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디자인이 많이 다양해졌구나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지, 작년(2020년)까진 키보드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 pc방을 간 적이 거의 없어, 기계식 키보드란 용어도 웹 어딘가에서 얼핏 접했고 단순히 led가 번쩍이는 요란한 키보드를 일컫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손가락이 아파 여러 키보드를 알아보기 전까진 말이다.
아래는 현재 해피해킹에 정착하기 전까지의 짧은 방랑기를 정리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sjlim5092.tistory.com/74
순전히 무게 때문에 2010년 대 초반 msi 의 1kg 초반 대 노트북을 구매해 쓰다가 고장이 나 2012년인가 13년에 맥북에어로 맥에 입문을 했다.
그 이후로 계속 맥북 자체의 키보드와 매직 키보드만 써왔다.
이 키감에 너무나 익숙해져, 개발자로 전직한 뒤 윈도우를 쓰는 회사 pc에도 매직키보드를 물려서 배열을 어찌어찌 세팅해 반년 넘게 큰 불편없이 썼었다.
그러다 집에 있던 구형 아이맥을 판매하게 되면서 쓰고 있던 매직키보드도 같이 보내게 되었다.
회사 동료 몇몇이 훨씬 전부터 개발자는 기계식 키보드 써야한다며 뽐뿌를 넣었음에도 기존 키보드를 쓰는 데 불편함이 없었고, 한 번 바꾸면 계속 바꾸면서 소위 말하는 돈지랄을 하게 될 거 같아 한 귀로 흘리고 있었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던 것.
그 사이 회사에서 제공한 기본 키보드를 잠시 사용했으나 뭔가 불편하고 손가락이 아픈 느낌이었다.
사실 손가락은 그 전부터 아팠을지도 모른다.
나이도 있고(....) 취업을 한 뒤 절대적인 사용량이 증가한 데다, 아이폰 10 XR이 정말이지 더럽게 무거운데(케이스 포함 250g) 그걸 습관적으로 왼손 하나로 들고 사용하던 터라 손가락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시기였던 것이다.
게다가 매직키보드 자체가 인체공학적인 설계와는 담을 쌓았는데 당시엔 그것도 모르고, 기왕 바꾸게 된 거 만족스럽게 쓰고 있던 매직키보드 최신형으로 바꾸자 싶어 선택한 게 바로 매직키보드 2세대 스페이스 그레이 버전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받고 보니, 이쁘긴 정말 이뻤다.
그런데 하루이틀 쓰다보니, 1세대와는 다른 키감과 높이로 사용할 때마다 불편함이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오타도 잦아졌고, 손가락의 통증은 되려 더 심해졌다. (그나마 조치를 취한 것이 한 손으로 폰을 쓸 땐 기존의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으로 쓰도록 바꾼건데, 아주 약간의 효과는 있었던 거 같다.)
아무리 이뻐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채 1주일도 못 채우고 당근을 통해 판매를 하고, 부랴부랴 기계식 키보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처음으로 청축, 갈축 등의 용어를 알게 되었는데 뭔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ㅠㅠ
사무실에서 쓸 용도라 소음이 크지 않은 걸 우선하다보니 축은 저소음 적축, 디자인은 너무 화려하진 않으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걸 찾다가 바밀로 Summit 이란 모델을 발견하곤 한 눈에 반해 바로 질러버렸다.
구매처 : https://funkeys.co.kr/shop/item.php?it_id=1598507864
지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영상 (링크)
알고보니, 저소음 적축은 역시 바밀로 란 뜻으로 "바저적"이란 이야기도 있을 만큼 만듦새는 탄탄했는데 직접 써보니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손가락도 덜 피곤하고 키감도 (전에 쓰던 매직키보드에 비해) 특색 있고, 타이핑할 때의 소리도 좋고.
사실 매직키보드 1세대를 쓸 땐, 출퇴근시 키보드를 들고 다녔는데 그게 없어지니 집에서 쓸 키보드도 새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회사 다른 축을 써볼까 고민했지만 마침 당근에 적당한 가격으로 올라왔길래 바밀로 다크그레이 저소음 적축을 질러버렸다.
