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를 여행하는 청소년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자급자족하기

jkd1·2020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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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여행인 만큼 자립은 중요하다.

지난 편에서 나는 낙동강오리알동동테크의 첫 발걸음 집나와서 개고생을 소개했다.

진로를 정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우리가 얻어가야할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떠난 고난여행은 당연히 직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앞으로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것인가? 에 대한 정답을 얻기 위함
이기도 하다.

돈은 우리 오리알들이 얼마나 오래 떠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내가 보기엔 허접한걸로도 돈을 벌어 먹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집착하면 또 안되는 어려운 물건이다.

DON'T PANIC

청소년이 어디서 돈을 버느냐는 질문은 어딜가든 매번 들었던 질문이고,
난 담담하게 대회상금으로 또 다른 대회를 나갔다고 답했다. 내가 생각해도 좀 간지났음

이 행성에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아니, 있었는데-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행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수많은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 이 해결책들은 대부분 주로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건 좀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체로 볼 때, 불행한 것은 그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모티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中

돈이 없다고 불행하고, 대회도 못나가는건 아니다.
난 일반적으로 한번의 대회를 다녀오는데 두번의 더블쿼터파운더치즈버거라지세트를 먹기 위한 돈과 교통비정도로 약 3만원을 지출하는데에 그쳤다.
물론 이 돈은 관점에 따라 삼성 NC10 넷북의 중고를 살 수 있는 큰 돈이기도 하다.

1. 먹잇감 찾기

난 대회에서 상을 노리고 간 적이 딱 2번 있다.
장관상이 갖고싶어서 갔지만, 둘다 그 바로 밑에 있는 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대회는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배우면서 내 말 좀 들어보소 하는 곳이다.


(디자인계열 공모전이 주로 올라오는 "디자인 정글")

나는 창업, 디자인, 설계, 하드웨어 전반적인 분야에 관심이 있었기에 일단 무식하게 대회를 나가는 쪽에 속했다.

대회 나가는 방법

  • 자신의 분야와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대회를 공모전, 대회 사이트에서 모조리 찾는다.
    • 이 과정에서 약 30개 정도 후보가 생기는게 정상이다.
  • 참여조건에 안맞는 대회들을 하나씩 제한다.
    • 대학생 전용, 20세 이상, 여성전용 등 다양한 제약사항이 있다.
  • 크롬 탭에 가장 마감기한이 가장 가까운 대회부터 먼 대회순으로 정렬한다.
  • 모든 대회의 일정에 맞춰서 체험학습을 학교에 제출한다. (스킵가능)
    • 대략 이 과정에서 10개 중반의 대회가 남는다.
  • 가장 가까운 대회부터 하나씩 신청서와 기획서 그리고 작품을 제출한다.

대략 이렇게 하면 1달에 총 12개의 대회를 나갈 수 있다.
너무 간단해서 놀랐을 사람들을 위해서 더 자세히 적어본다.

대외활동을 고르는 사이트

최근에는 더 다양한 공모전용 사이트가 생긴것같다.
난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으니 램을 16기가로 증설하고 탭을 100개씩 띄워보자.

나는 주로 3개의 사이트를 애용했는데 이는 공모전과 지원사업용이다.

그리고 최근엔 뭐하는 사이트인지 잘 모르겠지만 교육과 해커톤은 이걸 많이 썻던 기억이 난다.

  • 온오프믹스
    (다시보니 여기서 하는 지원사업도 많은것같다.)

대외활동과 제한사항

대회 준비전에 체크하지 않으면 당신의 기획서가 높은 확률로 쓸모없는 한글파일따위로 전락한다.

대회나가는데에 대체 성별, 나이, 학력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초~중졸 여러분은 못나간다.

물론 지금 나도 고졸이라 못나간다. 그 마음 안다.

공모전을 고르는 요령

사과를 1개만 먹는 입장 vs. 사과 주스를 만드는 공장장의 입장
사과주스 공장장에게 사과품질이 크게 중요할까?

