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떠나는 투자의 영웅 독후감

양경모·2023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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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2 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전설로 떠나는 투자의 영웅

독서 계기

  • 최근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행에 편승한 감도 없지 않지만 유튜브에서 본 얘기대로 일단 돈을 넣고 보니 남의 일이 되지 않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해서 동영상을 찾아보다보면 피터 린치가 등장한다. 백발으로 나이는 있는것 같지만 눈에서 생기가 돌고 표정이 밝아 전혀 나이들어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뉴스에서 볼 수 있는, 혹은 주식 관련 방송에서 잠깐 스쳐지나갔던 경제학자들이 어두운 표정에 칙칙한 겉모습을 가진것과는 다르다. 딱딱하게 사실을 말하고 기계적으로 분석 업무를 하는듯한 모습과는 달리, 아마도 높은 지위의 청중이 앞에 있을듯한 강연대에 서서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가 말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방금 유튜브에서 처음 본 사람임에도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더욱 신기한 것은 당연한 말을 하는것 같은데도 헛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투자의 본질을 말하고 있는것 같이 들린다. 그의 투자 성적을 보면 실제로 그런것 같기도 하다. 그의 명성과 그가 나온 영상을 보고있자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있던 중 찾은 책이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다.
  • 아직 20대 후반에 들어가는 어린 나이의 시각[^1]으로 봤을 때, 세상은 아직 짧아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돈이 빠르게 모였으면 좋겠다. 내가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 수중에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이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이른 나이에 성공한 이는 많지 않고 일반적으로 안전하게 모인 부는 늦은 나이에 형성되는것 같다. 이전에 읽었던 스노우폭스 회장의 저서 “돈의 속성" 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있어서, 일찍 성공한 사람은 불행하기 쉽다고 했던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를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적어도 3년, 길면 10년을 투자하는 장기투자의 접근법은 공감하기 쉽지 않다. 나는 지금 당장 돈을 벌어 좋은 컴퓨터도 사고 좋은 집에 가고싶은데, 10년을 기다리라니 가혹하게 들린다. 1년 뒤에 죽으면 10년 뒤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공감가지는 않지만 장기투자의 접근법이 머리로는 이해된다. 시장은 변동성이 커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을 따라간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보면 출렁출렁거리고 있는것 같다. 그 많은 변동성들이 시간이 오래 지나고보면 다 상쇄될것이다. 장기투자는 그래서 장기투자보다 우월해보인다. 기다릴 수만 있으면, 변동성을 어느 정도 무시하고 큰 그림을 따라갈 수 있게된다. 피터 린치는 장기투자로 성적을 잘 낸 것으로 유명한것 같아 보였다. 어린 나이의 시각으로 봤을 때 장기투자는 공감할 수는 없지만 이해는 되는 전략이다. 어디 한번 공감할 수 있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전설"의 생각을 따라가보려고 했다.

