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1차 프로젝트를 마치며(심리편)

Bohyeon Koo·2021년 1월 24일
2

Review

목록 보기
1/3
post-thumbnail

결론

잘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꾸역꾸역 버티며 1차 프로젝트를 마치고
마음 속에 떠오르는 강렬한 문장은 바로 저 문장이었다.
그리고 이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삶

이전에 살았던 나의 삶에는 잘 해보고 싶은 게 없었을까?
분명 있었겠지만, 때때로 자주 추억으로 미화되는 기억들과는 반대로
돌이켜보면 내 삶은 흑화(?)되었는지 없는 것만 같았다.

대신에, '어떤 모습'은 참 많이도 되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벌고 있는 모습,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모습 등
지난한 과정을 건너 뛴 결론들은 내 삶에 참으로 많았다.
이 글조차 결론부터 쓴 걸 보면 지금도 문제가 좀 있다.

위코드를 만나고, 위피커를 만나다

그러나 2주 내내 실제 식사 때 "배를 채웠다!"라는 결론보다
"이 메뉴는 이렇게 맛있고, 저 메뉴는 저렇게 맛있다!"라는
과정을 즐겼던 우리 위피커 팀원들을 만나서였을까😁

혹은 개발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던 사람들,
누구를 알려줄 때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
직면한 문제를 대충 넘기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 해결하는
사람들이 모인 위코드를 만나서였을까

어느새 나 또한 그런 과정 속에 휘감겨 과정 자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도, 잘하고 싶다는 것을

거창할 줄 알았던 미약한 시작

위코드의 시작인 개강일은 사실 나의 생일이였다.
등록 때 의미부여도 참 많이 했고, 새로운 나이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시작부터가 구겨진 도화지를 펼친 것만 같았다.

전면 온라인, 이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누구의 탓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되었고 실망스러웠다.

그 이후에 생긴 모든 고민과 문제들은
저 부정적인 생각 하나로 놀랍도록 파생되었다.

내가 이때 깨달아야 했던 것은, 동기들은 내가 저러고 있을 때
복습을 하고 코드를 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구겨진 종이를 버리기 전에

하루에 혼자만의 결론으로 결심하고 번복하기를 수십 번,
자연스레 수업에는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고
게다가 나름대로 가까워졌던 동기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또는 다른 이유가 더해져 하나둘 씩 떠나가게 되었고
당연히 거기에 동요되어 나 또한 "몇 번째로 나간 사람"으로
불리기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도망치는 거 아닐까? 포기하는 거 아닐까?"
생일날 시작했다는 나름대로의 의미부여 때문이였을까
아니면 좋은 동기들을 막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때문이였을까

새로운 나이에는 처음으로 '끝맺음'이라는 걸 제대로 해보고 싶었고,
내 선하고 좋은 동기들을 실망시키고싶지 않았다.

그때, 위코드와의 첫 유대감을 느끼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백한 작별인사

어떠한 멘토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새벽에.
심지어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온라인 줌으로.
하지만 온라인 화면의 픽셀 그너머의 어떤 것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떠나려는 나를, 흔하다는 듯이 말하며
잡을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듯 담백한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 담백함이 묻은 문장들이 내 마음을 동요시켰다.

한 마디 한 마디 명문같았지만
"제 지금의 선택이 포기로 보는 게 맞겠죠?"
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과 이어진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당연히 포기죠.
전 직업이 팩트를 다루는 분이셨기 때문이었을까 강한
팩트리어트 미사일을 한 번 쏴주시고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이 포기일지 아닐지는 앞으로의 내가 결정하는 것
이라고, 어떤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택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점에 대해서 강조했다.

이미 그런 말들을 우연히 들었었다. 최고의 선택보다,
차선책을 최선의 노력으로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무엇을 살 때도 정말 최고의 제품을, 최저의 가격으로 사려고
노력하려는 내 태도때문일까, 최고의 선택을 하려는 습관은 여기서도 드러났다.하지만 깨달아야하는 점은 그걸 알아보는데 할애하는 나의 시간도
비용으로 쳐야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담백한 인사를 다 듣고서는 나의 마음은 침잠하게 되었다.
값진 말들에 유대감을 느꼈고 그리고 이내 수많던 고민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끝까지 하고싶었다. 지금 느낀 유대감을 공유한 위코드에서.

빳빳한 새 종이에만 그려져야 그림일까

늦었고, 잘모르겠고 어려웠다.
하지만 뭐라도 손에 쥐어보았고 그려보았다.

거기에는 우리 팀의 도움이 가장 컸다.
1차이니 하고싶은 기능을 해보는 경험으로 갖고 가자고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하고싶은 거 해보라고 말씀해주시며
많이 바쁘시고 힘들어보이셔서 질문드리기도 죄송했지만
여쭤보면 "이렇게 해야돼요!"가 아닌,
"저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고 알려주셨던
언제나 선함과 겸손함이 묻어났던 피엠 민선님

정말 별거 아닌 디자인과 UI뿐인데도 크게 리액션 해주시고
칭찬은 물론 격려까지 많이해주셨던 연우님, 새봄님.
다른팀에는 전무한 백엔드 솔로 작업 중이시지만, 그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연우님의 실력과 항상 씩씩하고 유쾌함을 가져가려 하셨던 태도 또한 어쩌면 암울할 수 있는 우리팀의 상황을, 좋은 분위기로 많이 만들어 주신 것 같았다.
새봄님과는 오히려 나가시고 인사드리면서 더 유대를 느낀 것만 같았다.
작별인사를 하며 진심이 묻어났던 장문의 카톡들에 더욱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과 같이 밥을 먹는 '식구'가 되었고 그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힐링으로만 느껴졌다.
재밌는 대화는 덤이요 그들의 마음가짐, 태도까지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과의 시간 자체가 그려지고 있었다.

삐뚤빼뚤

결과물은 삐뚤빼뚤했다.
(결과물과 코드들은 코드편에서 작성 예정!)
하지만 그 과정은 분명히 이뻤고
지금은 오히려 그게 더 좋다.

물론 분명한 아웃풋을 내야하는 사회에서는
저런 "과정이 좋았다!"라고만 하는 낙관적인 태도는 독이며 게으름이다.

하지만 여기는 부트캠프다. 훈련소.

훈련병은 분명 병장의 짬바를
짧은 훈련기간만을 통해서 절대 낼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내공이 쌓인다면 가능하다.
삐뚤빼뚤함이 쌓여 아름다움 곡선을 그려낼 수 있게 노력하고 싶고

잘하고 싶다.

4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1년 1월 25일

보현님 거의 집가기전에 장바구니 기능 같이 구현해보면서 너무재밌나고 신나시던 모습이 생생하네요🎆🎇 힘든기간 고민하시고 잘견디셨으니깐 분명 많이 성장하실거라 생각됩니다!! 같이 성장해보아요~~~!! 코드편도 기대하겠습니당ㅎㅎㅎㅎ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1년 1월 25일

보현님 너무 멋져요!! 디자이너 출신 개발자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코드 빨리 보고 싶습니다😎😎😎 2차 프로젝트도 잘 하시고 점심 먹을 때 저희 팀으로 놀러 와주세용ㅋㅋ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