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무살 이후 이야기

백은진·2020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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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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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지금,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개발 분야라는 새로운 사회로 들어서는 초입 단계에서
내가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나 정리차 이 이야기를 꺼낸다.


Pre-스무살

나는 항상 나에게 즐거운 것과 흥미 있는 것을 쫓아다녔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쟁취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예체능이 재미있어 보였다.
부모님 몰래 예체능 관련 고등학교에 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봤다.
그렇게 고등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했다.

광고와 단편영화 제작 등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때부터 사람들과 팀으로 소통하는 즐거움협업의 대단함을 느꼈던 것 같다.

연출을 맡아 프로덕션 전체 사이클을 관리하기도 하고, ENG 카메라(영상 전문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어도비 프리미어(영상 편집 프로그램)로 편집을 하기도 하는 등 즐거운 3년을 지냈다.

학교를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다녔는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하철을 타면서 어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나는 어른이 되면 사회에 나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면서 매일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하철 속 어른들은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무언가.. 힘듦과 예민함이 느껴졌다. '사회는 어떤 곳일까?', '내가 생각한 자유로움이 있는 곳이 아닌걸까?'라며 생각이 많아졌고, 대학에 가는 대신 빠르게 사회 경험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대학교를 선택하지 않고, 사회인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스무살 초반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 콜드스톤이라는 정말 맛있는 아이스크림 체인점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카페의 사색적인 분위기와 맛있는 음료들을 좋아했다. 스타벅스와 여러 개인 카페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이처럼 이른 사회 경험으로 나는 사람을 대하는 것에 능숙하다.
특히 고객을 대하는 업무를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이에서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체득했다.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았고 서비스의 제공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 신속하게 판단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역량을 갖게 되었다.

스무 살 전에 생각했던 사회와는 꽤 달랐지만, 생각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내가 일을 잘 해내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고 나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뮤지컬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무대에서 노래하는 꿈'이 사라지지 않았다.
스타벅스에서 아침 6시 ~ 낮 2시까지 일하고, 낮 3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연기 학원에서 뮤지컬을 배웠다.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 나가 본선에 진출하고, 사람들 앞에서 위키드의 Defying Gravity를 공연했다. 나를 가르쳐주시던 감독님이 연출한 뮤지컬 발표회에 참여해서 압구정의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뮤지컬과 대학 입시를 준비했는데, 모두 낙방했다.

마지막 낙방 발표를 접하고 한 달 후, 아일랜드로 떠났다.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영국 옆에 있는 섬나라이다. 수도 더블린을 제외하고 아직 개발이 많이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기에 자연이 가득하고 여유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다시 태어난 것처럼 달라졌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으며, 생각이나 사람에 대한 포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새로운 성향과 문화를 가진 친구들을 여럿 만나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체계적으로 사유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사회에 대해 더 탐구하고 싶어졌다.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한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다시 한국

한국에 돌아와서 집과 가장 가까운 대학교를 찾아봤다. 연세대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철학과 교수님께 연락드린 후,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현대 형이상학까지 다루는 강의를 한 학기 동안 청강했다.

이렇게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어를 익히는 도중에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Non-EU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최대 15배 인상한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기존 등록금을 기준으로 생활비를 계산해서 돈을 모으고 있는 와중, 급하게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카카오톡 주문하기 센터

카카오톡 서비스 중 하나인 주문하기 센터에서 매장의 데이터(메뉴, 매장 정보, 매출 정보 등)를 관리하고 매장과 고객 사이를 연결하는 일을 했다.

이때 IT 기업에 대한 생각이 크게 확장되었다.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감명 깊었다. 가끔 서비스 오류가 나타날 때가 있었는데, 어려워 보이는 일이 빠르게 해결되고 간단해 보이는 일이 더디게 해결될 때가 있었다. 이전부터 개발과 개발자에 대한 선망과 호기심이 늘 있었는데, 회사에서 이런 일을 겪으면서 개발이라는 일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궁금함이 커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일하면서 '더 편한 서비스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싹텄고, 내가 직접 개발자가 되어 서비스를 만들고 개선해보자는 다짐이 생겼다.

철학과 유학에 대한 계획은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중단되었다.

이렇게 개발자가 되는 길로 들어섰다.


스물 여섯, 개발자 첫 시작

개발자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위티에서 사수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은진님은 밝고 적극적인 부분이 강점이에요. 요청을 하면 바로 처리하시고, 업무중 어려울 것 같은 부분이 있을 때 미리 질문하시는 점이 좋아요. 회의 때 정리해서 말하는 점과 적극적인 의사 소통 능력, 사람들을 이어주는 점도 은진님의 강점이에요."

위티의 CTO 님께서는 이런 말씀도 해주셨다.

"React Native, Typescript 등 익숙하지 않은 스택이었음에도 저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빠르게 학습하시어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은진님은 특히 업무적으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가지셨고 회의나 기타 슬랙 등을 통해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매우 조명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분입니다. 그만큼 매 순간에 대한 집중력이 높고 능동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부트캠프 동기 분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은진님은 늘 본인의 역량을 뛰어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시는 타입입니다. 주위 사람과의 유대 관계를 올바르게 유지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한 것을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 주위 사람들이 어떤 요구를 필요로 하는지 잘 캐치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로 그룹의 에너지를 복돋아주는 중심 인물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접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좋게 봐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정리하자면 성향 면에서 나는 밝고 적극적이며 사람들을 잘 이어주는 특성이 있고, 업무 면에서 나는 정리해서 말하는 능력과 요청을 바로 처리하는 신속함을 가졌다.

이런 장점을 계속해서 강화해가면서 능력과 실력을 함께 키워 가야겠다.


스물 일곱 이후의 성장 방향

: 나는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

나는 계속해서 즐겁게 일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즐거움은 내 인생의 방향이었고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지금껏 살아온 것과 같이 계속 즐겁게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즐거운 분야를 계속해서 접한다.
새로운 기술 스택이나 서비스를 접해 신선한 즐거움도 느끼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술 스택이나 서비스를 고도화하여 더 촘촘하고 강도 높은 즐거움도 느끼자.

둘째, 긍정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키운다.
결코 '항상'이나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그럴 수는 없는 게 당연하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같은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동일한 업무를 마주하더라도 더 즐겁게 일을 진행할 수 있고 이는 곧 더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써야겠다.
기술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쓴 포스트나 스스로를 반성하며 되돌아 보는 포스트처럼 현 상황을 글로 풀어내다 보면, 앞으로의 방향이 보다 뚜렷해지는 것 같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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