느낀 점

  • 책을 읽고 보니 오히려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다. 장기 투자가 오히려 어린 나이에 하기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대략 80세라고 하고 내가 그 나이에 죽는다고 하자. 70세가 되어서 좋아보이는 기업에 돈을 넣는다고 해도 내가 죽기 전에는 큰 부가 쌓이는 것을 볼 수 없다. 자식에게 남겨줄 수는 있지만 결국 내가 쓸려고 투자를 하는 것이니 빛이 좀 바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린 시기, 대략 20살 정도에 장기투자를 하면 10년이 지나도 30살이다. 30살이면 한창 직업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때일 테니 투자에 성공했다면 다른 일을 위한 좋은 시드머니가 될 수 있을것이다.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불린 돈을 10년동안 더 불릴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것 같다. 조금만 인내한다면 이후에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을것이다.
  • 저자는 초반에 일단 집을 구하고 투자를 시작하라고 한다. 집은 훌륭한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어서 투자 수단으로도 좋고 거처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집의 가치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주식에 비교해보자. 주식은 회사의 자산을 일부 사는 것이니 회사의 가치가 오르면 내 주식의 가치도 오른다. 반대로 회사가 망해버리면 내 주식도 휴지조각이 된다. 집은 주변에 새 인프라가 들어서거나 학교가 생기는 등 환경이 좋아디면 가격이 오르는것 같다. 재개발이 된다거나 수요가 늘어난다거나 하는 다른 요인이 있어도 가격이 오르는것 같다. 집의 가치는 언제 떨어질까? 노후되거나 주변에 혐오시설이 생긴다거나 하면 가치가 떨어지는것 같다. 혐오시설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노후되면 재개발이 된다고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는듯 하다. 집이 없어져서 투자금이 몽땅 없어질 수 있을까? 사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잠깐 생각해보자면 건물이 무너지거나 전쟁 등 천재지변이 나지 않는 이상 어려워보인다. 전쟁이 나면 국가적인 일이니 다같이 망하는 것이고 천재지변이 나면 나라나 회사에서 보상을 해준다. 양이 많지 않더라도 주식만큼 변동성이 크지는 않다. 한국의 경우는 모두가 서울을 원하니 아마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어서 가치가 떨어지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사람들은 항상 집을 필요로 한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는 “주식하다가 망해도 몸 뉘일 집은 있어야된다" 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와닿는다.
  • 책에서는 아마추어 투자자가 전문 투자가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한다. 전문 투자자는 투자만 공부하는 사람이고 아마추어 투자자는 실생활에 더 가깝기 때문인것으로 이해했다. 저자는 한 부부의 예시를 든다. 남편은 신문을 보고 어떤 기업을 살 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아내는 어느날 백화점에 가서 괜찮은 상품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그 말을 무시하고 신문에서 유명 투자 주식으로 손꼽는 기업들에 관심을 가진다. 아마 무엇인지 잘 이해도 하지 못했을 기술 기업들이다. 광학 디스크, MOSFET 등 알기 어려운 이름들인데 이해할 수 없어서 더 번지르르하다. 이후 시간이 지나서 아내가 말했던 기업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남편이 투자한 기업들은 신문에 나타났을 때 쯤 절정을 맞이하고 서서히 쇠퇴한다. 그러던 중 아내가 말했던 상품을 만들던 기업이 신문에 등장한다. 남편은 그제서야 아내에게 저번에 말했던 기업에 투자를 해봐야겠다고 하지만 아내는 요새 그 상품을 사고있지 않고 다른 곳이 더 좋아보인다고 한다. 남편은 그 말을 무시하고 신문을 따랐고 또 투자를 실패한다. 저자가 말하는 아마추어 투자자의 장점은 아내쪽에서 발생하는 이점인 것으로 보인다.
    • 전문 투자자와 다르게 아마추어 투자자는 이미 다른 직업이 있고 투자는 부업으로 하는 것이므로 실생활에 더 가깝다. 개발자를 예로 들면 우리는 최근에 어떤 기업의 제품이 개발에 더 유리한지를 체감하고있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더 좋은지를 미리 알고있는 것이다. 예로 약 1년 전쯤에 회사에서 Datadog을 도입했다. 나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있던 기업이었는데 회사에서 도입한다고 하니 사용해봤다가 지금도 꽤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관리해야하는 것이 꽤 줄어들었고 대시보드를 직접 만들수도 있는 정도의 자유도도 있다. 분석용으로 정확하진 않지만 나름 유의미한 정보도 제공된다. 도입할 때 쯤 해당 기업을 조사해봤는데 매년 20%정도의 성장을 하고있었으나 순수익이 높지는 않았던것으로 기억한다. 경쟁자 포지션에 해당할 뉴렐릭도 살펴보았는데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가끔 역성장을 할 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뉴렐릭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 못했으니 개발자의 수요가 회사의 성장을 따라간 것이 될것 같다.
    • 저자는 기업의 조사에 시간을 들일것을 권장하고 있다. 기업 조사는 스토리 분석, 재무제표 확인 그리고 깊게 들어가면 회사 방문까지도 포함되는데 여튼 기업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회사가 실제로 잘 굴러가고있는지 확인해야하니 조사를 해보라는 것이다. 저자 본인은 한 회사를 조사하는데 몇 시간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것이 전문 투자자의 강력한 이점인것 같다. 전문 투자자는 실생활에 좀 덜 가깝겠지만 하루를 꼬박 사용해서 많은 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있다. 아마추어 투자자는 그러기 어렵다. 본업이 있고 본업을 더 잘 하려면 공부해야한다. 하루를 대략 시뮬레이션해보자. 전문 투자자는 8시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9시부터 6시까지 8시간을 소비해 기업을 조사한다. 퇴근하고 나서 부업을 하거나 다른 기업을 더 조사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일하는 아마추어 투자자는 퇴근하고 나서 7시부터 12시까지의 5시간 정도가 허용된다. 그나마도 본업에 충실한 아마추어 투자자는 하루 2시간을 본업에 대한 공부에 사용할 것이고 취미생활도 빼먹을 수 없다[^2]. 그렇다면 대략 하루 2시간 정도를 투자할 수 있다. 전문 투자자가 본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획득하는 시간보다 1/4이나 된다. 이것도 성실할 때의 얘기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일로 시간을 낭비하느라 더 적은 시간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아마추어 투자자가 이점을 가지려면 타게팅을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아마추어도 아닌 초보자 입장에서 갑자기 기업 조사를 해보라고 하면 참 막막하다. 뭘 하는 것이 기업 조사인걸까? 다행히도 책에서는 어떤 것을 체크해야하는지를 알려준다. 기업을 대형우량주, 저성장주, 고성장주, 회생주 등으로 분류해서 각 유형의 기업에 대해서는 어떤 조사를 해야하는지 알려준다. 본인의 경험을 예시로 제시해주기도 해서 이해가 잘 된다. 제시한 것만 한다고 나도 피터 린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지 알고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 된다.

[^1]: 대학교때 20대 후반을 굉장히 나이든 것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다. 삼수생으로 들어온 형이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 정도가 되었음에도 “너도 내 나이만 되어봐. 이쯤만 되도 체력이 되게 부족해져.” 라는 투의 말을 했던것 같은데 대학교의 그런 문화가 발전을 저해하는것 같기도 하다. 20대면 아직 한참 어리다고 생각한다.
[^2]: 본업이 취미와 맞는 사람이 아니라면 취미생활이 인생에서 빠졌을 때 인생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아마 본업이 취미와 맞지 않는 사람이 맞는 사람보다 세상에 훨씬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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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을 개선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싶은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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