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엔드 개발 독학을 시작한지 2주가 지났다. 한국을 떠나,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 곳에서 혼자서 사색하고, 공부하고 있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이 시간을 투자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안에 꽁꽁 숨겨놓기보다는,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동기부여에 효과가 될 것 같아서 내 첫 포스트를 쓴다.

나의 배경

나는 대학교에서 사회학과 비즈니스를 공부했다. 사실 나에게 제일 재미있는 연구 대상은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다. 개인들이 모여 사회가 생기면, 문화가 생기고, 조직이 생기고, 패턴화된 행동 방식이 생겨나는데, 이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교 졸업 후, 나는 다양각색의 일들을 하다가 개발일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의 일부를 기록한다.

경험한 일들

마케팅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의 한 테크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작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여러가지 일을 두루두루 했다. 이메일, 소셜 미디어, 이벤트, 커뮤니티 마케팅 등등...

하지만 나는 마케팅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메세지를 포장해서 홍보하는 일 자체가 재미가 없었으며, 확실한 답도 없고 성과를 재는 방법도 없어서 더 재미가 없었다. data-driven marketing이라고 해서 크리에이티브한 스킬보다는 숫자, 데이터를 더 다루는 마케팅이 있기는 했는데, 숫자를 다룬다고 마케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여서...

마침 취업 비자를 약속했던 CEO가 입 싹닦고 말을 바꾸고, 나를 해고시켰다. 그렇게 해서 마케팅 일과, 미국 모두 떠났다.

언론

사람들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언론을 통해서 배운다. 우리가 매일 읽는 신문 기사가 세상에 대한 인식을 형성시키고, 사회를 바꾸는 행동을 유발시킨다.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의 실체는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외신 기자들의 리서치, 취재보조, 통역/번역을 맡았으며, 나중에는 다큐멘터리, 비디오 뉴스를 제작하는 일도 했다. 취재한 토픽은 북한 이슈, 테크, 한류, 페미니즘 등등이었다.

일 자체는 재미있었다. 내가 마음에 들어한 부분은, 글로서 사회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발로 뛰면서 배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의도로 뉴스가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배포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언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과 삶의 구분이 없다. 뉴스는 휴일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항상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것을 어떤 스토리 프레임에 넣어서 전달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럴 만큼 나는 언론에 대한 애정 및 사명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언론사들의 수익 악화로 한국, 외국의 언론 업계 모두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신입으로 들어가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있는 사람도 짤리는 판이다. 요즘은 굳이 언론사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서 얼마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언론 못지 않은 영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 계속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획/데이터 분석

마케터로 일했을 때 PM이 내가 크리에이티브한 스킬보다는 데이터, 숫자를 다루는데 더 소질이 있는 거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항상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마침 관심있는 국비 과정 프로그램이 오픈하여, 지원해서 합격하여 4개월동안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반은 통계, 반은 프로그래밍 (Python, Pandas Library)였는데, 통계는 곁핥기식이였고, 프로그래밍 파트가 좋았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주신 강사님이, 방법론보다는 본질적인 개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기 때문에, 빠르고 재미있게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N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다. 요즘 핫하다는 인공지능 부서에서. 그런데 엉뚱하게도 데이터 분석 인턴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기획 인턴으로 들어갔다. 실제 한 일은 기획 50%, 데이터 분석 50%였다.

일을 하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깨달았다. 데이터 분석은 몇 개월 툴을 배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였다. 사실 툴을 사용하는 능력보다는, 도메인 지식과 그에 대한 애정이 더 필요했다. 어떤 데이터를 왜 봐야지 알아야지, 툴을 이용한다고 분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붓을 사용할 줄 안다고 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알아야 그림을 그리는 거지.

오히려 앱 서비스 기획을 하면서 prototype을 만들고, 앱 스크린을 디자인했는데, 그 과정이 더 재미있었다. 버튼 하나를 추가해야 하는지, 마는지에 따라서 서비스가 지향하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단순 기획보다는, 이를 직접 내가 만들어볼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원래는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들어가는데, 상황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미련없이 인턴 생활을 끝냈다.

그래서?

그런데 왜 뜬금없이 개발이냐고?

내가 지금까지 직업을 선택한 동기는 1) 현실적인 이유 (취업 비자, 기회, 월급) 아니면 2) 개인적인 호기심/애정이었는데, 개발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길이 길어졌으니 자세한 것은 다음 포스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