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seung-jae hwang·2019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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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지인이 부친의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라며 잠시 들렀다. 오랜 숙환으로 병원을 전전하시던 구순이 넘으신 아버님이 어느 날 스스로 곡기를 끊고 자식들을 불러 ‘집에서 죽게 해다오’라고 자식들에게 부탁하셨단다.

당신의 성격과 흐트러짐 없이 살아오신 모습을 봐도 추하지 않은 죽음으로의 길을 희망하셨을 것이다. 혼란에 빠진 자식들이 부랴부랴 회의했는데 만장일치로 가기 싫다는 요양병원으로 모셔서 수액과 영양제를 공급하며 한바탕 소란을 치르고 어르신이 다시 살아났다.
그 날 이후 당신의 몸은 살았으나 정신은 사경을 헤매고 계시는지 몇 달이 지났다고 한다. 오늘 지인이 와서 조심스레 말하길 ‘그때 가족들이 아버지의 말씀에 동의하고 집에서 임종을 지켜봤으면 어땠을까? 뼈에 가죽만 남은 저 몰골로 살아 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 ‘아버지의 은혜와 사랑에 보답한다는 것이 어쩌다가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그땐 온 힘을 모아 살렸는데 반응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곱 형제 중 누구 하나 아버지 편에 서고 싶어도 들 수 없는 게 돌아가시고 난 후에 떠맡게 될 살인자 아닌 살인자로 형제들에게 눈총을 받을 것 같아서였으리라는…. 어수선한 마음을 이야기하며 이제 산사람이 서서히 지쳐가는 중이라고 한다. "

당신이 누구던 앞으로 나한테 보이지 마라 이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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