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6 ~ 2023.03.09 규슈

문재경·2023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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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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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월)

후쿠오카 - 하카타 겐키 잇빠이, 커비 카페 하카타

15시 20분 인천발 비행기였다, 항공사는 제주 항공.

오전에 은행에서 환전하고 가려 했건만 월요일 아침에 은행 업무는 피해야 한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트래블로그 카드를 집을 나오기 직전에 수령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공항 버스가 비싼 느낌이라 충동적으로 공항선을 탔는데 짐이 적어 나쁘지 않았다.

1시 반을 조금 넘어서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이 널널한 줄 알고 점심 먹고 쉬다가 체크인을 했는데 결국에 비행기는 탑승 마감 시간에 거의 맞춰서 탔다. 생각보다 공항 내에서 움직이는 시간이나 짐 검사하는 시간이 꽤 걸리더라. 점심은 김치볶음밥을 먹었는데 별로였다.

비행기 타기 전에 보조 배터리랑 오프라인 컨텐츠를 꼭 마련해야 되는걸 배웠다. 자리도 가운데라 얼마나 시간이 안가던지 모르겠다. 아무튼 16시 55분에 비행기는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통과해서 우선 못한 환전부터 했다. 트래블로그 카드에 하나머니를 충전시켜 놓으면 일본의 세븐ATM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트래블로그보다 세븐ATM의 부드러운 UI가 더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1,000엔 10장을 뽑은 다음 밖으로 나와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했다.

국내선 터미널은 지하철 공항선과 연결되어 있다. 역 이름은 '후쿠오카 공항'이다. 교통 IC카드를 발급받아 놓으면 여행 동안 편리할 것 같아서 기명식으로 하나 뽑았다. 후쿠오카 시에서 발급해주는 IC카드는 하야카켄이다. 발급기는 한국어를 지원해주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울도 있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나카스카와바타 역에 매우 가까운 'nine hours Nakasu-Kawabata Station'. 다른 나라가 아닌 일본을 갈 때만 캡슐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숙박비도 아낄 겸 캡슐 호텔을 예약했는데 신기하면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매일 체크아웃/체크인을 해야하는 것을 감수할 수 있을만큼 퀄리티가 좋았다. 샴푸/바디워시가 비치된 샤워실은 공용이지만 한 번에 한 명씩만 쓸 수 있도록 여러 개가 분리되어 있었고, 수건도 매일 3개씩 제공받았다. 잠옷도 준다. 근데 짐이 많으면 사물함이 작을 것 같기는 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부터 먹으러 갔다.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이 유명하다고 해서 미리 찾아놨던 하카타 겐키 잇빠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만 해도 계속 걸어다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미리 버스를 이용할 걸 그랬다.

안그래도 후쿠오카에 한국인이 많다는데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맛집도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타베로그에서 찾았다. 물론 어느 정도 유명하면 다른 한국 분들이 방문하고 남긴 후기도 많았다.

하카타 겐키 잇빠이는 외관이 진짜 식당 같이 안 생겨서 처음엔 못 찾았다. 메뉴판이랑 라멘을 찍어봤는데 이게 참 맛이 사진에 안 담긴다. 국물이 확실히 엄청 진했다. 맛있었다, 맛있었는데 첫 일본 식당이라 그랬는지 온전히 음식을 음미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입구에 걸려 있는 파란색 양동이가 시그니처라고 하길래 다 먹고 나와서 찍고 있는데 일본인 가족분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아기를 안고 계셨던 걸로 봐서는 근처에 사시는 것 같았다.

19시 55분에 예약해 놓은 커비 카페 하카타로 다시 걸어갔다. 커비 카페는 캐널 시티 안에 있다. 처음 입장하면 포토존에서 직원 분이 사진을 찍어 주신다. 내부는 커비랑 웨이들디들이 곳곳에 있다. 온 세상이 커비다.


80분 동안 이용 가능하며 내가 갔을 때는 나까지 4팀이 있었다. 메뉴는 믹스베리 라떼랑 무슨 마시멜로 디저트를 시켰는데 어차피 돈 쓰는거 디저트 말고 식사를 하나 더 시킬 걸 그랬다. 주문했던 두 메뉴 모두 컵받침이 굿즈로 제공되고 라떼는 컵까지 준다. 물론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

힘겹게 다 먹은 후 매장 곳곳을 구경하고 키링도 하나 샀다. 표지가 다 같길래 다 같은 건줄 알았는데 돌아와서 열어보니까 가챠였다. 뭐가 나올지는 랜덤인 것 같았다.

