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독

keeper·2021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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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문득 들었다.

어제 저녁 퇴근 후 아이들을 재우고, 늘 그래왔던것 처럼 아무생각 없이 게임을 틀고 의미없는 시간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게임을 하다가 끄고 내일을 위해 자려고 누웠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였지만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에 "문득 들었다."
그 생각 중 나는 한가지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젔다.

"과연 나는 어떠한 인생을 살았는가, 만약 내일 죽음이 나를 찾아 왔을 때 후회없는 인생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한 내 두 딸들에게 좋은 부모로 기억될 것인가?"

그렇다 나는 내일 죽는다면 너무 억울하고 지난 인생들을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 할 것이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내 자신에게 미안했다.

이런글을 적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위상이나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지금도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하찮은 나에게...
나는 지금부터 쓰기 시작하는 글을 서른 두살의 나에게 바친다.

1. 첫번째 독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 신경도 안쓴다.
그저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내 생각엔 어떠한 것들이 후회가 될 것들인지 적어보련다.

나는 두분 모두 공무원이신 부모님 수하에 사랑을 넘치게 받으며, 남들 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필요한 것들, 가지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어느 것 하나 아쉬움 없이 다 해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이었다.

아버지는 5급 공무원이셨다.
어머니는 사업을 하신 기반으로 정치에 입문하셔서 공무원이 되셨다.

이런 풍족한 일상을 지내던 어느 날 늘 그래왔던것 처럼 가지고 싶은것이 생겼고 아버지께 요청을 하였지만, 처음으로 아버지는 나에게 거래를 요청하셨다.

"동생 괴롭히지 않으면 사줄게!"

나는 이 거래를 흔쾌히 승낙했지만, 이것이 나에게는 후회 하게될 인생의 서막 이었다.
즉, 내 인생의 이 되었다.

아마 나에게 처음 독이 된 것은 처음으로 했던 거짓말이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처음으로 한 약속,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번 동생을 괴롭힐 때 마다 동생에게 겁박을 하였다...

"아버지한테 이르면 죽도록 패줄게"

그 후로 아버지는 내가 이제는 동생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거짓말에 속아 내가 하고싶은 모든것들을 해주셨다.. 물론, 거짓말이 아니었어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첫번째 독 거짓말이었다.

2. 두번째 독

첫번째 독을 기점으로 내 거짓말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였고, 이제는 부모님을 속이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행동으로 잘못 판단하게 되었다.

친구집에 놀러 갔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집 거실에 못보던 물건이 있었는데, TV처럼 보이는 커다란 상자가 있었고, 그 상자 밑에는 회색 상자가 있었다. 궁금해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이게 뭐야? TV가 왜 책상 위에 있어?"
"응 이거 콤퓨타야"

처음으로 보았던 컴퓨터와 모니터였다.
컴퓨터를 키고, 화면에 있던 비행기 아이콘을 누르자 왠 외계인 얼굴이 나왔다.
깜짝 놀란 나는 친구에게 외계인이 나왔다고 호들갑 떨면서 친구가 하는 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바로 스타크래프트였다. 그것은 바로 두번째 독인 게임중독 이다.
그렇게 나는 수학을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던 나에게 두번째 독을 선사한다.

이날 이후로 틈만나면 친구집에 놀러가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놀았고, 스타크래프트가 지겨워 지던 찰나에 바람의OO라는 게임을 새로 접하면서 RPG의 세계로 빠저들었다.

부모님에게 말해서 300만원정도 거금을 들여 집에 컴퓨터를 처음으로 장만했고, 그 날 이후 나는 게임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7년도 부터 현재 2020년도, 약 23년 정도를 게임과 함께 살아간 아까운 인생인 것이다.

그 이후 현재 온라인 PC게임들의 역사와 흐름, 트랜드에 따라 게임을 바꿔가며 현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게임을 다해보았다.

지금 막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이지만 "참 병신같은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3. 세번째 독

이러한 인생들을 살아오면서 현재 나에게 들이닥친 현실이 세번째 독은 바로 혹독이다.
거짓말 중독과 게임중독에 쩌든 내 인생은 정말 비참하고 아깝고 모자라고 **병신같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어린 시절 친구들과 추억보다는 게임에 대한 집념으로 살아서 친구들과 진한 우정스토리나 추억거리가 없다.
  • 친구들에게 게임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수인것 처럼 거짓말 하다가 들켜서 왕따도 당해봤다.(사실 게임을 잘하는 친구가 인기가 많아서 부러워서 그랬던것같다..)
  • 그렇다고 게임에 재능이 있는것도 아니다.
  • 게임보단 거짓말을 더 잘한다.
  • 게임 말고는 열심히 해본 것이 없다.
  • 사실 게임을 열심히 한 적은 없다. 그냥 재미로 시간을 허비했던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들을 바탕으로 나는 현실이 너무 혹독하다.
아이는 계속 성장하는데 아이에게 우리 부모님 보다 더 섬세하게 챙겨주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싶다.

나의 부모님은 사실 워킹홀릭이라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틀에 한번 집에 오시고, 어머니는 정치하시느라 매일 밤 10시 이후에나 새벽에 들어오시곤 했다. 그렇게 나는 어린시절 방치 됬었다고 생각한다.

  • 학원에 방치
  • 컴퓨터 앞에 방치

이렇게 생각하면 개쓰래기 라고 생각들지만 사실을 적어봤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와 같은 인생을 걸어가는 청소년들이 있을거라 생각든다.

하지만 한번도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비난한적은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적은 내용에서 아쉽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부모님이 나와 내 동생에게 아쉬움 없이 다해주려는 마음에서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웹 개발자로 일하면서 연봉도 박봉이고 매일같이 야근을 한다.
두 딸들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가격표부터 처다보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

그냥 돈 많이 버는 세상 부모님들이 존경스럽다.

어머니, 아버지 존경합니다

4. 마지막 독

이러한 배경으로 나는 앞으로 인생을 더 이상 허비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또 하나의 독을 주고자 한다.

바로 해독이다.

해독은 0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마이너스 인생이었다.

정신차리자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로 마음먹은건 작년 4월이었다.

글을 완성시키는데 꼬박 1년정도가 걸린것 같다.

그 동안 게임 중독을 끊어버리려고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들면 컴퓨터를 떠나서 딸들과 산책을 나가거나 블럭놀이, 야외체험학습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게임중독은 대부분 해독이 된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게임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가끔은 있지만 안해도 상관이없다.
내 생각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는 학창시절과 건강한 노후생활이다.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 열정으로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꾸며야겠다.

			 	   2021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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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허비하지 말자, 노력하자,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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