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면 시간 많아서 책읽고 공부도 하고 그럴줄 알았지...

juunini·2021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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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입원?

본인은 2주 전에 출근중에 미끄려져 넘어져서 발목 인대 4군데 파열, 3군데 골절로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게 되었다.
(아니 출근길이 얼마나 험난하길래;;)

굉장히 아픈 와중에도 입원하면 아무것도 안하고 맹하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일테니 책이랑 노트북 들고가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챙겨갔다.

그래서 공부는 좀 했나?

머리 꼬리 다 떼고 본문만 말하자면 거의 못했다.

입원 초기

발을 올리고 누워있는 자세가 아니면 피가 쏠리는 엄청난 통증을 느껴서 뭔가 하기는 힘들었다.
너무 아프다보니 거의 정신이 나가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기도 했고.

통증땜에 너무 고통스러운데 병실 환경도 너무 힘들어서 직접 얘기하기도 했고 간호사를 통해 얘기하기도 했다.
심할 떈 의사선생님이 직접 이야기 해도 소용이 없었다.

어떤 환경인지 아래를 보면 알 수 있다.

빌런 소굴

입원실은 빌런 소굴이다.
'다인실 스트레스' 라고 검색해보면 수많은 사례가 나오고,
'다인 병실 스트레스' 라고 논문 검색을 해도 많은 논문이 나온다.

내가 입원한 병실의 대부분의 환자는 할머니였다.
노인들을 상대로 빌런이라 하긴 예의가 없는 느낌이 강한데,
나도 처음엔 굉장히 많이 참았다.

할머니들이니까 그럴수도 있지,
늙으면 다 그래 하는 말을 들어가면서 그냥 참았다.

그런데 누구나 내가 처한 환경에 3주 있으면 나 처럼 인내심이 바닥날 것 같다.

소음 빌런


낮에는 이야기 소리가 90데시벨을 상회하고
새벽에는 80데시벨을 상회한다.
통화할 떈 100데시벨이 넘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서 실제로 측정했다.)

수술 직후엔 너무 힘들어서 조금만 조용히 말해주실 수 없냐고 물어봤는데
"원래 그런 기질로 태어나서 어쩔 수 없어!!!!" 라며 소리를 지르더라.

불면증 빌런

한 할머니는 불면증이어서 새벽에도 TV를 크게 켜놓고 자기가 잠 안온다고 다른 사람을 불러서 자꾸 이야기를 시킨다.
말 시킬 사람이 없으면 누군가 깰 때 까지 큰 소리로 "늙으니까 잠이 안와..." 하면서 중얼거린다.

주로 소음 빌런을 깨운다.

비명 빌런


새벽마다 1~2번씩 있는 일인데,
어느 할머니는 새벽마다 화장실 앞에 가서는

"빨리 나와!" 하고 비명을 지른다.

화장실에 누가 있든 없든.

내 말 듣고있지 빌런

나를 쳐다보면서 계속 자기 영웅담이나 아들자랑 딸자랑 하시는데,
참다 참다 도저히 못견뎌서 그냥 이어폰 꼽고 못들은 채 하는데도 계속 중얼거리고 계신다.
가끔 와서 듣고있냐며 툭툭 치며 물어보기도 한다.

이거에 대해서 그냥 예~예~ 하고 대답해주면 되지 않냐고 할 사람이 많은데,
나도 통증땜에 괴로운 상태로 11시간 이상 매일매일 이런 고역을 견뎌낼 사람이 있다면 인정하겠다.
자면 듣고있냐면서 깨운다.
간호사가 자는 사람 왜 꺠우냐고 했는데도 계속 깨운다.

나는 이 할머니 때문에 팔에 주사맞고 있는데 간호사가 방해받아서 잘못 찌르는 바람에 굉장히 아팠던 경험이 있다.

생리현상 빌런


트림이나 방귀같은 생리현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배출한다.
소리가 작은것도 아니고 살면서 들은 그런 종류의 생리현상 중 나는 소리 중에 가장 컸다.

냄새 빌런


자식이 자꾸 낫토를 냉장고에 채워주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걸 전자렌지에 돌리면 냄새가 굉장히 심하게 났다.
(불면증이 있으셔서 새벽에도 종종 돌려드시더라...)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환기라도 시키려 그러면 춥다고 빨리 창문 닫으라고 그런다.

사람이 있을곳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입원하면 편하게 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그와중에 할머니들도 서로서로땜에 힘든지 다들 똑같은 말만 한다.

"집에 가면 잘 쉬겠는데 입원해있어야 한다" 라고.

...~~할말하않~~...

해결 방법이 있나?

병실을 옮기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
위에 언급한 빌런들은 같은 병실도 있고, 다른 병실에서 본 빌런도 있다.
병실을 옮겨봤지만 다른 병실에 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 와중에 공부

정신이 좀 들 무렵엔 야외 흡연장소에 가서 덜덜 떨면서 책을 읽거나 코딩을 했다.
거기 말고는 갈 수 있는 장소가 없기도 했고.

병실에서 그런 극한 환경에 넋나간 상태로 한 시간 했을 때 보다
차라리 추위에 떨어도 조용하게 집중할 수 있는 흡연장에서의 10분이 비교도 못할 정도로 훨씬 효과적이었다.

잠을 자는 방법

정형외과라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잠을 재우지 않는 빌런들이 없는 시간에 자야한다.

etc...

산재를 신청하면 입원 기간이 늘어난다고?

산재 승인이 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통 2주 ~ 2달)

산재 승인 날 때 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면 자기 돈으로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승인나면 환불받는 방법도 있긴 하다.

나는 너무 힘들어서 내 돈을 내고 퇴원하고,
통원치료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퇴원시켜달라고 했다.
낼모레 퇴원 ㅠㅠ

입원했다가 복귀하는 사람에게 잘 쉬었냐고 하지마라

위에 언급했듯이 입원실은 극한 환경이다.
잘 쉬고 왔을리 없다.

"입원하느라 힘들었지? 수고했다."

라고는 못할망정

"잘 쉬고 왔어? ㅋㅋ"

하고 물어보지 말자.

입원실 관련 사업을 해볼 수 없을까 고민중이다.

내가 겪어보니 너무 힘들어서 쾌적한 입원실에 대한 사업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서는 빈 병실이 생기면 입원을 원하는 환자를 거기에 채워야해서 이렇게 아비규환이 되지만,

만약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지내야 하는 병실이 따로 있고
동의서를 쓰고 어길 시 퇴실되는 병실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병실이라면 4~6인실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병원에서는 수지타산 문제로 운영을 못하겠지만 병원이 아닌 곳에서 운영을 할 수 있다면 하고 말이다.

아직은 아이디어만 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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