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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에 빠지면 진흙탕 같은 직장의 현실은 밟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렬하게 든다. 그럴 때 이런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다.
구직 중에 옛 직장 선배를 만났다. 삼겹살을 뒤집으며 나를 잘 아는 선배가 말한다. “일 필요하면 연락해라. 근데 프리랜서는 네가 하고 싶은 일 하는거 아니다. 그냥 할 수 있는 일 하는거다.” 이 말이 다음 날 하루 종일 내 머리를 맴돌았던 것 같다. 새 직장에 들어와 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맡게 된게 아님을 알게 된다. 내 관심사가 현재는 아닌 일이다. 하고 싶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돈을 벌면 좋겠다는 순진무구한 생각에 잠기기 전, 문득 선배의 그 말이 떠올랐다. 그냥 할 수 있는 일 우선 하는 거다.
나는 솔직히 고백하면 대학생 때 부터 최근까지도 높은 이상을 바라보며 현실에 불만을 많이 지닌채 살아온 것 같다. 업무 시간에 수영을 한다는 제니퍼소프트라는 회사를 보며 내 현실에 절망했었고 파주에 있는 그 회사를 직접 가서 보고 한 없이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 직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쎄트렉아이라는 회사에 대한 책을 읽고 내 꿈의 회사로 정했고 여러번 지원해 보기도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는 얼마나 좋을까 상상도 하고 네이버 그린팩토리에 상경해서 구경가 보기도 했다. 이런 나에게 현실에 있는 회사는 진흙탕 같았고 얼른 발을 빼고 싶은 밟기 싫은 땅이 되곤 했던 것 같다. 이런 내 사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주니어 시절 부터 꿈의 회사로 품고 있던 쎄트렉아이라는 회사의 면접 경험 이후였던 것 같다. 면접에서 만난 내 미래의 동료 후보들은 그냥 내 회사에 있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았았고 나는 크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허상 같은 꿈에서 깨어나오기 시작한 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회사가 다 고만고만하니 어디든 열심히 다니라는 말로 나에게 조언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분명하게 더 괜찮고 나랑 더 잘 맞는 회사는 있다. 지금 회사에 와서 확실히 그게 사실이라고 느낀다. 다만 나 자신에게 조언하는 것은 진흙탕 같다고 느껴지는 현실에서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이곳에서 하루를 살아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나치게 불평으로 하루를 채우지 말고, 그 가운데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과 행동을 하고, 그런 나 자체로 만족하는 일도 함께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여름에 물놀이를 하다 아이들이 수영을 배우고 싶어함을 느꼈다. 어설프게 군대에서 배운 수영실력이 다인 나에게 하나둘 배우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 취직을 하고 가을이 다 되어서야 1인당 20만원이 넘는 어린이 수영장에 두 딸을 보내게 되었다. 둘이 합쳐 40만원 가량의 비용이 많이 부담스럽다. 그런데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학교를 마치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배우고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지 상상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너무 즐거운 일이다. 아내와 통화를 하며 우리 이러려고 돈 버는거 아니냐며 두 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행복한 마음 마저 든다고 얘기를 나눴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돈을 버는 직장인의 모습은 고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일 이상의 이념을 추구하지 않아도 노동과 돈을 교환하는 것 자체가 가치있다고 느껴진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 모두, 그게 긍정적인 생각이라도 인간에겐 부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냥 현재, 현실에 대한 생각과 걱정을 하고 살라는.. 근데 이걸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