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수 28을 떠나보내며 - 2021 회고록

KIM 쥬얼리 (vs0610)·2021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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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회고록

? 완전수

완전수란 자기 자신을 제외한 양의 약수의 합이 자기 자신과 같은 수를 뜻한다.
Ex ) 28 = 1 + 2 + 4 + 7 + 14
이를 만족하는 수는 굉장히 극소수이다.
연말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알게된 수로 굉장히 희소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 한번 제목에 활용해보았다. (회고와는 연관은 없지만 회고라는게 꼭 정해진 틀이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저리주저리…)

카이스트 전산학부 비학위 수료과정을 마치다.


글을 작성하는 지금처럼 추운 작년 겨울, 좋은 기회를 얻어 대전 카이스트에서 전산학부 비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IT 지식이 필요해’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는 생각보다 흥미가 있었고 진지하게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래서 진심으로 한번 이 분야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대전에서 나와 같이 이 분야에 도전하는 엄청나게 훌륭한 동료들을 만났고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강의나 전문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해나갔다. 쉬운 프로젝트, 간단한 알고리즘부터 시작해서 자료구조, 네트워크, OS까지 컴퓨터 공학에서 기본이 되는 내용들을 직접 코딩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밤늦게까지 동료들과 토론을 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실력을 점검해가며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팀원들과 피땀 흘려 노력한 프로젝트로 현업자들 앞에서 발표해보는 정말 말도 안되는 좋은 기회도 얻었다. 그렇게 발표를 하고 과정을 끝마쳤다.

취준이 시작되다.

2021년의 1/3 정도가 지났을 때 난 다시 세상으로 던져졌다. 대전에서의 추운 겨울을 견뎌냈다는 자부심이 있었을까? 아니면 오만한 자신감이었을까(후자가 맞다) 근자감으로 가득찬 나는 취준기간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준은 정말 어려운 것…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고 내가 그 업무에 적합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영상을 통해 면접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답답했다라는 감정이 맞겠다. 어딜가도 좋으니 일만 시켜줬으면 좋겠는데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았고 기업 또한 아무나 뽑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회에 발을 담그다.

카이스트 수료과정에서 협력사를 통해 이력서를 넣어볼 수 있는 엄청나게 좋은 기회를 얻었었다. 당시 4개 정도의 기업에 이력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근자감인지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최종까지 갔던 기업도 있지만 결국 다 불합격을 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협력사가 아니었던 어떤 대기업에서는 합격소식이 왔다. 대기업이라니 부모님이 참 좋아하셨고 주변에서도 많은 축하를 해줬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내가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나 왜 힘들어?

재택근무를 하게되었다. 내가 이런 기업에 오다니?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당시에는 혼란스러워서 몰랐지만 추후에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알게되었다. 내가 하고싶은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사업을 하고 싶었던 나는 개발일에서도 서비스의 큰 부분을 다루고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창의적인 일이 나에게 주어질 것 같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틀린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는 그렇게 생각했다...) 평소 주변에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않던 나였는데 너무 혼란스러워서 주변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제주도 한달살기를 하다


결국 그 기업과는 인연이 끝나게 되었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 한달살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친한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시간이 되는 한 친구가 본인도 같이 가자고 했고 결국 둘이서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 시골에 있는 40평짜리 독채를 빌렸다. 차는 친구 차를 선박을 통해 옮겨 가지고 들어갔다. 물을 좋아하는 나는 정말 물에 자주 들어갔다. 서핑도 4번이나 하고 해수욕, 스노쿨링, 보트, 스쿠버 다이빙까지 하면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제주도를 처음 갈때에는 많은 현타가 있던 상태라 ‘내가 이 직군에서 더 일을 하는게 맞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갔다. 하지만 충분히 오랜 시간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되니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확실히 이 분야가 재미있고 더 하고 싶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게 되었고 때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에서 인연이 된 멘토님(마지막 프로젝트를 도와주셨다)은 스타트업의 CTO로 계신 분인데 본인 회사에 도전을 하지 않겠냐고…

또 다시 도전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은 안드로이드였다. 코틀린으로 마지막 프로젝트도 그리고 잠시 있었던 기업에서도 그 기술로 일을 했었다. 하지만 내게 온 제안은 iOS 분야였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에는 그렇게 끌리는 것이 없었으나 하게 될 사업을 설명 들었을 때는 너무 설레고 가슴이 떨렸다. 이거 꼭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론 iOS이든 또 어떤 장애물이 있든, 조건이든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무조건 할거다 라는 생각으로 제안을 받아드렸고 현재 굉장히 만족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부수적인 효과로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그전에는 비투씨 분야만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또 하드웨어와 나는 굉장히 거리가 있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비투비 분야로 하드웨어와 같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기술 위주의 회사이다보니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내가 할 수 있게 되다니 신기했다.

이제는?

완전수 28살이 끝났다. 29살, 사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엄청나게 어린 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숫자가 주는 중압감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철들자!) 2021년은 대충 생각해도 나에게 엄청나게 큰 변화와 새로운 생각을 가져온 한해였다. 전공을 바꾸게 되고, 취준하면서 힘듦도 느끼고, 현타도 한번 크게 오고 제주도에서 쉬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직장을 또 가보기도 하고,,, 이제보니 이게 다 한해에 일어난 일인가 싶다. 결국 이 과정은 나에대해 더 잘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하고싶은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사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내년에도 내 마음에 있는 얘기에 더 귀 기울이고 현명한 선택과 하고싶은 일에 대한 집중을 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이십대 후반에는 내 일에 더 전문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게으름을 조금 버리고 성실하게 살아가보도록 하자. 화이팅!!

Farewell 2021, welcome 202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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