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직무 탐구 🔎 | 1. 라이프 스토리 - 이벤트는 즐겁다

KwanHong·2022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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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일 때

인생 첫 행사장의 기억 🎉

인생 첫 행사장의 기억은 지스타 게임쇼(G-STAR)였다. 중학생이었던 때로 기억하는데, 친구와 같이 가서 돌아다니는 내내 눈이 동그랗게 커졌던 걸로 추억한다. 지금은 지스타가 부산에서 열리지만, 당시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세상 물정 모르던 중학생 둘은 수원에서 일산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그 친구와는 대학생이 되어 일본에서 TGS(도쿄 게임 쇼)를 같이 가게 되었다.

남자 중학생이라면 게임을 좋아하는 건 당연했고, 여러가지 크고 작은 게임을 한 장소에서 이벤트와 함께 콩고물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갔던 기억이다. 지금까지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한 건, 행사장의 떠들썩한 분위기,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벌어지는 재미난 순간들, 같은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동질감 등 때문이다. 같은 취미와 문화생활을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결 안의 새로운 다양성을 발견하고 연결되어 유대감이 생기는 신비하고도 흥분되는 시간, 너무 어렸던 시절이었지만 이 모든 것들을 체감했기에 나만의 고유한 원초적 즐거움이자 욕망으로 자리잡았다.

소통과 교류를 통한 성장 🗣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고 대학원을 거쳐 개발자가 되었다. 사실 20대에는 어느샌가 사회불안을 겪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불편했고, 나는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혼자가 마냥 편하고 즐거운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땐 벽을 세우고 혼자 있고 싶었고, 혼자 있을 땐 누군가와 소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도 잘 지낼줄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심리적 그리고 실존적 어려움을 겪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그런 갈등은 깊어져만 갔고, 스스로 이 굴곡을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20대 후반에 들어서 나를 알아가기로 다짐한 한편, 사람들을 만나러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망 안에서의 나를 느끼던 몇 년간의 궤적을 회고한 적이 있다. 회고를 통해 얻은 나에 대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소통에 대한 욕구'였다.

나는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한 걸, 누군가에게 나누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전, 나는 스스로 '개발자, 공대생'이라는 정체성의 고정관념으로 나를 규정지었다. 말 수가 적고, 감정 기복이 적고, 소통보다는 자신과의 시간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고 나를 오해했다. 하지만 모임과 워크숍 등의 관계망 안에 나를 두고 보니 나는 내가 가진 지식과 가치, 아이디어를 나누고 꺼내면서 놀라울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안의 내 모습이 스스로 놀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느끼는 건 관계와 소통이었구나

위와 같은 나에 대한 깨달음은 내가 5년간의 개발자로서의 직업 생활과 그것을 둘러싼 시간들에서 많은 결핍과 허기를 느꼈던 핵심적인 이유였다. 기술을 탐구하고 개선해 나가는 건, 내 안에서는 어느 수준 이상에서는 더 이상 흥미를 느끼기에는 깊은 내적 동기와 맞닿아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가치있게 여기는 건, 기술 자체의 숙련도나 뾰족함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교류를 통한 개인의 성장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문화와 커뮤니티의 발전이었다. 의미와 동기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중요하게 여기는 나의 기질 상 이것은 중요한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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