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의 개발자 쥬니니의 2021년 회고

juunini·2022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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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강의 개발자가 되었구나, 쥬니니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2021년이 시작하고, 나는 매 주 금요일마다 "그만둘게요" 라고 대표한테 말했다.
매 주 그렇게 말하는 나도 너무 힘들었고, 나를 그만두지 못하게 해야하는 대표도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발자를 새로 뽑기가 너무나 어렵다는걸 잘 알기에 나도 사람이 뽑아질 때 까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입원

눈이 많이 내렸던 날 이었다.

출근할 수 없어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했는데 재택근무 안된다고 해서 억지로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미끄러져서 발목부터 정강이, 무릎 아래까지 뼈가 금이 가거나 부러졌다.
(우리 집은 평지로부터 120m 정도 높이에 있는 산꼭대기 동네다.)

산재 급여 먹고 기운내

그대로 입원해서 나사를 박는 수술을 하고 3개월간 입원했다.
처음으로 산재 보험의 혜택을 받았다.

산재 TMI

나는 어찌저찌 기어서 택시타고 병원가서 입원했는데,
그냥 그 장소에서 곧장 119를 불러 실려가야 산재 처리가 더 좋다(?).
(장난 아니고 진짜다.)

입원 생활

내가 입원해있는 동안 같이 일했던 마이스터고 출신 고등학생 신입이 혼자 다 갈아넣으며 고생할걸 생각하니
병원에서 노트북으로 할 수 있는데 까지 일하며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일하지 말라고 해서 그냥 쉬었다.

아, 1인실 가고싶어

다인실에 입원해서 너무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됐고
그동안 못했던 공부와 스터디 참여, 책 읽기 등을 하며 꽤나 행복했다.

퇴사

병원에선 3개월 입원을 권장했는데, 혼자 갈아넣고 있을 고등학생 신입아이가 신경쓰여 2개월째에 퇴원했다.
나는 여전히 깁스를 하고 거동이 불편했기에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했는데, 재택근무 안된다고 해서 억지로 출근을 했더니
손목도 이상이 생기고, 몸살이 걸리고 대상포진이 와서 만신창이가 된 채로 진짜로 그만뒀다.

진짜로 팔 다리 멀쩡한데가 없었다.


길고 긴 휴식기

그렇지만 아직 뉴타입의 능력은 남아있어!

퇴사하고 거의 7~8개월 정도를 쉬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라 요양이 필요했다.

큰 수술

오래 요양하겠다고 마음먹은김에 오랜 시간 함께해온 지병과의 연을 끊기 위해 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거의 3개월간은 정말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누워서 쉬었다.

상태가 이렇다보니 종종 엄마가 와서 청소를 해주고 밥을 해주셨다.
밥은 그래도 혼자 먹었어!

우울증

원래 우울증이 있었는데, 3개월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다보니 꽤나 심해졌다.
주변에 안좋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몸이 좀 나아지고 부터는 억지로라도 이것저것 시작했다.

그 중에 하나가 velog 였다.

그리고 샤갈과 고마덕에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

관심병이니라(?)

짐의 관심병으로 자네들이 관심이 있는지를 살펴 볼 것이야

처음엔 글 쓰는 요령이 없어 엄청 재미 없게 썼는데,
그래도 계속 쓰다보니 점점 요령이 붙어 재밌게 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velog 메인에 내 글이 계속 오르게 되며 관심의 맛을 알게 되었다.

관심에 진심이다
그렇게 계속 관심을 받기 위에 글에다가 약을 타다보니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섹스 신청서

그렇게 관심을 받던 일들 중 하나가 내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섹스 신청서 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분이 '섹스 신청서' 이미지를 올리셨었는데,
"PR 올리라 해요 ㅋㅋㅋ" 같은 반응들을 보며 재밌겠다 싶어서 만들어본 프로젝트다.

그래서 첫 취지는 섹스 신청서를 Pull Request 올리고, 신청서 리뷰(?)를 하는 형태로 만들려고 했었다.
만들 당시에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애인이나 파트너와 섹스를 하면 더 즐겁지 않을까 하며 만들었는데
정작 애인이 생기고 보니 안쓰게 되더라(...)
(연애를 유튜브로 배워서)

시간날 때 버그만 수정하고 Archive 상태로 만들까 고민중이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섹스 신청서의 부산물들

섹스 신청서는 단지 관심의 수단만은 아니었다.

