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8일

첫 직장에서 마지막 프로젝트를 함께 하던 지인의 소개로 2018년 5월 8일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다들 같은 이유로 첫 직장에서 퇴사했고, 나를 소개해준 이 지인은 나보다 몇 개월 먼저 퇴사해서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월급이 밀리는 상황이라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던 상황인 내게 다음 회사를 고를 여유가 없었다. 물론 첫 회사에 재직 중 몇몇 기업의 채용면접(N사, T사, C사)을 봤었지만, 실패를 경험했다. 물론 거기서 배운 것도 있었다. 이건 나중에 이직 이야기에서 적어야겠다.

두 번째 회사는 공공기관 운영업무를 주로 맡아서 진행하는 회사였다. 첫 회사와 규모는 비슷했지만, 모회사가 큰 회사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었다. 단지 이 회사를 급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인….

"안정적으로 급여가 들어오는가?"

위 조건에 충족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입사를 결정했다. 첫 업무는 외교부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지만 요건 기밀인 부분이 많아 이야기로 적을 내용이 없다. 단지 여기서 겪었던 업무환경에서 엄청난 피로도를 느꼈다.

지금 결혼한 아내와 이 시점에 첫 데이트를 했다. 첫 데이트에서 저녁을 같이 먹는 자리에 하필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나는 음식이 나오자마자 회사로 복귀했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면 다시 복귀하라는 전화가 왔다. 퇴근하고 회사 동료들을 만나 저녁을 먹거나 술자리를 갖게 되어도 어김없이 복귀 전화가 왔다. 주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춰버리겠네 정말!!!!!!!!!

전화벨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퇴근하거나 쉬는 날 전화가 오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뒷목도 땡겨왔다. 그 이후로는 회사를 선택하거나 업무를 선택할 때 또 다른 평가 기준이 생겼다.

"퇴근 이후의 삶과 주말을 보장받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쪽 업계에서 야근은 흔하다. 하지만 퇴근이 늦어지는 야근과 퇴근하고 이제 아늑한 집에 도착해서 다시 회사로 끌려나가는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지인 소개로 입사한 회사지만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소개해준 지인에게도 충분히 이야기했다. 물론 지인도 나와 함께 갖은 술자리에서 내가 전화를 받고 돌아가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다. 결론적으로 입사한 지 8개월 만에 앞으로 내가 쌓을 커리어에 오점을 남겨도 상관없단 심정으로 퇴사 의사를 밝히게 되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사실 1년도 근무하지 않고 퇴사했다는 것이 훗날 이직 과정에서 평가 담당자들에게 비칠 모습과 또 소개해준 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내게는 마이너스 요소뿐이다.

그런데 퇴사하겠단 처지를 밝히고 난 후에 회사에서는 다른 근무지로 변경을 권유했다. 본사 규정상 근무하고 1년이 지나야 근무지 변경 요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입사 8개월 차 정직원이라 그게 불가능한 상황인데 이런 답변이 왔다.

결론적으로 외교부에서 서울소방관련 기관으로 근무지를 변경하게 되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당시 그 업무 사이트에서 2명의 퇴사자가 있어 TO가 발생했다고 한다. 현 근무지에서 좋지 않은 근무 환경에 노출되었다가 보니 퇴사자들의 퇴사 사유도 점점 궁금해졌다.

근무지를 변경하고 출퇴근 거리는 멀어졌지만 여유 있는 근무환경과 전화 노이로제에서 해방되었다. 매일 남산을 오르는 출퇴근 길로 다녔다. 또 내부적으로 전 근무지와 구성원들의 소속 차이가 있어 대화하기에도 더 좋았다.

"그래도 1년을 채우면 퇴사한다."

1년을 채우면 퇴사를 하겠다던 내 생각은 어떤 시스템 개발에 투입되면서 바뀌게 되었다. SI 회사를 근무하던 시절은 초급 개발자이기 때문에 기획이나 DB, 화면설계를 내가 담당할 수 없었다. 물론 업무 구조상 철저하게 나뉘어 있어 기획은 기획자가 DB 설계는 개발팀 팀장이 진행했지만, 당시 3년이 조금 넘는 연차에서 이런 경험이 없다는 것은 내가 느끼기에 엄청나게 큰 공백이었다. 그래서 이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기 전에 미리 이야기했다.

"화면 기획과 기능과 관련된 내용 전체를 설계를 해보고 싶어요."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와 UI/UX 개발 플랫폼 내에서 화면설계와 DB 설계를 했다. 물론 DBA에 확인을 받아 승인을 받고 기획안은 지속해서 PL과 협의해서 진행했다. 중간중간 기획된 내용에 대해 리뷰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개발에 들어갔다.

첫 직장에서 경험하거나 공부하지 못했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경험이라 생각했고, 오랜만에 SI 회사에서 느꼈던 그런 업무 느낌을 받았다. 개발하면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고민하고, 그것을 구현하고 문제를 디버깅하고 최종적으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 성취감을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운영업무에서 발생하는 내가 느끼는 치명적인 단점을 경험하게 되었다.

"또 전화…."

이건 위의 그 전화와는 약간 다르지만, 나중에 다루기로 하겠다.

이래저래 해서 결론적으로 개발 건을 완성했다. 그렇게 그 해가 끝났다. 내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내년도 연봉 평가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이 회사에 근무하면서 내가 갖고 있던 운영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에 대한 내 편견을 굳히게 되었다. 운영업무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기존 레거시 시스템에 뭔가 획기적인 시도가 없다면 늘 같은 코드를 유지보수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내 짧은 경험으로 이 시장 전체에 내릴 판단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발전이 느리다고 판단했다. 안일하게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기존 근무자들의 대부분은 40대 초중반, 이제는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기보다는 단지 여유 있는 근무 환경에서 자신이 할 일(부동산 혹은 주식 투자)을 할 수 있으면서 꾸준히 돈이 나오는 업무를 좋아하게 된 그런 분들이다. 워라벨이라는 말에 맞춘다면 정말 최고의 근무지라고 생각했다. 야근도 없었고 어쩌다 있는 훈련(내부 재난 상황)에 맞춰 주말에 출근 대기가 전부였다. 익숙한 환경에 놓이게 되고, 딱 그만큼만 알면 업무에 지장이 없었고, 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환영할 업무환경, 부지런히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 딱 내 연차의 개발자들이 도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은 저들처럼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첫 SI 회사는 잦은 개발업무에 노출되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개발과 관련된 개인의 스킬업이 빨랐다. 작은 회사에서 FE-BE를 모두 개발하다 보니 내 업무 영역의 전문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첫 직장에서 쌓는 경험은 도움이 되었다. 또 개발 회사에서는 다양한 신규 기술에 대한 리뷰나 사용 시도가 잦았다.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접해보고 사용해볼 기회가 많이 있었다. 또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뭔가 진취적이고 개인적으로 발전하려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내게 첫 직장, 그리고 개발회사는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더 늦기 전에 이직을 해야겠다...."

그리고 기준을 정했다.

대형 SI기업 < 소셜커머스 기업 <<<< 포털업체(네이버 <<< 카카오)

이런 생각을 갖고 업무를 이어갔고 해가 넘어가 2019년이 되었다.

"2019년 5월까지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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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고 싶은 커머스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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