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기간과 불안장애

juunini·2021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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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하게 된 계기

발목이랑 종아리가 비틀려 부러져서 입원했을 때, 의사가 진단한 나의 입원기간은 8주였다.

그저 출근하다 넘어져서 다친 것 뿐이라 회사에서는 잘 모르니 언제 복귀하는지 종종 물어봤다.
처음 1주 정도는 내가 나을 때 까지 회사 일과 떨어져서 쉬고싶었다.

불안에 의한 이상행동

팀원들이 내 빈자리 때문에 그만큼 더 하느라 힘든게 보였다.
분명 출퇴근은 엄청나게 힘들겠지만 그래도 내가 복귀해야 될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조기 퇴원을 하려 함

그래서 의사선생님한테도, 원무과에도 퇴원 가능일자를 종종 물어봤다.
내가 있던 병실에 빌런이 너무 많아서 빨리 퇴원하고 싶은가보다 하고 퇴원시키고 통원치료를 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퇴원 당일에 일땜에 그렇다고 말하니 내일부터 매일 통원치료 해야되는데 일하러가기 힘들거라고, 그럴거면 그냥 퇴원하지 말고 계속 입원상태로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

원무과에서도 그정도까진 아닌데 일 때문에 억지로 퇴원하지 말라는 의미로 산재의 비용에 대한 최악의 상황까지 들려주기도 했다.
이 병원에서 나 만큼이나 많이 다친 사람이 드물다고, 나는 굉장히 많이 다쳤는데 왜 본인만 모르고 있냐는 말도 들었다.

회사에 퇴원 철회 통보

나는 퇴원할거라고 회사에 말했는데, 퇴원 철회됐고 입원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퇴원할거라고 했는데, 적어도 한달은 더 있어야 하는 상황이니까.
내 빈자리가 길어지니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산재 승인 언제?

입원기간이 다 안채워져도 산재 승인이라도 나면 퇴원하려고 계속 물어봤다.
근로복지공단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병원 원무과에 산재 담당하시는 분께도 물어보고,
산재 담당해주시는 변호사님께도 물어보고...

내가 하는 행동이지만 아닌 것 같아...

그렇게 여기저기 내가 언제 퇴원이 가능할지 물어보고 다니고,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식은땀이 났다.
죄책감을 넘어서 너무나 불안했다.
내가 너무나 피해를 주는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 것 만 같이 느껴졌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도,
심리적인 상태도 정말 뭔가 굉장히 이상하고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정을 찾기 위한 행동

정신과 진료

입원중이라 2주동안 정신과 진료를 못받았다.
그래서 외래진료를 신청하고 갔다.

가는 길

걸어서는 10분 거리인데, 목발 짚고 걸어가기 힘들까 싶어서 버스를 타려 했다.
무릎을 2주나 못굽혔더니 다친쪽 무릎이 잘 안굽혀져서 버스 계단을 자력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부축해서 올려주려 하니 미안해서 그냥 안탔다.
출근하려면 매일 버스를 타야하는데 가능하긴 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걸어가니 멀쩡할 땐 10분거리인데 30분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그리고 너무나 힘들었다.

고작 10분 거리인데 그걸 30분 넘게 걷고 이렇게나 힘들다니,
이런 상태로 매일 출근이 가능하긴 한걸까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상담

내 상태를 털어놨다.
그리고 들은 대답은 짧고 명쾌했다.

내 건강을 먼저 챙기라는 것이다.
회사는 내가 없어서 힘드니 물어보는거지, 그걸 혼자 생각하면서 부풀리지 말라는 것이다.
애초에 입원기간을 8주로 잡았다는건 후유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가 책정한 기간이니 잘 따르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다. 후유장애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다.

정형외과에서 수술해준 의사선생님이 후유장애가 남을 수 있으니 나중에 걷다 넘어지지 않게 엄지발가락을 계속 위로 굽히는 연습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인대도 4군데나 파열된걸 수술했으니 재활치료 시작하면 열심히 해야한다는 말도 들었었다.
재활치료 열심히 안받으면 나중에 인대 재건 수술을 따로 받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나아졌나?

아직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여전히 죄책감 투성이고 안절부절하다.

그래도 현실을 몸으로 부딪혀보니 불안함과 죄책감으로는
내가 제대로 거동을 못하는 현실을 바꿀 수 없구나 하는걸 알게됐다.
죄책감이랑 불안감이 벽을 만나서 시무룩한 상태가 됐달까...
억지로 퇴원한들 출근은 제대로 못한다는걸 몸으로 알았으니...

불안해하고 죄책감에 잠겨있다고 뭔가 되지는 않는다.
알고있는데도 안되니 병이겠지 싶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만 미안해하고 낫는데 전념해야 하는데도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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