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다.

3.4초라고 유명한 신병위로휴가를 다녀왔다. 첫휴가 언제야 첫휴가 언제야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10월이요! 라고 대답하던게 엊그제같은데, 그새 나가서 그새 복귀해버렸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기록해두고자 한다.

identity

이번 휴가는 정체성 확립의 시간이었다. 군인으로서, 개발자로서, 크리스찬으로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속했는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와 대화들이 있었다. 내가 여기에 있었고, 내 자리는 여전히 거기에 남아있다. 나는 여기에도, 거기에도 살아있다는 것을 눈과 피부로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군인?

현재 나는 군인이지만, 우리 집, 우리 가족에 속한 사람이다. 집에 4개월만에 돌아오니 이 사실을 다시금 피부로 느꼈고, 지금은 군인이지만 언젠가는 이곳으로 완전히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되새길 수 있었다. 나는 군인이기 이전에 성남시민이며, 엄마의 아들이자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자이다. 이걸 잊지 않고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희망적이었다.

개발자

개발자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그래서 군대에서도 공부를 하고, 개발을 하곤 했다. 그러나 휴가 첫 날 컴공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나는 얼마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공부하고 있었는지 돌이키게 되었다. 사회라는 곳에서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지금 얼마나 피튀기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렇기에 얼마나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간절해야 하는지. 여기서는 미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친구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고,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숨을 돌릴 필요는 있지만. 방향성과 방법론을 점검해야겠다고 느꼈다.

크리스찬

교회에 다니는 사람, 예수님을 믿는 사람. 4개월간 주변에 이에 대해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전무했고, 그래서 교회에서, 밖에서 우리 교회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1분 1초가 너무나도 소중했다. 주일날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게 당연한 일주일의 일과였는데, 이렇게 감사하고 기쁜 일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주셨다. 군대에서, 사회에서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무엇일지, 이를 따라가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특히 청년부에서 느헤미야 말씀을 통해 공동체 trouble shooting에 대해 나누게 하신 건 나에게 군 내에서 문제가 있을때 주님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나를 사용하시려는 뜻은 아닐까. 란 생각을 했다.

걱정

걱정도 하게 되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4개월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더더욱 가까워진 모습을 보며, 내가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닐까? 내가 돌아와도 이 간격을 메꿀 수 있을까? 란 걱정이 생겼다. 많이 부럽기도 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가깝고 싶어서, 더 두렵고 걱정되는 것 같다.

뭐가 그리 두려운거야?

복귀 직전, 갑자기 너무나 두렵고 무서워서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입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여기에 있는 것 보다는 내가 그곳에 없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내가 그곳에 없는 사이, 내가 지워지면 어쩌지. 내가 돌아왔을 때, 나의 것들이, 나의 사람들이 더 이상 없으면 어쩌지. 이런 걱정이 다시 들었던 것 같다.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란걸 깨달은게 이번 휴가인데! 이에 감사하다고 고백하고 기뻐했음에도 다시 넘어지고 두려워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직 멀었구나. 믿음이, 기도가 부족하구나. 다시 느낀다. 생각해야지. 기도해야지. 절망하는 내가 아니라 다짐하는 내가 되고 싶다. 그리하여 무사히 감당해내는 자랑스러운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