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1. Mon.

구명규·2023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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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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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학교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나오는데,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 20분 정도 혼자 산책을 다녀왔다. 어느덧 6년째 보아온 같은 건물들에 같은 거리였지만, 서로 다른 야잠을 입고 각자의 풋내를 풍기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그들의 무대에서 비켜선 채로 천천히 관망하고 있는 내 모습이 사뭇 어색하게 느껴졌다.

  공기에게도 질감이 있다.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없는 날의 공기는 분명 말랑말랑한 질감을 가진다. 괜스레 숨을 한두 번 크게 내쉬며 오늘의 날씨를 그렇게나마 만끽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분명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은 없었는데 은은한 향기가 온 공기를 메우고 있었다. 새내기들에게서 나는 풋내는 아닐 거고 금세 무성히 자란 나뭇잎에서 나는 풋내이려나. 시들어 쪼그라든 꽃잎이 남기고 간 향기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니 요새 나온 노래 중 지수의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란 가사가 의식의 흐름을 타버렸다.

  시험공부를 핑계로 테니스 팀 훈련을 빠진 채 방으로 와버렸기에, 얼른 다시 공부해야 한다. 사실 시험이 아니었어도 어젯밤부터 찾아온 등 통증 때문에 못 나갔을 것 같긴 하다. 점심에 진통제를 때려 박고 파스도 덕지덕지 붙였는데 몸을 기울이질 못하니 원.. 사흘 전에 한 풋살이 무리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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