그런데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저소음 적축인데, 키감이 뭔가 달랐다. 좀 더 무거운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사용후 손가락이 쉬 피곤해지는 느낌이었는데 회사보단 사용량이 적으니 그대로 쓰기로 했다.
스테빌이 덜 잡혔는지(?) 몇몇 키를 누를 때 텅텅 거리는 소리도 났는데, 그건 키보드 아래에 수건을 깔아서 해결했다.
핸드폰을 오른손으로 들기도 했고, 키보드도 바꿔 손가락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으나 양손마디가 주기적으로 쑤시고 아픈 건 가시질 않았다.
보통은 아프다가도 좀 쉬면 좋아졌는데, 6월말~7월 초 쯤엔 쉬어도 좋아지질 않고 아침엔 좀 괜찮고 퇴근할 땐 손가락이 쑤시는 현상이 2주 넘게 지속되어 병원을 갔다.
(다행히) 엑스레이 상으론 별 이상이 없었지만,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체외충격파란 걸 받게 되었다.
이름 그대로 "충격"이 상당한 치료를 받은 후, 사진의 저 부분을 꽉 눌러 마사지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참고로 당시엔 저 부위를 손으로 눌렀을 때 엄청 아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병원 가기 전에도 손가락이 종종 아파서 키보드를 좀 더 가벼운 걸로 바꿔야 하나 싶어 알아보고 있었는데, 소나타 보다가 벤츠 산다는 말처럼, 알아보면 볼 수록 해피해킹을 써보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장고 끝에 결국 지른 해피해킹 하이브리드 type s ....
해피해킹을 주력으로 쓸 거라, 회사에 있는 써밋은 집으로 옮기고, 집에 있던 다크그레이는 당근으로 팔았다.
2개월 동안 해피해킹을 사용한 소감은...
키감, 타건시 나는 소리 등 뭐 하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없다. 오타와 손목 움직임이 줄어서 피로도가 덜해졌고, 키압도 딱 좋아서 손가락 통증 역시 감소했다. (물론 타자를 많이 친 날은 여전히 좀 쑤시지만)
무접점(해피해킹)과 저소음 적축(바밀로)을 옆에 두고 비교해보니 소위 기계식 키보드는 키를 누를 때 스위치가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이 있어 무겁다고 인식이 된다. 무접점은 그런 느낌 없이 쑥 들어가고.
더 다양한 키보드를 써본 게 아니라 확실하진 않지만, 내가 느끼는 무겁고 아니고의 차이는 키보드 스펙 상의 키압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키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인 것 같다.
번갈아 쳐보며 깨달은 점 하나는, 내가 타건을 할 때 키를 끝까지 누르는 습관이 있다는 것.
그러한 습관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스위치의 반발을 끝까지 이겨내면서 타건을 하느라 손가락에 피로가 더 누적된 게 아닌 게 싶다. 무접점의 경우 반발이 없다시피 해서 손가락이 훨씬 편하고.
해피해킹 타건이 재밌어서 타자연습도 종종 하는데, 그때마다 끝까지 누르는 습관을 고치려고 의식한다.
어차피 무점접, 저소음 적축 둘 다 키를 끝까지 누르지 않아도 입력이 되는터라, 키를 살살 누르는 연습을 한 뒤 저적을 치면 예전보단 좀 더 편한 것 같다.
++ 추가 (2022.10.11)
다른 영상에서 본 거 같은데, 스펙 상의 키압은 보통 키를 누르기 시작하는 시점의 압력이라고 한다. 그것과 키를 바닥까지 누르는 압력(바닥압)과는 다른데, 그래서 기계식은 중간에 걸리는 느낌 때문에 바닥압이 더 강한 것. 또한 그렇기 때문에 스펙상 키압은 같지만 기계식 쪽이 손가락에 무리가 간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해피해킹 이야기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배열의 괴랄함은 내겐 전혀 문제가 되질 않았다.
처음 써보고 채 30분도 되질 않고 완벽하게 적응을 했는데, 세팅을 조금 맞춰주니 윈도우 pc와 맥북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다음 포스팅에선 내 해피해킹 세팅에 대해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번 포스팅은 다음 글을 위한 빌드업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