그 다음 계획은 원래 하카타 역에 가서 JR큐슈레일패스를 발급받는 거였는데 도착해서 보니 창구가 21시까지만 운영이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 돌아갈 때는 나카스 야타이 거리 쪽으로 가며 구경했다. 확실히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이 줄 서 있었다.

그렇게 숙소에 돌아가서 첫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3월 7일 (화)

다케오 - 교자회관, 다케오 도서관

나가사키 - 쇼오켄, 메가네바시, 시카이로, 이나사야마 전망대

원래는 다케오 온천을 갈 계획이었어서 먼저 타투 커버 스티커를 사려 했다. 뭔가 돈키호테에서 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나카스점으로 갔다. 금방 사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30분은 더 걸린 것 같았다. 구석탱이에 있어서 직원 분들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어제 못 받은 JR큐슈레일패스를 받으러 하카타 역으로 향했다. 오전부터 사람이 많았고 1시간 조금 안되게 기다렸던 것 같다. 여권이랑 바우처만 내면 금방 발급이 되는데 확실히 창구 수가 적어서 그런지 금방금방 줄이 안 빠졌다. 막 발급 받았을 때가 10시 반 정도였던 것 같다. 아침 식사도 패스하고 바로 10시 50분쯤에 있는 다케오 온천행 열차를 탔다. 자유석은 패스만 있으면 탈 수 있다는 것 같아 급한대로 자유석을 이용했고 다행히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앉아갈 수 있었다.

1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다케오 온천역에서는 승객 대부분이 니시큐슈 신칸센으로 갈아 탔다. 어쨌든 나는 다케오를 보러 온거니 출구를 통해 나왔다. 역 근처는 정말 한산해서 좋았다. 평일 낮인걸 생각하더라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차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적한 거리를 감상하며 점심 식사를 할 식당으로 걸어갔다.

교자 회관에 갔다. 이름처럼 교자가 메인이고 같이 먹기에 어울리는 라멘도 판매한다. 교자 8개와 모시모시 라멘을 주문해서 먹었다. 교자도 맛있고 라멘도 맛있게 먹었다. 라멘은 어제 겐키 잇빠이에서 먹었던 것에 비하면 국물은 조금 덜 진하지만 미역이 들어가 있으면서 확실히 개운해서 먹기 좋았다. 교자도 군만두인데 기름지지 않아 먹기 좋았고 왜 스테디셀러인지 알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다케오 도서관으로 갔다. 가는 길에 유니클로 매장이 덩그러니 있길래 한국과 뭐가 다른지 궁금해서 잠깐 둘러봤는데, 생각보다 담백한 느낌이었다. 아무튼 뭔가를 사지는 않았다.

다케오 도서관은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사실 '도서관+서점+스타벅스'다.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보고 갔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도서관 내부랑 입구에 있는 문구샵을 구경했다. 일본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사쿠라 프라푸치노도 한 잔 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애매하게 뜨는 걸 지나고 나서야 알았고, 나가사키로 가기 위해 급하게 다케오 온천 역으로 돌아갔다.

다케오 온천 역에서 나가사키 역까지는 신칸센이 있어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우선 나가사키의 3대 카스테라 중 하나인 쇼오켄이 6시까지만 운영하기에 제일 먼저 방문해야 했다. 노면전차를 타고 이동해서 도착했는데 2층의 카페는 5시까지만 운영을 해서 아쉽게도 카스테라만 사서 나와야 했다.