난 공모전과 대회를 고르는 요령이 없다. 말 그대로 공장장이였기 때문이다.
월마다 약 10~15개의 대회에 제출하고, 그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었다.

고등학교 2학년의 마지막주 공모전의 주제는 안경디자인과 가구디자인이였다.
나도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결과는 참담했다.

하지만 지원사업은 고르는 요령이 있다.

(지원사업의 지원금은 이런 물건이 아니다.)

지원사업은(내가 첫 창업을 하던 2018년 당시 이야기) 창업을 하라고 장려해주는 국가지원금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사업들이다.
가끔 무안단물마냥 이것만 찾는 스타트업들도 있지만, 따져보면 이거 받고 망한 업체안받고 망한 업체보다 많다.

지원사업의 지원금액은 30만원부터 1억까지 매우 다양하고 1억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이상 찾으려고 한다면 국가연구과제를 찾는편이 현명하지만, 경력과 업력이 없는 청소년 스타트업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책임감과 능력 없이 지원금을 받으려고 하지 말자.

지원사업에서 눈여겨볼것은 다음과 같다.

  • 지원사업의 방향성
    • 식품창업지원사업에서 하드웨어 개발자금을 달라해봐야 쓸모없다.
    •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창업교육 과정을 포함하므로 스스로에게 유익한 교육을 위함이기도 하다.
    • 특허만을 위한 지원사업, 지역사업을 위한 지원사업 등 특색을 갖춘 경우가 많다.
  • 지원사업의 규모, 금액...그리고 자부담금
    • 지원사업을 "우와 국가에서 꽁돈준다!" 하는식으로 받아가는 스타트업들을 많이 보았다.
      실제로도 꽁돈마냥 주는 지원사업이 많이 있었다. 이건 국가 잘못임
      하지만 제대로 된 주관기관이 있는 지원사업은 이런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창업의 파트너를 구할수도있는 장소인만큼 충분한 노력을 투자해 확실하고 자신에게 적절한 금액인 지원사업을 받도록 하자.
    • 금액은 국가사업인 만큼 1원까지 다 맞춰서 작성해야한다.
      약간 부족하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많이 남는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 자부담금은 8~30% 정도로 책정되어있다. (내 경험상)
      1억이 지원금이라면 직접 800만원부터 3000만원을 부담해야하는것
      물론 인건비 계상을 허용한다면, 팀원을 더 구하는 방법도 있고, 해결방법은 있다.
      (위험하다.)
  • 주관기관의 중요성
    • 주관기관이 의욕이 없고 일을 안하는 곳으로 걸리면 정말 좆될 수 있다.
    • 분위기도 이상하고, 분명 청년IT지원사업인데 지원한 사람이 없어서 50대 식품공장 사장님이 옆에 앉아있기도 했다.
    • 교육을 3개월동안 주 4일 이수했는데 나중에 나이제한에 걸린다고 제명되는 경우도 있었다.
    • 지원사업 소개서에 기재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PT오디션으로 지원금 차등지원이 되는 곳도 있다.
    • 썰 풀라면 끝이 없다. 진짜 ㅋㅋ 그럴바엔 난 그런거 안하고 만다.
    • 물론 서울에서 하는 지원사업은 주관기관도 치열해서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소기업을 운영하는 지금은 그냥 그런건 더러워서 피한다.

그래야 세금낼때마다 "국가에서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 하고 화낼때 덜 찝찝하다.

2. 스스로에 대한 QC

(내가 생각하는 대략 전날의 나)

선생님, 혹시 제가 어제 이거 술마시고 썻나요?

매일매일 기획서와 작품들에 치이다보면 제출작품의 퀄리티가 낮아지는것을 체감 못할때가 많다.
주로 이 글처럼 초고를 그대로 올리는 기획서에서 문제가 발생하는것인데,

내 인생의 절반은 고쳐쓰는 작업을 위해서 존재한다. (존 어빙)

글을 쉽게 잘 쓰는 방법은 계속해서 고쳐쓰고, 단어를 검토하고, 읽어보는것이다.
짧고 좋은 문장을 쓰지 않고, 길게만 늘여쓰는것은 대학교 자소서에나 하는 일이다.

