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8 ~ 2023.04.01 호치민/달랏

문재경·2023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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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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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달랏만 가려했었다. 근데 항공편이 마땅치 않았다. 직항은 23:10에 도착하는 비행기만 예약이 가능했는데 그 마저도 좁아서 불편하기로 유명한 비엣젯이었다. 달랏은 공항에서 시내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늦게 도착하면 숙소 체크인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우선은 호치민을 통해 입국하기로 결정했다.

3월 28일 (화)

인천 to 호치민

호치민까지는 에어 프레미아의 19:00 항공편을 이용했다. FSC와 LCC의 사이에서 하이브리드 전략을 표방한다고 하는데, 확실히 약 4시간의 비행이 편안했다. 좋은 의자에 공간도 넓으면서 USB 충전과 스크린까지 제공된다.

베트남에 도착한 첫 날은 프라하 호텔(Prague hotel)에서 묵었다. 늦은 시간까지 체크인이 가능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루 잠만 잘 생각으로 예약했다. 호텔의 위치가 공항에 가깝긴 했지만 짐을 메고 이동하기 보다는 클룩을 통해 공항 픽업 서비스를 결제해 이용했다.

베트남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시간이 많이 들었던 게 숙소였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숙소의 퀄리티가 좋았다.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3월 29일 (수)

호치민

본격적인 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이 날 묵을 숙소는 공항에서 떨어져 1군에 있었다. Grandma Lu라는 반미 샌드위치 체인점인데, 한 건물에서 1층에서는 똑같이 반미를 팔고 2층부터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형태였다. 아무튼 여기가 체크인은 14시부터였는데 그 전에 와도 짐을 맡아준다는걸 몰랐다. 그래서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이동할 생각으로 아침은 프라하 호텔 근처에서 먹었다.

검색해보면 떤섯녓 공항 근처에 한식집이 상당히 많다. 거기까지 가서 제육볶음을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로 갔다. 하이랜드 커피는 베트남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커피 체인점이다. 커피가 유명한 베트남에서 어느 정도 중저가 포지션을 담당하는 듯 하다. 처음엔 몰랐는데 이후 여행 내내 가장 많이 보였던 것 같다. 메뉴는 베트남식 연유 커피인 카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à)에 반미 꾸에(Bánh mì que)를 주문해서 먹었다. 이 때 알게 된 사실은 반미가 그런 빵을 말하며 그 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바리에이션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침을 먹고나서는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다음 숙소로 가기 위해 그랩을 불렀다. 가방의 부피를 생각해서 자동차로 불렀다. 미리 목적지와 출발지를 입력하고 자동 결제까지 이뤄지는 방식이 카카오택시랑 거의 같았다. 다만, 이 때가 첫 그랩 이용이었고 하필 Grandma Lu가 체인점이라 여러 개가 있었는데 예약한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찍은 탓에 내려서 한참 걸었다.

베트남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큰 가방까지 메고 있으니 누가 봐도 여행객이었다. 걸어가는 내내 더우면서도 오토바이 아저씨들의 호객을 견뎌야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조금 쉬니까 점심 시간에 가까워졌다. 나와서 미리 찾아놨던 반쎄오 46A로 걸어갔다. 베트남의 식당은 완전 길거리 식당과 완전히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식당 그리고 둘의 사이에서 어딘가에 위치한 식당이 있다. 반쎄오 46A는 세 번째 유형이었고, 이후에 먹었던 식당들도 그런 곳이 많았다. 특별한 문 없이 매장과 길거리가 연결되서 테이블들이 안쪽부터 밖에까지 펼쳐져 있다.

메뉴는 영어로는 베트남식 크레페로 적혀 있는 반쎄오와 라임 쥬스를 주문했다. 엑스트라 사이즈를 주문해서 조금 많다 싶었지만 어쨌든 다 먹었다는 건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반쎄오 46A의 또다른 좋은 점은 위치다. 근처에 호치민 핑크 성당이 있고 핑크 성당의 길 건너에는 콩카페가 있다. 핑크 성당이 보이는 자리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3층까지 있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1층에서 먹어야 했다.