쇼오켄에서 조금 걸어가면 메가네바시가 있다. 해가 조금씩 지고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메가네바시를 볼 수 있었다. 확실히 더 큰 도시인 후쿠오카보다는 느긋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저녁은 나가사키에 왔으니 짬뽕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로 불리는 시카이로에 도착했을 땐 앞에 웨이팅이 있어 조금 기다려야 했다. 진짜 나가사키에서 먹는 나가사키 짬뽕은 한국에서 먹던 것과 달랐다. 한국의 백짬뽕이 조금 맑은 편이라면 현지 나가사키 짬뽕은 국물이 진해서 그런지 이게 좀 뭔가 많이 다르더라.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던 것 같다. 시카이로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 해가 이미 진 후였는데, 건물에서 보이는 야경이 좋았다. 굳이 이나사야마 전망대까지 가서 야경을 또 봐야되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이나사야마 전망대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나가사키 수변공원을 지났는데 바다 바로 옆에 공원이 있는 게 신기하면서 낮에는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다. 수변공원을 지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번호가 아니라 노선이 한자로 적혀있어서 두 대나 패스해버렸다. 세 번째 오는 버스를 탄 다음,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로프웨이)를 타고 힘겹게 도착한 이나사야마 전망대의 야경은 정말 보기 좋았다. 왜 은하수 같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됐다. 버스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더 오래 있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하카타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야 했기에 30분 정도 후에 전망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기차를 타고 하카타로 돌아왔을 때는 12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둘째 날의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했다.

3월 8일 (수)

후쿠오카 - 우치노 타마고, 이소마루 수산, 아뮤플라자 포켓몬센터

다케오 - 다케오 신사, 카이로도, 다케오 온천 사기노유

첫 일정은 아침 식사였다. 일본 가정식 느낌의 아침을 먹어보고 싶어 하카타 역사 내에 있는 우치노 타마고로 갔다. 사실 화요일에도 왔었는데 웨이팅이 있었고 기차를 놓칠 수 없어 포기했었다. 수요일에 갔을 때도 웨이팅은 있었지만 시간이 넉넉해서 조금 기다렸다 먹기로 했다.

메뉴판의 오야꼬동이 맛있어 보였는데 점심 메뉴인 듯 했고, 기본 메뉴인 '아침밥'을 먹었다. 기본 밥이 계란과 함께 나오고 테이블에 있는 간장으로 간장계란밥을 만들어 먹는 식이다. 된장국과 단무지 같은 것도 같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계란인데 통째로 나와서 노른자와 흰자를 섞든 분리하든 취향껏 먹을 수 있다. 난 어떻게 먹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종지에 계란을 간장이랑 같이 풀고 그걸 밥에 비벼먹었다. 맛있다기보단 문화를 체험하는 기분이라 좋았다.

다케오에서 온천을 즐길 계획으로 2시쯤 출발하는 기차의 지정석을 발권한 다음, 타투 커버 스티커를 사야 했다. 아침에 숙소를 나오면서 숙소 앞에 있는 돈키호테에서 사는 것이 최적이었겠지만 지하철을 타고 나서 알았다. 어쩔 수 없이 하카타 역 근처 드럭스토어에 갔는데 방문한 드럭일레븐에서는 안 판다고 하셨다. 선물용 동전파스만 사서 나왔다.

점심도 먹을 겸 다시 나카스에 갔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선 낭비 끝에 타투 커버 스티커를 사고 점심은 바쿠레를 갔다. 그런데 하필 8일부터 9일까지 휴무였다. 플랜 b는 그나마 근처인 신슈소바 무라타를 갔는데 남아 있는 시간에 비해 웨이팅이 너무 길어 보였다. 점심을 안 먹고 출발하기엔 기차가 너무 늦는 것 같아서 그냥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방문한 식당은 이소마루 수산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검색해보기 전까지 무슨 가게인지도 몰랐다. 주문은 뭔가 1번 메뉴인 듯한 느낌을 주는 장어덮밥으로 했다. 확실히 기대를 안하고 갔을 때 평가가 후해지는 것 같다. 맛있게 먹고 나왔다.

신슈소바 무라타에서 기다릴 수 없었다 생각했던 이유는 기차에 타기 전에 하카타 역 아뮤플라자에 위치한 포켓몬 센터를 봐야하기 때문이었다. 온갖 굿즈가 있었지만 스티커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적당하면서 의미를 담기도 좋은 것 같아서 기념품으로 사갔다.

출발하기 전에 여행을 계획할 때는 둘째 날에 다케오 온천, 셋째 날에 우레시노 온천을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둘째 날에 본 다케오에 대한 감상이 너무 좋은데 비해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해 아쉬웠어서, 다케오도 마저 볼 겸 온천은 다케오에서만 가는 거에 만족하기로 했다.