당시 나의 글쓰기 루틴은 이러했는데

  • 1일차
    • 오전에 전체 방향성을 메모로 정리하고 필요한 자료를 미리 모아둠
    • 점심을 먹고 오후부터 저녁까지 6시간동안 초고 작성
    • 저녁을 먹고 저녁부터 새벽 2시까지 초고를 총 3회 수정
    • 숙면
  • 2일차
    • 전날 수정본을 다시 봄
    • 자신의 멍청함을 탓하며 그냥 처음부터 다시 씀
    • 어영부영 마감 10분 전에 제출
    • 점심 저녁식사 모두 거름, 중간에 막히면 매점에서 뭐 하나 사먹고 작업함
    • 자기직전에 과식
    • 다음 작업의 방향성을 노트에 적어두고 숙면

이렇게 나는 매년 10키로씩 늘어났고, 저체중에서 벗어났다.
이젠 과체중이다.

이 방법의 대회 서류 합격률은 대략 70%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몸은 망가졌지만, 어찌저찌 살아있다.

글을 다시 쓴다는것의 중요성

정말정말 첫 대회의 글을 조금 공개해보겠다. 아휴 부끄러

(당시 스케치업으로 만들던 gimbal)
(위처럼 내 실력 밑천은 자기 빼고 남 눈에는 다 보인다. 괜히 깝치지 말자)

gimbal캠을 이용해서 흔들리는 드론의 화상을 보정하여 FPV고글로 송출한다.
fpv의 head-tracking센서로부터 값을 받아와서 gimbal카메라의 화상각도를 조정한다.
오픈 소스의 firmware를 사용하여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늘려서 더 많은 사용자들과 시장 확보를 보다 수월하게 한다.
arduino와 같은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운 플랫폼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firmware를 수정하여 노콘(신호 간섭)의 위험이 없는
5.8ghz대의 주파수를 이용해서 드론의 PID등 여러 가지 정보를 수신해서 고글의 디스플레이에 출력할 수 있다.

당시 나는 글을 다시 쓴다는 개념조차 몰랐으며, 영어를 많이 쓰면 대충 멋져보일거라 생각했다.
이것은 대단한 찐특이며, 이럴땐 차라리 영어로 쓰는게 상특이다.

이 글을 지금 와서 다시 수정해보자면 대략 이렇다.

(개요) 제 아이템 Head-Mounted Gimbal은 드론에 장착되는 FPV(First Point View)장비를 짐벌 카메라로 교체해 기체에 고정된 시야를 개선한 아이템입니다.
(설명) FPV 장비란 조종자로 하여금 직접 기체시점에서 조종할 수 있도록하는 카메라 장비입니다.
(문제제기) 이 장비는 조종의 자유도를 높여주었지만, 기체에 고정되어 있어 조종자에게 한정된 시야를 제공했었습니다.
(해결책) 저는 HMD(안경형 디스플레이)와 자이로를 활용한 카메라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를 고안하여, 조종자의 시야를 넓혀주고자 합니다.
(기술적 상세) 이 장치는 기존 주파수를 활용하여 기술자원 절약... bla bla bla

아직도 잘 써진 글은 아니지만, 최소한 직접 쓴 사람은 알아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왔다.

