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맥의 피드백론으로 돌아보는 22년

KwakKwakKwak·2023년 1월 13일
0

내가 싼 똥

목록 보기
13/15

가장 마지막 글이 11월 말 인턴 지원 후기였고 그 이후로 기말고사부터 시작해서 동아리에서 참여하는 프로젝트 벼락치기로 인해 한동안 글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는 지을수나 있을까 싶었던 프로젝트를 어느정도 완성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실력이 느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침표를 찍는 참에 새해도 맞이해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를 써볼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블로그에 남긴 글의 절반 이상이 매순간마다 느꼈던 점과 회고로 가득 차있더라구요.

밥 먹으면서도 생각해봤는데 저는 유독 과거를 그리워하고 자주 곱씹는 버릇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신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가봅니다 ㅋㅋ. 무튼 이전의 기록은 많이 남겼으니 지금 느끼는 것들에 집중해서 간단하게 써보렵니다.

협업: 얼만큼 진심인가?

개발자생에 처음 프로젝트다운 프로젝트를 배포 사이클까지 완료하며 비로소 프로젝트를 경험해봤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완전 노베이스인 비전공생이 괜찮은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1인분 이상을 해내면서 배워가는게 있을 정도가 되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리지 않나 싶습니다. 단, 제가 말하는 1년은 대학생 4학년 기준으로 컴공관련 수업 15학점씩을 들으며 1년을 개발로 꽉 채웠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1년은 무언갈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기보다 본전공을 버리고 개발자의 마인드셋과 행동양식을 몸에 익히는데 꽤 많은 헛발질의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런 비효율들은 모순적이게도 필수불가결한 시간들이며, 이 쪽에서 요령을 터득하여 불필요한 시간을 줄인다 해도 다른 쪽에서 어쨌든 그만큼 총량을 채워주는 비효율이 발생하게 되더라구요.

그 비효율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땐 굉장히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모습들은 제 벨로그 이전 글들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어요 ㅋㅋㅋ. 지금은 산 중턱에 있는 중간 쉼터에 다다른 느낌인데 앞으로 또 어떤 비효율의 늪들이 저를 기다릴지 기대가 됩니다(?).

22년을 관통하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이럴 때 가장 필요한 말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면 결국엔 올라와있더라구요. 그래서 비효율의 늪에 빠져있는 지인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면서 어찌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켜볼 뿐입니다. 결국 절대적인 일정 시간을 투자해서 열심히 허우적거려야 늪에서 걸어나오는 법을 터득하거든요.

이제야 비로소 물길이 보입니다

제가 유일하게 즐겨하고 진심인 게임이 있는데, 바로 리그오브레전드입니다. 올해엔 꼭 다이아를 찍어보고 싶어요(10년차 플딱이). 저는 롤도 잘해야 재밌고 잘하고 싶어서 유튜브로 공부를 하면서 플레이하기도 합니다. 즐겨보는 롤 유튜버 중에 현재 광동 프릭스의 감독인 씨맥님의 '맥문철TV' 컨텐츠가 있는데, 그 영상에서 인상 깊은 이론(?)이 있어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글에서 쓰이는 캡쳐 이미지들은 모두 맥문철TV 26회. 실력을 높이고 싶은 미드유저를 위한 라인관리의 핵심(+씨맥의 피드백론) 에서 캡처했음을 밝힙니다.

씨맥님은 롤에서 롤도사로 유명한 도파님과 더불어 수많은 이론들을 창시해내는데(통나무론, 먼저싸기론 등 재밌는 것들이 많습니다 ㅋㅋ) 이중에는 개인적으로 전반적인 삶에 적용시켜도 무리없는 통찰에 가까운 말들이 많다 생각합니다.(진지)

'피드백론'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영상의 내용은 제목처럼 실력을 높이고 싶은 유저가 씨맥에게 피드백을 요청하자 씨맥님이 '피드백'에 관한 일종의 정의를 내리는 내용입니다.