온천은 하루 일정에서 가장 늦게 있는게 좋을 것 같았다. 마침 다케오 온천은 늦게까지 당일 온천이 이용 가능했다. 그래서 먼저 3천년 된 녹나무가 있는 다케오 신사에 가보기로 했다. 다케오 신사는 다케오 도서관과 가까이 있어서 만약 방문한다면 두 곳을 한 일정에 모두 소화하는 게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사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참배의 흐름과 예절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었다. 설명에 따라 어색하게나마 참배를 마치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게 되었다. 다케오 온천 역에서 파는 에키벤이 유명하다고 하여 다시 다케오 온천 역으로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신사에서 내려와 조금 걸으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길래 가보니 무슨 작은 표지판만 있었다. 다시 지도 앱을 보려는 찰나에 어렸을 때 타던 학원 버스보다도 작은 버스가 서더니 문이 열리면서 기사님이 탈거냐고 물어보시는 것 같았다. 일단은 탔다. 탔는데 출발하지 않고 계속 뭔가를 물어보셔서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도꼬'를 듣고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시는 것 같아서 카이로도에 간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사람이 타면 어디까지 가는지, 그에 따른 비용을 수기로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놀랐지만 상황이 해결되고 나서는 흐뭇했다.

카이로도는 다케오 온천 역사 내에 있다. 대표 메뉴는 사가규 도시락과 야키니쿠 도시락이 있다. 야키니쿠 도시락이 맛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봤던 것 같은데 습관적으로 1번 메뉴를 주문했다. 도시락인 만큼 포장 판매가 보통인 듯 하지만, 먹고 간다고 말씀 드리면 그 자리에서 전자레인지로 데워 주신다. 맛있게 먹고 다케오에서 마지막 일정으로 향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첫 여행이라 나에 대한 측정이 확실하지 않은 채로 너무 걸어다녔더니 이미 둘째 날부터 허리에 무리가 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온천을 이용하려면 현금이 필요한데 수중에 현금이 부족하다는걸 거의 다 와서야 알아버렸다. 그 근방에는 버스가 많지 않았지만 온천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반대 방향에 있는 세븐일레븐까지 걸어가 현금을 인출한 뒤에 다시 다케오 온천 로몬으로 걸어와야 했다.

방문할 수 있는 온천이 몇 군데 소개되어 있는데 노천탕이 있는 사기노유로 결정했다. 내가 외국인인걸 인지하시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던 직원 분이 계셨다. 내가 얼타는데 유쾌하게 반응해주셨던게 기억에 남는다. 타투 커버 스티커는 다행히 효과가 있었고 입장에도 문제가 없었다. 자판기로 온천 이용 티켓과 수건을 사서 탈의실로 들어갔다.

온천이라는게 물을 빼면 한국의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물론 그 물이 다르다는 점이 주는 느낌은 크게 달랐다. 노천탕도 좋았다. 위가 트여 있어 몸은 따뜻한 물에 있으면서 저녁의 찬 공기를 느낄 수 있어 신기했다.

온천을 마친 후에는 필수 코스인 우유를 먹었다. 우유도 자판기로 구매할 수 있었다. 뭔가 다른 우유인 줄 알았는데 그냥 우유였다. 흰 우유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온천으로 여행의 피로를 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원래는 10시에 닫는 텐진 북오프를 둘러보고 돌아가려 했는데 하필 공사 중이었던 것 같았다. 나카스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이른 저녁 때문인지 허기가 찾아왔다. 근처 마트에서 유부초밥이 딸린 도시락을 샀고, 편의점에서 연어초밥 비스무리한 거랑 탄산음료 두 병을 샀다. 그대로 편의점에서 나오면서 일본 편의점 닭꼬치를 먹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다시 들어가서 샀다. 한국은 그 카운터 옆에서 파는 치킨이나 꼬치들 보통 그냥 주는데 일본은 그거 데워주더라. 그렇게 산 음식들을 숙소 라운지에서 먹고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3월 9일 (목)

후쿠오카 -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 북오프

한국으로 돌아오는 수단으로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13:15 출발하는 항공편을 예약했었다. 예산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후쿠오카 공항이 도심에서 멀지 않으니 출국날 오전까지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략 2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한다는 생각을 갖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숙소에서 짐을 들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조금 걸으면 있는 하카타 우오가시 '시장회관점'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카이센동이 맛있는 가게라고 알고 방문했다. 메뉴가 꽤 다양한데 1번 메뉴인줄 알고 처음에 주문한 건 외국인들은 흔히 먹지 않는 음식이었는지 직원 분이 눈치를 주셨다. 그래서 그냥 카이센동 하나를 다시 주문했다.