주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문장별로, 문단별로 의도와 용도를 정하자.
  • 이 글을 읽을 상대방이 5살 어린이라고 생각하자.
    • 물론 난 5살 어린이한테 저렇게 설명하고 실패했다.
    • 난 그 경험 이후로 어린아이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 Q. 형아 구름이 뭐에요?
    • A1.(성공) 하늘에 떠있는 뭉실뭉실한것
    • A2.(실패)
  • 맞춤법은 너네가 고치는것이 아니다.
  • 상대방은 너보다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다.
    • 기술적 이야기로 너가 뛰어날거라고 판단하지 마라.
    • 조금의 기술적 오류는 일반적으로 용납된다.
      • 위 글에선 HMD(Head Mounted Display)를 안경형 디스플레이라고 번역했다.
      • 이러한 오류는 이해를 위한 것이다 비슷한 경우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3. 처음의 목표를 잊지 않기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는것이다.
자주적인 공모전 출품은 학교에서 그렇게 강요하던 자기주도 학습법에 가까우며, 이공계에서는 필수적인 능력을 키우는데에 도움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목표를 잊고 공모전 상금만을 자신의 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상금이 달달하긴 하다.
대학생들 실력도 대회 짬 3개월이면 별거 아니라는걸 깨닫는다. 그 사람들도 결국 학생이니까.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배우러 다니는것이다.

이 시리즈의 1편과 2편에서 우리는 잘곳과 밥을 벌어먹을 도구가 쥐어졌다.
사실 10살이든 30살이든 배우고픈 마음이 있다면 지금 바로 짐을 꾸려서 출발하는게 좋다.
난 아직 직접 실행함으로써 배우는 경험은 다른 학습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물론 가장 많이 배운것은 이 세상엔 더럽고 혐오스러운 인간군상이 너무 많다는것이다.
다음생에는 더 이쁘고 희망찬 곳에 태어나고싶다.

4. 대회, 공모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


(일단 발표자리에 올라가서 이 자세를 취하라)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작업을 할때 보통 더 좋은 작업물은 그 사람의 짬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런 짬바를 이기기 위해서 적절한 도구들을 선택해야만 한다.

이전 내 포스팅 야매사무실 #4 여기서부턴 개인장비에서 길게 썻듯이 난 내 장비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지는 개복치다.
그만큼 도구 선택에도 신경을 썻다.

하드웨어 기준 골리앗 이기는 다윗풀셋

하드웨어는 넓고 난 개좆밥이다. 이건 꼭 기억하되 이게 더 중요하다.
대회에 있는 학생들은 주로 발표 10분전까지 발표장에서 칠 웃긴 애드리브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M 발표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면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발표에 임하자.
발표는 자신감이고, 난 그 이상의 도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 설계는 Fusion 360
    • 우리 회사 사원 曰 "뇌가 있다면 사용 할 수 있다."에 달하는 난이도
    • 어셈블리, 렌더링, 뭔가 있어보이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까지 짱짱하다.
    • 오픈소스진영 EDA툴의 대부 Eagle CAD가 최근 fusion에 통합되었다.
      • EDA는 회로를 짜고 PCB를 설계하는 툴이다.
    • 하드웨어 시제품 사진을 발표자료에 넣는 것만으로도 계획의 실현가능성이 높아보인다.
    • 학생용 라이센스와 스타트업 라이센스는 무료...하... 사랑해요 자동책상
  • 조금 기능 딸리면 어때 내껀 MVP인걸. 회로는 Easy EDA
    • 클라우드 기반 툴 EasyEDA는 다른 회로 툴보다 월등히 간단하고, 쉽다.
    • 부품 라이브러리 찾느라 고생 안해도 된다. LCSC라는 대형부품사와 제휴되어있으니까.
    • 장점은 3D 렌더링도 있다. 이글캐드처럼 실크스크린이 이상하게 들어가지 않는다 등등등
    • 있어보이는 시각자료가 필요하다면 하루를 투자하자.
  • PPT는 그냥 PowerPoint 사용하기
    • 일반적인 PPT보다 있어보이고 싶다구? 발표 준비과정 꼬이는 prezi를 쓰는게 조금 더 별로인거같아.
    • 자료는 사진과 도표위주로, 짧고 임팩트있게, 최대한 구성을 신경쓰기
    • 나는 draw.ionoun project를 같이 활용했다.
    • 파워포인트는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연습 좀 해두면 이만한 효자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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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DLAB. 글솜씨도 쓰다보면 나아지겠지 하고 있습니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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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9일

돈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돈은 인생의 "전부"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