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논쟁을 현명하게 종식시키는 방법

GeonHo Tony Han·2020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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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구성원들 간의 기술 논쟁은 피할 수 없다. 각자의 가치관, 철학, 기술관 등이 충돌하며 더 나은 미래를 낳기도 하고 암울한 조직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어떤 것들이 이런 차이를 낳는 것일까?


두 원칙

과거의 경험들을 곰곰히 돌아보니, 개개인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들 간의 공감대와 분위기였다. 코스모스에는 과학의 특징에 대한 두 가지의 큰 축이 소개된다.

  1. 신성 불가침의 절대 진리는 없다.
  2.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은 무조건 버리거나 일치하도록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축은 기술을 다루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제품팀에게도 모두 유효한데, 더 와닿는 용어들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영원히 트렌디하고 버그없는 기술은 없다.
  2. 만약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해당 기술을 버리거나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수직 구조의 기업에선 이 두 축에 대한 고민이 상관의 경험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개인의 의문에는 개인이 마주한 문제가 존재할 것인데, 이를 문제로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장기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수평적인 지식 공유가 가능한 기업에서는 이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을 수 있겠다.

물론 이 두 가지의 축만 잘 지켜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두 축은 앞으로 있어야 할 모든 시도들에 전제되는 원칙이다.


유저 지향성

위 두 원칙 말고도 사실 하나의 원칙이 더 존재한다. 사실 위 원칙들은 모든 학문과 지식활동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들이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김창준님의 저서 함께자라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성숙되지 못한 조직의 애자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참여이며 성숙한 조직의 애자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짧은 개발 주기이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해서, 유저에게 전달되지 못할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시간낭비이며 이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유저 지향성은 기술과 관련된 제품을 생산해내는 제품팀에서 종종 잊히는 듯 하다. (나의 편향일 수도 있는데) 유저에 대한 고민보다 제품팀의 작업 효율성에 대한 고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물론 작업 효율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작업 효율성을 늘리기 위한 노력들이 결국엔 유저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부터 살아갈 수 있으며 우리 또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일을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생각이 기술 논쟁을 현명하게 종식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유저 지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제품팀은 기술 논쟁을 언제든 현명하게 종식시킬 수 있다.


실질적인 실천법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 다음 문항 들은 기술 논쟁에서 고려해봄직한 질문들이다.

  • 팀 내에 해당 기술의 고수가 존재하는가?
  • 그 기술로 유저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가?
  • 팀 외에도 해당 기술의 고수가 다수 존재하는가?
  • 그 기술이 기술부채가 되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 외에도 유저 지향성에 따라 여러 질문들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에 일을 하는 것은 우리 팀이며 우리 팀이 일을 해서 가치를 전달하기에 더 적합한 방향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질문들은 결국 다음 질문으로 귀결된다.

  • 개발주기를 짧게하고 유저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가?

기술 논쟁이 발생했을 때, 위 질문에 대해 모두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그래야 공감대가 더욱 두터워진다. 그리고 이 고민은 감정보다는 이성의 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감정이 개입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감정이 없으면 이성도 마비된다는 내용의 뇌과학 연구들은 충분히 많다. 감정이 주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이 단순한 거부감 혹은 공포감인지 진짜 문제가 주는 찜찜함인지를 민감하게 파악해야 한다.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발생하는, 개개인의 자존심 때문에 발생하는 흥분은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때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대화들이 실제 기술논쟁의 중간중간에 이루어진다면 현명한 종식에 더 가까워 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지금 감정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아요. 심호흡 세 번을 하고, 이 기술들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개발주기를 짧게하고 유저의 참여를 유도하고 가치를 전달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보는 것이 어떨까요?


마무리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고 소중하다. 기술 논쟁이 발생하여 서로의 얼굴을 붉히기 전에 다음 세 원칙을 기억하고 심호흡 세 번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더욱 빠르고 훌륭하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1. 그 어떤 기술도 그 자체로 유저에게 가치를 전달하지 않는다.
  2. 그 어떤 기술도 유효기간이 존재한다.
  3. 그 어떤 기술도 유저를 위해 선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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