일단 카이센동에 대해 막연하게 회덮밥 정도로만 생각했다. 회덮밥을 한국에서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쩌다보니 일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었던 익히지 않은 해산물 요리였다. 처음 접한 카이센동의 비주얼은 초밥을 하나씩 만드는게 아니라 여러 개를 합쳐서 그릇으로 담아 놓은 것 같았다. 근데 먹었을 때의 느낌은 4일 동안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쌀밥이 확실히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위에 올려진 회는 맛있으면서도 두툼해서 식감이 좋았다. 양은 많지 않지만 아침 식사로 먹기 딱 적당했다. 다 먹고 나오면서 가격이 650엔이라는 점에 한 번 더 놀랄 수 있었다.

아침을 먹은 다음 일정은 다시 하카타 역이었다. 이후 일정 상 점심을 따로 먹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가는 길에 편의점을 들렀다. 먼저 들어간 세븐일레븐에서는 유자레몬사이다를 사서 나왔다. 조금 더 가서는 로손이 있길래 가라아게군이랑 이름 모를 푸딩을 사서 유자레몬사이다랑 같이 먹고 나왔다.

계획대로 10시 정도에 하카타 역에 도착했다. 역사 내에 있는 코인락커에 짐을 넣고 간 곳은 역 근처의 북오프(BOOKOFF Fukuoka Hakataguchi Store)였다. 이것저것 다양한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피규어 같은 굿즈부터 시작해서 기타, 음반, 키보드에다가 핸드폰도 판다. 다른 것들을 대충 구경한 다음, 방문의 목적인 유희왕 카드를 보러 갔다.

카드들은 가격표가 붙은 프로텍터에 담겨 진열대에 보관되어 있었다. 진열대에 보관되는 카드들은 기본적으로 금액이 나가서 그런지 눈으로만 볼 수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많이 사고 싶었지만 4장에 만족하기로 하고 직원 분을 불러 픽한 카드들을 꺼냈다.

진짜 아쉬웠던 건 그렇게 결제까지 마치고 나서 시간이 조금 남아 매장을 둘러보는데 다른 쪽에도 카드가 있었다. 그 카드들은 가치가 좀 떨어져서 그런지 프로텍터도 없이 뭉탱이로 상자에 담겨 있고 가격도 장당 33엔이었고 그런 카드가 뭉탱이로 담긴 상자가 여러 개 있었다. 눌러 앉아서 전부 다 보고 싶었는데 시간 상 그럴 수 없었던 게 너무 아쉬웠고 절대로 재방문해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매장에서 나왔다.

다시 하카타 역으로 돌아가서는 짐을 찾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첫 날 발급했던 하야카켄도 기념품이라 생각하며 환불하지 않고 챙겼다. 왔을 때 탔던 셔틀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반대로 국내선 터미널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했다. 조금 여유있게 도착했는지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창가 자리를 선택할 수 있었고, 좋은 경험과 아쉬움을 남기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뭔가 좋을 줄 알고 맨 뒤 자리 앉았는데 짐도 바로 위에 못 넣고 의자도 뒤로 안 넘어가는 이슈도 조금 있었다.

다녀와서..

일본을 가보기로 결정했던 건 해외 여행지로서 난이도가 매우 낮다고 생각해서였다. 여러 나라를 가보고 싶으면서도 여행자로서 겪는 다른 이슈가 확실히 적은 나라부터 연습하고 싶었다. 여행을 대하는 나의 스타일이나 체력 같이 여행 계획에서 고려해야 하는 나에 대한 이슈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목적과 별개로 일본에서의 기억은 너무 좋았다. 아쉬움이 남는 만큼 꼭 다시 가고 싶은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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