그림은 아이언(I)부터 브-실-골-플-다-마스터-그마-챌린저 까지 갈수록 좁아지는 깔때기 모습의 길을 나타내고 있고, 깔때기 안의 작은 점이 사람 하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그림에서 눈여겨봐야할 점은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상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핏보면 y축의 높이는 동일하게 밑바닥에서 시작하지만, 누군 챌린저까지 일직선으로 도달할 수 있는 x축 좌표에 놓여져있고 누구는 지면과 수직인 방향으로 출발하면 곧장 아이언의 벽에 머리를 박을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또한 이 사람의 출발 위치와 무관하게 진행 방향도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수직으로 갈수도 있고 45도의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챌린저를 단번에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서 출발해 실제로 도달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롤의 살아있는 전설인 페이커님이 그 몇 안되는 예시입니다. 이런 재능이 충만한 사람들은 시작부터 수직으로 챌린저에 곧장 도착하고 자신의 진행 방향 또한 벽에 곤두박질치지 않는 방향입니다.

저는 평범한 플딱이로서 지그재그 형식의 움직임을 가지며 플래티넘 구간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같을거에요. 매번 좀 이기나 싶으면 그만큼 지면서 50%대의 승률을 유지하며 의미없는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는 상황이 지겹습니다. 이런 제가 실력을 기르고 티어를 높이고 싶어 주위 롤 잘하는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고 가르침을 받았다 칩시다. 그런다고 제 티어가 단숨에 높아질까요?


아닙니다. 길은 갈수록 급격히 좁아집니다. 올라갈 수 있으려면 방향도 섬세하게 설정해야하고 일정한 추진
력이 필요합니다. 조금 올라가면 벽에 막히고, 또 반대방향으로 올라가면 금방 막히고, 막히고 막히고 막히고..

인간이라면 막힐 때마다 주위의 도움을 간절하게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막상 도움을 받으면 그 순간만큼은 해치운 듯 싶으나 이내 얼마 안가 다시 답답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자기 힘으로 올라간게 아니기 때문이죠.

게임만이 아니라 개발자로서도 그렇고 인생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피드백을 받는다고 실력이 상승하지 않는다'입니다.

피드백은 영상에서처럼 그저 이 사람이 어딜 바라봐야하는지 교정해주는 것에 그칠 뿐이고, 나머지는 온전히 그 사람의 몫입니다. 방향을 잘 설정해도 나아가는 힘이 부족해서 멈출 수도 있고, 가다가 후진을 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엄청난 도움을 줘서 도약을 했더라도 그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면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혹은 슬럼프에 빠지는 등 더 깊게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저는 동의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허우적거림에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아끼는 사람일 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마인드셋이 이러하셨기 때문에 저도 남동생이 집안 생활을 개판으로 해도 뭐라하고싶지 않습니다. 뭐라해도 바뀔려면 진작에 바뀌었을 것이고, 사람마다 다 말하지 않아도 깨닫게 되는 타이밍이 있으며 그것이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사실 일정 수준 이상의 잔소리는 안하느니만 못한 것 같습니다.

떄문에 저 스스로도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최대한 혼자 해결하려 노력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남에게 물어보는 것도 자신이 뭘 모르는지 정확히 알아야 물어볼 수 있더라구요. 내가 모르는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 정리하다보면 스스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때로는 방향교정 뿐만 아니라 등을 떠밀어주는 것도 필요한 때가 있고 저도 피드백을 해주다 보면 어느새 직접 해결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피드백을 받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피드백을 받는 것으로 만족할게 아니라 매순간 '나'라는 배의 방향키는 '나 자신'이 쥐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롭게 바뀐 올해엔 운영진으로서 멋쟁이사자처럼에서 활동하게 되었는데, 언젠가 이 글의 내용을 이야기할 일이 생길 것 같아 정리해보았습니다.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훈수하고 싶어서 쓴 것이라기보다는 사실 제 자신이 느슨해질 때마다 정신차리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한 목적이 가장 큽니다. 이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영상의 내용을 감명 깊게 들었기 때문에 기록해야겠다 마음은 먹었는데, 이 참에 정리하게 되어 좋네요 ㅋㅋ

글을 맺으며..

23년은 계묘년이라 하였습니다. 99년생 토끼띠로써 올해는 저의 한 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코로나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여태까지 안걸려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기침을 시작한 다음날 갑자기 몸살기운이 올라와 병원을 가봤더니 덜커덕 양성판정을 받았네요.. 슈퍼면역은 우스갯소리로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개소리였다는걸 몸소 증명했습니다. 사실 코로나 아니여도 거의 격리에 가까운 방학 라이프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타격은 크지 않지만 전역 후 한 번도 못봤던 유일한 군대 동기와의 약속이 취소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23년도 모두 건강하시고 각자의 삶에 큰 발전이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면서 글 마치겠습니다. 끝!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