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3권에 인생 몰빵하기

jkd1·2020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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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것은 아니다.
유년기를 동네 도서관에 박혀서 살며 이해를 했던 못했던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인생에 도움이 된 책이 아니라 "방향성"을 잡아준 책을 꼽으라면
혹은 멘토가 된 책을 꼽으라면 3권의 책만을 꼽아낸다.

우습게도 이 책들을 발견한 시기가 3년, 3년, 3년 그리고 1년 지났으니
첫 책을 발견하고 나서 지금까지 정확히 10년이 된 셈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무엇인가 하면, 정확히 "무엇을 하라" 기술된 기술서가 아니라
읽은 후에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하고, 완독때마다 새로운 생각에 잠기게 해주는 물건
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여러권을 잃어버리고, 선물하고, 새로 사기도 해서 애정이 식었을지 모르지만
늘 새 공간이 생기면 책장에 가장 먼저 꽂아주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내 이상한 버릇이나 성격은 대부분 여기서 비롯되었다.
다행인건 책이 정상적인 책인데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책도 이상한 책들이다.


첫번째 책

이 책을 처음 만난건 초등학교 시절 TED 강연을 대량으로 소비하던 시절이였다.
뭔가 있어보이는게 있으면 이해를 했건 못했던 일단 보고 기억하는 편이였으므로
더더욱 학자들이 하는 아무말 대잔치 강연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때 이상한 버릇이 들었는데, 발표에 실없는 소리를 하나씩 섞는게 SWAG이라 생각한 버릇이다.
TED에선 다들 그러더라구 사실 간지나는거 맞는거같음

토스터 프로젝트

이 책을 구매하지 않거나 싫으면 책의 저자(늘 그렇듯 이런 재밌는 일을 잘하는 영국인인)
토마스 트웨이트스가 TED Talks에서 강연한 영상이 아직 남아있다.(이미지 클릭)

토스터 프로젝트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공산품의 대표격인 저렴한 토스터를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만들려면?"

그리고 나서 이 영국인은 이 과정을 하나하나 손으로 거친다.

  • 강철
    • 뼈대이자 손잡이자 석쇠의 재료가 될 재료이다.
    • 작가는 이것을 철광석에서부터 추출하려고 했으며 용광로부터 만들고자 했다.
      당연하게도. 현대의 철은 철기시대인 3200년 전부터 각종 실험과 궁리를 통해 발생한 지혜들의 산물이며
      용광로가 뜨겁다고 철이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실패하고 다른 방법을 택했다.
  • 운모
    • MICA라는 광물로 절연체로 사용되는거같기는 하다.
    • 직접 운모가 나오는 산에 가서 캐온다.
  • 플라스틱
    • 우리가 매일매일 만나는 물질로 석유 추출물이다.
    • 작가는 석유 시추업자한테 까이고, PLA를 합성하려다가 교수한테 까인다.
      결국 녹말을 활용한 BIO플라스틱...?의 일종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이것도 실패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택하는데 결과는 표지에서 볼 수 있다.
  • 구리
    • 대표적인 전도체로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선은 이게 들어가있다.
    • 구리광산에 가서... (후략)

위 과정은 어차피 니켈밖에 안남았지만 사실 만드는 과정이 재밌는건데 내가 스포해서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용을 지우고 대강대강 남겨만 두는걸 택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바로 HTME라는 유튜브의 채널인데, 완성품의 꼴은 대충 이 책이나 저 영상이나 다를것 없다.

여하튼 이 책에서 얻어간 내 인생 꿀팁들은

  • 큰것보다 작은것부터 보기

    • 무엇이든 기초부터 보면 어려우면서도, 당연하고 이치에 맞는 일이 맞물려진 큰 집합체로 보인다.
    • 예를 들어서 내 앞에 놓인 파전이 있다고 치자.
      나는 이 물건을 해부한다면 이렇게 해부할것인데
      • 밀가루, 기름, 쪽파, MSG, 소금, 새우(금수저 옵션)
      • 밀가루는 박력분, 부침용은 여기에 찹쌀을 섞어서 쓴다.
      • 밀을 심는 시기(기후)에 따라서 단백질 함량이 나뉘므로 상대적으로 무른 밀을 얻어야만 단백질과 끈기가 적은 밀가루를 얻을 수 있다.
      • 무른 밀은 온화한 기후에서 재배하면 얻을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는 봄에 파종하여 여름을 거쳐 가을에 수확한다면 가능할것이다.
      • 하지만 밀은 고온에 약하므로 여름에 30도가 넘는 국내에서는 박력분을 재배하기 어렵다.
      • 고로 밀은 외국에서 기른 수입산이 들어오는것이 싸고 타당할것이다.
      • 기름은 저렴한 카놀라유를 사용한다고 하자.
      • 카놀라는 CANadian Oil Low Acid의 줄임으로 유채꽃에서 추출한 기름이다.
      • 유채꽃을 GMO(유전자변형)한것에서 추출한것이 식품용 카놀라유인데, 허가받지 않은 GMO는 아무렇게나 재배해서는 안된다.
      • 이후에 나비나 벌에 의해 교배되어 후세에 이 품종에 대한 악영향 혹은 기존 품종을 멸종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
      • 대충 TMT를 계속 이어간다는 내용
    •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인정하는 매우 이치에 맞는 설명과 재료 선정이였다.
    • 이 책을 본 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때까지 보이는것마다 위와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해서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었는데, 식사때마다 이걸 몇시간동안 설명하는데도 어머니가 정신과에 데려가지 않은것에 감사하고 있다.
      (잘생기셧다.)
  • 일단 행동하기.

