정리를 하거나, 운동을 나간다. 하지만! 어제는 저녁 9시에 퇴근을 했기 때문에 씻고 잤다. 지금의 나는 또다시 회사다.

퇴근길에 "이렇게 늦게 퇴근할 거면 차라리 회사 근처에서 사는 게 낫겠는데?" 싶었다. 사실 회사 일이 바쁘지만 그러면서도 좋아하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싫었으면 어떻게든 나갈 생각만 했겠지. 한편으로는, 회사 근처로 오면 움직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잠자는 시간만 늘고 책읽는 시간은 줄어들 거라는 예상도 했다. 어쩌면 출근길이 내가 회사에서 일하기 전까지 예열하는 시간일지도.

한양대역 다음에 뚝섬역으로 가면 강이 보인다. 도착했다는 걸 깨달으면서도 오늘의 날씨를 알 수 있고, 이 세상이 여러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지구를 바라보는 외계인처럼 나도 그렇게 바라본다.

현재는 런칭 준비를 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코드를 추가하고 있다.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루트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사이드 프로젝트와 현업의 가장 큰 차이 같다. 보통 기획-디자인-개발이라고 한다면, 현업에서는 마케팅이 빠질 수 없다.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래야 내가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마케팅에 대해서는 단순히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키워드를 뽑아내는 과정이나 인플루언서와 통하려는 모습을 보면 실감 난다. 세상은 넓게 바라봐야 한다.

어제 점심에는 신입z회식이 있었다. 나를 포함한 3명이 신입이다. 두 분 다 실명을 쓰고 계셔서 내가 새롭게 내 블로그에서 부를 수 있는 닉네임을 정했다. 목캔디와 코코팜이다. 뭘 좋아하시나 생각해봤는데 간단한 단어로 호칭하기 딱 좋았다.

목캔디는 디자이너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옷을 색감이 잘 어울리게 입는다. 아직도 생각나는 옷이 있을 정도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본래는 편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목소리가 정갈하고 의사 표현을 분명하게 한다. 목소리로 주는 신뢰감이 있다. 한 번은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와, 개쩐다~!"라고 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때 뭔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나운서가 뉴스에서 일상 토크를 한 거 같았다. 그때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를 대하는 게 점점 편해지면서 은어도 나오는구나 싶었다. 목캔디, 마음에 든다.

목캔디는 나와 같은 부서이다. 개발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실력에서 "아, 내가 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바꿔서 "우리는 팀이니까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태도를 변환해서 말을 많이 걸었다. 덕분에 같은 디자인을 다르게 작성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이 귀찮게 하려고 한다. 테오의 스프린트를 할 때 모르는 걸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깊게 뉘우쳤는데, 이것이 행동으로 나온 좋은 사례가 되었다.

코코팜은 10~11시에 자고 8시 반전에 출근한다. 잠을 줄일 수 없어서 수면 시간을 앞당겼다고 했는데, 본인의 패턴을 알고 스스로 조정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셋은 아침에 출근길에 독서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코코팜은 TCP/IP 전공 도서를 들고 다녔다. 내가 입사하기 전에 어떤 행사가 있었는데, 거기서 네트워크 공부를 평상시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시간날 때 읽는다고 했다. 아침부터 네트워크? 와, 진짜 개발자. 코코팜도 마음에 든다.

회식 장소는 훈연이었다. 가장 싼 게 1.9만 원 정도라 비싸게 느껴지지만, 우리가 올해 먹으면서 가장 맛있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직원에게 극찬하고 나왔다. 심지어 매장에서 굿즈로 주는 성냥이 있는데, 일본의 부적 같은 동물이 그려져있다. 늑대 + 구미호같이 생겼다. 모니터 하단에 두었다.

사람이 좋으니 마냥 좋다. 힘들어도 풀 곳이 있다. 입사하기 전에는 9~6시 칼퇴!를 외쳤지만, 막상 다녀보니 퇴근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을 즐기고 하루를 보내는 게 더 나에게 남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인복이 정말 많은 편인데, 역시 여기서도 이루었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인생이라니 참, 너무 좋다. 앞으로도 행복한 생활을 보내길. 우리 모두 :)

목캔디와 함께 코드짰던 회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