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6. Fri.

구명규·2023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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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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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어수선한 밤이다.

  플젝 과목을 두 개나 듣고 있는 이번 학기의 모든 로드가 이번 주부터 쏟아지고 있는 듯 하다. 중간고사 기간에 즐긴 여유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물론 내내 개별연구 실험 하느라 여전히 바쁘긴 했지만...)

  교양 과목의 발표를 마치기 무섭게 다른 두 전공 과목의 플젝에 신호탄이 켜졌다. 둘 다 각각의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와야 하는데 이 정도의 자유도를 갖는 플젝은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멀티미디어 개론'이라는 비슷한 플젝 수업을 듣기도 했지만 플메가 이전에 만지던 모델을 기반으로 parameter tuning에 interface만 추가한 정도였다.) 그래도 학부를 졸업하기 전에 분명 경험하기 좋은 플젝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그 중 하나는 내가 무거운 총대를 메고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팀 단위의 플젝이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긴 하지만, 이 플젝에 투자하는 에너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은 그리 유쾌한 상황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플메 두 명이 이렇게나 바쁠 줄이야.

  그도 그럴 것이, 자는 시간 줄여가며 3일 밤낮으로 열심히 짜놓은 모델이 학습이 잘 안되고 있다. 사실 데이터셋이 명확한 분포를 보이고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기에, 그리 실망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막상 이런 결과를 접하고 보니 꽤나 막막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플메 한 명은 하루종일 연락이 닿지 않는다. 바빠서 참여를 못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양해조차 구하지 않는 모습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애초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긴 힘든 프로젝트였다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만큼에 대해서만 포장을 근사하게 해보자라고 되뇌이며 이런 저런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끊임없이 고민해보고 있다. 조금 전에 학습을 마친 모델(전체 파이프라인에서 앞선 절반 정도의 작업에 대해서만 학습시켜 보았다)이 생각보다 괜찮은 수준의 성능을 보이고 있기에, 아무런 결과도 없이 입만 털어야 하는 상황은 면한 것 같아 다행이다.

  다른 플젝 하나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그나마 종강까지가 듀라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남은 플메들이 슬슬 시작하자란 말을 꺼내기까지 지금 붙잡고 있는 플젝을 최대한 끝내며 버텨보자란 심산이다.

  그 와중에 내일은 동아리 행사가 두 개나 있고, 그 중 하나는 테니스 팀 대항전인데 요새 테니스를 너무 안쳐서 흥미가 많이 떨어진 상태기도 하다. 그래도 명색이 코친데 체면만 구기는건 아닐지 걱정이다.

  다음 주 월요일이 여자친구와의 기념일이지만 이러한 나의 플젝 일정들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기로 한 미안함도 플젝의 성공적인 마무리에 대한 강박에 한 몫 하고 있다. 열 시간 넘게 코딩을 하다가 잠시라도 쉴까란 생각이 들 때면, 그럴거면 여자친구랑 기념일 보냈어야지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다시 뒤집어놓곤 한다.

  숨마쿰라우데에 대한 욕심도 함께 일조한다. 이번 학기를 무사히 마무리해야 졸업장과 함께 숨마쿰라우데 수여장을 받을 수 있는 학점이기에, 대학원 진학과 별개로 좋은 성적을 받고만 싶고, 그렇기에 더욱 플젝에 매진하고 있다.

  개별연구는 교수님과 미팅한지 벌써 4주가 지났는데 아직 시작도 안했고, 틈틈히 해보려 해도 플젝 코드를 개별연구 랩 서버에서 돌리고 있는 탓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휴우.. 의식의 흐름대로 머릿속을 뒤적여봤는데 역시나 어수선하다. 하나씩,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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