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개발자가 되었는가?

김상훈·2020년 1월 20일
0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고, 컴퓨터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내 인생 이야기

하기 싫었던 것들.

내 전공에 맞춰 살기.
내 전공은 국제학 / 식품자원경제학이다.

국제학은 우선 싫었다.
그냥 점수 맞춰 들어갔던 것이다.
국제학 전공을 활용해서 취직하게 된다면,
국제영업 같은 걸 할텐데 너무 하기 싫었다.

식품자원경제학은,
처음에는 경제학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는 경제학에 관심이 없었고,
전공을 살리려면 대학원은 들어가야 했는데
그정도로 열정이 있진 않았다.

하지 못했던 것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심리학 공부를 했지만,
혼자서 학부 4년 과정을 공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또한, 임상심리전문가가 되려면 수련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내 나이가 수련생 과정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나이였다.

그리고 공부 삼아 상담을 직접 받아봤는데,
말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아무튼 이 과정에서 임상 쪽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IT에서 일하셨다.

그래서 파이썬 기초 수업을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에,
한번 들어보게 되었다.

좋았던 경험들.

파이썬 기초 수업을 들었을 때,
컴퓨터를 만지작대며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좋았다.
자판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내 자신이 그런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토익 스피킹을 공부하는데,
좀 더 쉽게 공부하려고
시험장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을 파이썬으로 직접 만들었었다.
구글을 찾아보면서 터미널 창에서 파이썬을 실행해
이미지도 띄워보고,
음성인식도 해서 내가 말한 내용을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보기도 했다.

그리고 군대 생활할 때 엑셀을 많이 사용했는데,
엑셀로 약간 raw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공유했고,
부서 사람들이 그걸 편하게 사용했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시작한 코드스테이츠 이머시브 코스

자기주도적인 개발자가 될 수 있게 해준다는,
그 말에 꽂혀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머시브 코스를 수강하면서
부족하지만, 한명의 개발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이야기

컴퓨터가 좋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이런 유연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탄다 쳐도, 자전거는 정해진 인터페이스를 요구한다.
페달을 굴리면 앞으로 나가고, 핸들을 돌리면 방향대로 간다.
냉장고도, 에어컨도 대부분의 모든 사물들이 그렇다.

그러나 컴퓨터는 다르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은 그러한 인터페이스를 manipulate할 수 있게 한다.
내 멋대로 조작하고, 정복하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그런 통제감을 준다.

뿐만 아니라, 실체가 있지만 없는 가상세계라고 해야 할까?
프로그램은 컴퓨터 화면에서 전시되지만,
그게 진짜로 존재하는 걸까?
내 멋대로 세계를 만들어내고 구성해낼 수 있다.
어떤 것도 제공해줄 수 없는 컴퓨터만의 매력이다.

그리고 그 생산성이 좋다.

집에 냉장고가 하나 있다고 할 때,
그 냉장고를 하나 더 갖고 싶다면
냉장고를 하나 더 사야만 한다.
그러나 컴퓨터에서는 다르다.
copy & paste를 하면 하나의 프로그램을 더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웹을 만들고 서버를 구축해 놓으면,
내가 잠을 자고 있더라도 서버는 계속 일을 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여러명이 접속할 수 있다.
이건 대단한 가치를 생산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식당을 운영한다면
1사람의 주방장이 있다면
3가지 요리로 10명 정도의 손님을 커버할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100가지 서비스를 1초에 3000명에게 서비스할 수 있다.
(그러고도 남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생산성이 참 매력적이었다.

마무리하며

일찍부터 개발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 많은 후회로 남아있다.
하지만 문과 생활과, 심리학 / 경제학 공부는 다른 개발자들이 하지 못한 경험일 것이고,
그 경험 속에서 배웠던 통찰력들이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profile
남과 비교하지 말자.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