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0. Sat.

구명규·2023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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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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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자치단체를 같이 한 후배가 오보에를 연주한다길래 어쩌면 이 학교에서 학부생으로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겠다, 후배 응원도 할 겸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왔다. 지난주에 여자친구와 함께 본 아카펠라 공연도 그랬듯, 공짜로 봐선 안 될 멋진 공연이었다.

  오후 동안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 저녁으로 마라탕을 먹고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보고 왔는데. 고등학교 시절 같았으면 꿈에만 그리던 낭만적인 대학 생활일 텐데. 왜 이렇게 불필요한 우울감에 휩싸여 사는지 모르겠다. 감정 기복이 부쩍 커졌다.

  최근 며칠 동안,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켰고, 나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준 사람들에게서 되려 나의 한심한 모습들만 발견했다. 나를 지탱해 주던 유일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아 많이 불안했다.

  나는 완벽주의자다. 학업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조금의 실수도 스스로에게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별다른 실수랄 것 없이 살아온 것도 그러한 강박이 유지되는 데 한몫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껏 그래왔듯 완벽하게 쌓아 올려져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너무 잦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내가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무슨 행동을 하고 다니는지에 대한 사리 분별조차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실수를 한 번 저지르면, 스스로에게 오점을 남겼다는 자책감에 휩싸이고, 그러한 내 모습에서 비롯된 행동들이 또 다른 실수를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굴레에 빠진 신세를 누군가에게 한탄하는 것도 결코 상황을 진전시키진 않더라. 그 순간 마음 편하자고 마음을 모두 털어놓으면 그 사람에게도 나의 분위기를 덮어씌울 뿐이다. 그리고 어쩌다 그 사람의 냉소를 느낄 때면 되려 너무 큰 상처를 입게 되더라. 하고 싶은 말을 털어내지 않고 스스로에게 담아낼 줄도 아는 사람이 어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많이 어리숙하다.

  학기 초반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과 행동을 삼가고, 굳이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될 말과 행동을 흘려보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후회를 하고 있는 지금의 순간이 또 다른 후회로 이어지지 않도록,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살자. 강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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