프로젝트를 만들며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을 다 쏟아부으려 노력했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을 쏟아부은 nextjs-starter-kit, rust-serverless-lambda-template 를 만들어 공개했다.

그리고 npm에 라이브러리로 배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알아보며 npm-library-template 를 만들기도 했다.
(input, button 같은 것들을 라이브러리 형태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었다.)

이것들도 꽤나 많은 관심을 받았고, nextjs-starter-kit은 star가 30개, fork가 6개나 찍혔다.

지상 최강의 개발자의 탄생

그 즈음, 육화의 용사 라는 애니를 봤는데

주인공이 별로 지상 최강이 아닌 것 같은데 계속 자신을 지상 최강 이라고 한다.
순수하게 강한것도 아니고 싸울 때 온갖 비겁한 술수는 다 쓴다.
그런데 그렇게 온갖 비겁한 짓을 다 해가며 잘 싸운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 때 부터 지상 최강의 개발자를 자칭하게 됐다.

지상 최강의 개발자(물리,샷건)

수 많은 러브콜

스바라시 제안을 하나 하지, 우리 회사에 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관심종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무렵, PO벨로거WER 가 되며 나는 정말로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내가 저런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곳들의 면접제안도 엄청나게 들어왔었다.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Belivvr의 양병석 대표님의 연락도 왔다.

거절은 거절한다


원래 안가려고 거절했었다.
내 커리어에 대기업을 끼워넣고 싶어서 였는데
거절을 거절당했다.

예의상 면접이라도 보러 가야지 하고 갔다가 영업당했다.

새로운 시작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내 연봉도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many 개발팀원

여태 개발팀원이 2~3명인 환경에서만 일해오다가 10명인 환경에서 일하게 되니 모든게 새로웠다.

인정받기

전혀 의도한건 아닌데, 마치 도장깨기 하듯이 한명씩 어려운 일을 처리해주며 인정받았다.

2주동안 고생한 일을 하루만에 해결책을 찾아 이틀째에 해결해준다거나,
마침표를 찍지 못하던 일을 마침표를 찍어주거나,
들어오자마자 서비스 출시를 하기 위해 마무리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그런 식으로 도움을 주다보니 어느 새 모두에게 인정받고 시니어 포지션이 되었다.

고생했던 보람

첫 회사에서 말도 안되는 고생을 했었다.
컨퍼런스 뒷풀이에서 개발자들끼리 잡담 하다가 어떤 일 하냐고 물었을 때,

클라우드 관리도 하고, 비용 관리도 하고, IDC에 가서 서버 장비도 관리하고, 서비스 관리도 하고, 직접 개발도 하고, 문제 생기면 고치고, 재무 심사땜에 데이터 요청 들어오면 쿼리 날려서 데이터 뽑아주고, 사무실 랜선 문제 생기면 직접 "흰주주흰갈흰..." 해가며 랜선 만들어서 새로 연결해서 꼽아주고, ACL 관리도 하고, 방화벽도 만지고, 보안 관리도 하고, ISMS 심사도 받고...

라고 대답하니

"ㅋㅋㅋㅋㅋㅋ 회사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신입한테 그렇게 시키는데가 어딨어요? 거짓말 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

라고 다들 웃었는데

나는 매일매일 야근하고 밤새가며 그렇게 했었다.
당시 같이 일했던 김동훈 CTO님이

"이렇게 고생한건 나중에 언젠가 돌려받을거에요"

라고 위로해주셨었는데

마치 그게 지금인 것 같다.

작년 회고에 이어 올해도 김동훈 CTO님을 언급했다.
정말 내 인생의 빛 같은 분이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회사의 CTO로 모시고 싶다.

애인 생김

2021년에는 애인이 생겼다.
그래서 2021년은 아무런 후회가 없다(?).
더 풀면 염장질이 될테니 이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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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강의 개발자 쥬니니

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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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3일

레전드...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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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0일

진짜 다사다난하셨군요
앞으로는 좀 더 본인 잇속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 잘 읽고 갑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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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2일

글 초반에 벌어진 일이 너무 놀라워서 쭉 읽었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Belivvr은 재택이 가능하길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