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일, 개발자 D-1

Topics a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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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자이너를 그만두다.

제작년 2월부터 출근하여 약 1년 2개월간 웹디자이너로 몸담았던 첫회사를 그만두었다.
별로 아름답고 멋있게 마무리되지 못하였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때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연인사이라고 할까나,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치닫고 서로에게 더 실망만 안겨주는 그런 관계에서 하루라도 더 그만 출근하고 싶었으니까. 회사의 장점과 좋았던 점이 많았지만 지나간 차는 다 똥차로만 기억되는 법, 자세한 기록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 짧았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디자인 실력이 많이 늘긴 했었다. 아직 친했던 사수와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걸로 만족.

2. 바닐라코딩

개발자가 되기 위하여 거쳐야했던 학원이자 살아남아야 했던 치열한 전쟁터.서울에는 여러 코딩 부트캠프나 개발자로 취직할 수 있는 수 많은 학원들이 있지만 바닐라코딩에서 배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운좋게 끝까지 남아 수료하고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조만간 후기를 작성하여 올리고 싶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나라는 존재가 살짝 흐릿해질 즈음.

3. 해커스어학원 개발보조 아르바이트

하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좀 더 편하고 나은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일. 연애하고 노느라 가뜩이나 적은 월급을 흥청망청 써버린 나는 통장에 잔고가 넉넉치 않았고 회사도 그만둔 나는 개발을 배우기 위해선 먹고 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바닐라코딩이 국비 지원 교육센터나 자원봉사단체가 아니었으니까. 좋았던 점은 굉장히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이고 일을 하면서도 상당한 시간을 내 개발 연습과 과제에 쓸 수 있었다는 점. 안 좋았던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소모 및 정신력을 소모했었고 그만큼 온전히 코딩할 수 있었던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었다는 점이다.

4. 할머니의 임종

연로하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슬픔보단 먹먹함이 더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많이 아프셨고 이제는 그 고통에서 자유로워지셨으리라 생각하면 그나마 마음이 좀 편하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당장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았던 것은 많이 후회된다. 며칠을 더 사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엄마의 말이 나에게는 며칠은 더 사실거라는 희망적인 메세지로 들렸던 것일까, 할머니는 내가 그 전화를 받은 그 다음날 돌아가셨다.

5. 이별

디자이너시절 잘 사귀고 있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 답답할 정도로 착한 여자였는데 많은 부분이 내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고 그것을 다 감내할만큼 더 깊게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먼저 이별을 고하는 것이 그 아이에 대한 배려였을텐데 바쁘다는 핑계로, 해야하고 공부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핑계로 계속 그 아이를 아프게 했다. 미안하다, 더 좋은 남자 만나렴.

6. 편의점 도시락을 가장 많이 먹은 해

해커스 아르바이트를 할 때, 내 옆 사수가 항상 편의점 도시락만 먹었다. 가격이 싸니까. 덕분에(?) 나도 항상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고 거의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았고 웬만한 도시락 하나로는 내 배가 차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무언가를 더 먹으면 항상 속이 불편했다. 나는 도시락 하나로 충분하였는데 그냥 마음이 만족하지 못 했던 것이다.

7. 지나치게 긴 휴식

11월, 바닐라코딩에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고 열 곳 정도의 면접을 치르고 다섯 곳 정도의 취업 오퍼를 받았으나 내가 요구한 연봉을 줄 수 있는 회사는 없었다. 내 능력, 내 수준에 비해 내가 지나친 욕심을 부린 걸로하고 기본 연봉이 제일 높은 곳으로 선택하였으나.. 사무실 이전 관계로 출근을 1월 3일부터 하는 걸로 요청이 왔다. 그 때가 12월 초였으니 약 3주 이상의 시간을 쉬어야만 했다. 이제는 하루도 남지 않았지만 가뜩이나 가진 돈도 부족해서 생활하기가 버거운데 그리고 혼자있을땐 그렇게 별달리 공부를 하는편이 아니라서 멍하니 기나긴 세월을 보내고 이제 출근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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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for 2019

1. 회사에 눌러살기

나는 혼자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혼자서 이것저것 해볼때도 있지만 여러가지 조건이 붙는다. (이를테면 건강상태가 좋고 외롭지 않으며 컨디션이 나쁘지 않고 뭔가 하나에 꽂혀있는 상태?) 나는 이렇다할 취미도 없고 집에가면 늘어지니 회사에서 할 일을 다 끝내고 그냥 회사에 남아있고 싶다. 디자이너 시절 다니던 회사는 그게 안 됐다.

2. 살을 좀 빼자.

너무 살이 많이 쪄버렸다. 단순히 그게 보기 싫어서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개발자로 일하기 위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헬스같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단순 반복 운동은 안하려고 한다. 일단은 수영을 좀 하고, 금전적인 여유가 있으면 크로스핏을 좀 해보고 싶다.

3. Skill Up

우선 회사의 스킬에 맞춰 Type Script와 C#을 좀 익히고자 하는데 나는 C#보다 C++을 공부해 보고 싶다. 자바스크립트가 C++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메모리에 접근하면서 C와 C#의 중간에 있기에 익혀두면 나중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이번 길고 긴 휴식시간 동안 좀 더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아무래도 혼자 내버려두면 잘 안하는 스타일이긴 한가보다.

4. 꾸준히 글 쓰기

글 솜씨가 좋다는 말을 몇 번 들었다. 몇 안되는 나의 재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글로 밥벌이를 하거나 취미로 글을 쓰시는 선수들에게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취미도 아니면서 어쩌다 한 번씩 써재끼는 것치곤 필력이 봐줄만 하다는 얘기겠지만 그런 재주라도 있는게 다행이다. 벨로그를 선택한 이유는 첫 째로 벨로퍼트가 운영을 한다는 것. 두 번째로 벨로그가 오픈 소스라 내가 기능을 추가하거나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직접 코드를 수정하고 PR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뭐, 그럴날이 오려면 한참 멀었다 그것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5. Personal Project

만들 줄 모르지만 만들고 싶은 욕망만 가득할 땐 계속해서 배우고 싶고 더 만들려고 안달이 나있는 상태였는데 만들 줄 아는게 늘어나고 할 줄 아는게 많아질수록 어째 창작욕구는 줄어드는 것 같다. 뭔가 하나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간, 스트레스가 따르는지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상태가 성공적으로 데뷔를 하였으나 후속작을 못내고 있는 만화가 내지는 소설가 같은 느낌이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뭔가 계속 들여다보고 있기는 하나 아무래도 난 빨리 회사에 들어가서 회사 코드를 보는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짬짬이 나만을 위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되돌아보면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한 해였다. 항상 위태로웠고 외로웠고 괴로웠다. 자신감도 자존감도 도트데미지를 입고 있었고 계속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럭저럭 잘 버텼다. 내일이면 새로운 커리어가 시작되긴 하겠지만 앞으로의 나날들은 견딘다던가, 버틴다던가, 살아남는다던가 그런 표현보다는 보낸다. 쌓았다. 함께했다 같은 단어로 표현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