    • 무슨 일이든 행동하면 뒤따르는 일이 있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사고를 치는 버릇이 생기긴 했지만, 지금 보자면 득이 조금 더 많았다.
    • 이게 없었으면 지금은 직업이 된 전자제품을 만든다는 발상까지도 못갔을 것이다.
  • 공산품에 대한 존경과 경애

    • 난 공산품이 너무 좋다 진짜 최고다 정말

사담이 길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생각나면 몇번씩 꺼내보는 책이다.
작가가 영국 왕립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사람답게 책의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를 신경쓴 티가 난다.

누구나 이 책 한번 읽고나면 각종 기술에 대해서 탐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뜬금없지만, 이공계를 지망한다면 한번쯤 읽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책

다들 이 책을 읽는 모습만 봤다하면 미쳐가지고 이런걸 어따 쓰냐고 묻는다.
난 펜은 커녕 태블릿 S펜도 자주 안쓰는 편이지만 연필만큼은 작살나게 깎는다.
맞다 쓸모없는거.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이게 아니다.

연필 깍기의 정석

세상에 이런 책보다 쓸모없는건 졸라비싼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도 못간 나 말고 없을것만 같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먼저 이 책에선 연필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소개한다.
수동 연필깍기부터 칼 쥐는 법, 연필 깍는데 좋은 칼, 연필 맛이 나는 와인과 연필을 200달러 주고 깍는 대단한 사람들까지

나는 이 책에서 좆밥같아 보이는 물건에 얼마나 많은 신념이 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배웠다.
이는 사업을 시작한 나한테 큰 기초가 된 것이기도 했다.

내 상품에 부가가치를 매기는 방법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했으며, 신념을 담는 작업이란것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다.

비록 제목도 내용도 외관도 책에서 하는 짓도 웃긴 책이지만 난 정말 이 책에서 배운게 많다.

장인이 혼을 담아 깎은 나의 연필은 연구실에 잘 보이게 진열돼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게 웬 거냐고 묻곤 하지요. 이후의 대화는 종종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유익한 방향으로 말예요. 예를 들어 ˝탈산업 시대에 수공예는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같은 사회학적 질문, ˝연필을 깎는 직업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은 안식일에 허용되는 일인가.˝라는 유대교 율법에 관한 질문, ˝올바르게 깎인 노란색 HB 연필의 놀라운 아름다움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미학적 질문, ˝장인이 부여한. 뾰족함의 등급(내 연필의 경우 10단계 중 8단계)을 비전문가가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가?˝란 인식론적 질문, ˝줄곧 진열해 놓기만 하는 연필도 ‘도구‘인가? 이를테면 하이데거의 용어로 ‘손안에 있는‘(zuhanden) 것이라 할 수 있나.˝라는 형이상학적 질문 등 다양한 물음이 제기될 수 있죠. 요컨대 나는 그 연필 덕에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가르침을 줄 기회가 많았습니다. 교육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데이비드 리스 씨의 연필 깎기 서비스를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매우 적절한 설명을 한 교수 - 론 무라드(종교학 교수)

심플해 보이는 책이라 배울 게 없다고? 여기서 배울 내용들은 심플하지 않다.

이쁜 노랑색이라 인테리어용으로도 좋다.

세번째 책

내 책들 중에서 유일한 E북이다.
물론 전자책은 이미 몇권 산 기억이 있지만, 태블릿에 저장해두고 기억나면 매번 다시 읽어보는 책이다.

창업을 한 나로써는 이런 책 한권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알라딘에서 책을 읽는데 이게 딱 붙잡혔다.
아무리 봐도 일본인이 쓴거 아닐까 싶은 정갈함을 갖춘 책이라는 생각부터 드는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인 7년차 CEO가 작성한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사실 좀 개 쩌는 분이다.)

물론 사업은 각자의 형태가 있고, 고양이처럼 형태가 없이 흐물흐물한 대표가 되어 그 형태에 자신을 맞추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 책은 그 형태에 맞추는 방법에 대한 좋은 케이스가 되어준다.

이 책은 무술영화속 비전서마냥 1부터 100까지의 짧은 챕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이 대표의 사업 방식이 너무나도 웃기면서도 공감되었고
그 합리적이고 타당한 행동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둔게 나한테도 적용 가능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들 이렇게만 사업하면 망한다.
모름지기 사업이라면 기본적으로 채널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거래처나 협력 업체 하나 없는 제조업이라면? 성립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 사람 말을 잘 따라가보면 안정적인 회사를 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만 보아온 입장에서는 너무나 새로운 시각이였기 때문에 저자를 언젠가 꼭 만나보고 싶다.

어쨋든 사업을 할거라면 사업의 여러가지 형태중 하나로 잘 참고해보자.


고등교육 12년간 독후감이라곤 6편 써봤는데 2편은 작가에 대한 족보를 논하는 욕설때문에 교무실로 불려가 방과후까지 얼차려를 한 사람이 쓴 독후감이라는걸 감안했을때 난 이 글이 만족스럽다.
그리고 재미없는 글도 몇개 있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적어봤다.

난 내 방향성에 대해 고작 2줄 정도로 정리해서 두지만 좋은 책들은 내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좋은 돛이 되어준다.
절대로 길게 쓰기 귀찮아서 그런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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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DLAB. 글솜씨도 쓰다보면 나아지겠지 하고 있습니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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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8일

두번째 책이 그렇게 소중한 책인지 몰랐네요. 은근한 죄책감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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