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개발자로 성장하기 - 허락을 기다리지 않기

hyemin916·2023년 3월 9일
61
post-thumbnail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시절. 나를 예뻐해준다고 느꼈던 사수의 말투가 어느 날 차가워진걸 느꼈다. 나는 그냥 질문을 했을 뿐인데. 억울하기도 했지만 '내가 뭘 잘못했나?'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러다 원인이 될만한 사실 하나를 번뜩 떠올리게 됐다. 내가 한 건 평범한 질문이 아니라, 내가 한 일에 대한 사수의 허락을 맡으려고 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일이 1년 넘게 지속 되었다는 사실말이다.

허락을 기다린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안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내 일을 스스로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크로스 체크는 물론 중요하고, 개발자에게 코드리뷰 같은 문화가 권장되고 있기도 하지만, 상사 혹은 동료에게 사사건건 내가 한 일이 괜찮은거냐고 물어보는건 또 다른 문제이다. 내 질문으로 인해 동료는 내가 이미 한 일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사실상 내 일을 미룬 것과 다름이 없다. 문제는 동료에게도 그에게 주어진 그만의 일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내 일에 대한 타인의 허락을 맡고 싶어하는건 잘못되어도 내 책임을 덜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태도일 수도 있다. 아무렇게나 일을 해도 최종 결정은 다른 사람이 내렸으니 내 책임은 덜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물론 '허락을 구하려고 하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 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회사 일이 단순하지는 않다. 때로는 의사 결정을 상사에게 미뤄야만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이라도 당연히 질문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과 허락을 구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너무 많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건 아닌지, 언제나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태도는 아닌지 가끔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

내 일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는 것은 좋은 성장 동력원이 되어준다. '내가 한 일은 모두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모든 결정은 내 스스로 내려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면 허접한 상태로 머무는 걸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잘하는 개발자가 되려면, 적어도 못하지 않는 개발자가 되려면 일에 대한 오너십은 필수이다. 모르는게 너무 많은 주니어일 때일수록 잘하는 개발자에게 허락을 맡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언제나 허락을 맡으려고 한다면 스스로 잘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개발자를 찾아 결정을 미루기만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이런 태도는 스스로 갖추고자 해야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강요하면 안된다. 허락을 맡으려고 하는건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고자 나오는 행동이다.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은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 허락을 구하려고 하는, 조금은 자신 없고 불안해보이는 동료에게는 관대함을 베풀자.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 동료는 어느 날 수동적인 태도를 바꾸려고 결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많은 책임을 진 우리는, 조금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내 일은 내가 결정을 내리기. 내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기.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적으로 필요한 태도인 것 같다.

profile
@Ktown4u 개발자

8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3월 15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3월 15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3월 16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3월 16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3월 16일

크게 공감가는 글입니다. 마지막에 강요하지는 말라는 말씀도요.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3월 16일

요즘 관련된 내용으로 고민을 계속해서 하는 상황 이였는데
비슷한 내용이라 신기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3월 16일

글 내용과 비슷한 얼개인 것 같아, 이 영상을 추천드립니다 : 25년차고요, 제 직업은 개발자를 키우는 개발자입니다 | 오늘의집 CTO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3월 17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