커피를 먹으며 쉬다가 그랩을 타고 호치민 우체국에 갔다. 그 근처에 노트르담 성당이랑 호치민 인민위원회 청사, 통일궁 등이 있어서 둘러 볼 생각으로 갔다. 우체국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인데 관광지로 개발되서 그 안에 기념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건물 외관이나 내부가 예쁘긴 한데 오랫동안 둘러볼 건 없었다. 바로 앞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데 마침 리모델링 중이었는지 알아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ㅋㅋ

우체국과 다르게 인민위원회 청사는 출입이 안된다. 대신 그 앞에 호치민 동상이 있는 광장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내가 갔었던 낮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서양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만 조금 있었는데, 나중에 밤에 그 쪽을 지나갈 때는 사람이 많이 나와 있었다. 평일이기도 하고 확실히 더워서 그런지 현지인들은 낮보다는 밤에 많이 노는 것 같았다.

벤탄 시장이랑 사이공 스퀘어도 근방에 있다.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흥정이 필수고 초보는 덤탱이 쓰기 쉽다고 해서 쇼핑할 생각을 갖고 가지는 않았다.

먼저 간 벤탄 시장에서는 망고 쥬스를 먹으면서 둘러봤다. 정말 여러 가지를 팔긴 하는데 결국에 파는 건 전반적으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이공 스퀘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취급하는 품목에 있어 사이공 스퀘어가 좀 더 패션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벤탄 시장은 식재료부터 잡화까지 온갖 것이 있었다. 특별히 눈에 들어왔던 건 짝퉁들이었다. 구매를 하진 않았지만 작정하고 오면 오래 있으면서 이것저것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쇼핑몰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낮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1군을 벗어나 5군에 위치한 Pho Le를 찾아갔다. 누가 정했는지는 몰라도 호치민에 3대 쌀국수 중 하나이면서 그 중 다른 두 곳보다 현지인 비율이 높다는 것 같아서 가보기로 했다.

메뉴는 쌀국수 바리에이션으로 여러 개가 있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그냥 왼쪽 위에 있는 걸로 주문했다. 영어로는 Miscellaneous로 쓰여 있는 것과 패션후르츠 쥬스를 먹었다. 숙주랑 채소, 라임, 소스는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물티슈는 유료인 듯 했다. 메뉴에도 물티슈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고이 접시에 담겨 나온 물티슈를 사용하면 계산에 포함되는 듯.

맛은 있었다. 맛은 있었는데 이게 일본 여행에서부터 느낀거지만, 맛에 있어서 일정 수준만 넘으면 다 맛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취향의 차이는 있어도 특별히 어떤 차이가 있어서 뭐가 더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리뷰에 의하면 국물이 깊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기가 조금 질겨 먹기 힘들었다.

저녁을 먹고는 부이비엔도 구경할 겸 걸어왔다. 걸어서 20분 거리가 절대 가까운 거리가 아님을 이때 알았다, 적어도 베트남에서는. 인도가 깔끔하지 않은 반면에 신호가 거의 없어 오토바이를 타면 멈추지 않고 움직이기에 같은 거리를 5분 정도만에 이동한다.

아무튼 부이비엔을 그 때 갔을 때는 19시쯤이라 그런지 호객을 하지만 한산했다. 이후에 유쥬스파(YUJU Spa)에서 마사지를 받고 22시에 다시 부이비엔을 갔을 때는 엄청 북적였다. 테이블은 길의 중간까지 나와 있었고 호객하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 버벅였다. 길의 양쪽에는 클럽들이 있는데 해피 벌룬을 파는 곳도 있었고 댄서들이 있는 곳도 있었다. 이용객들 중 서양인들이 엄청 많았던 것과 댄서분들이 힘들 것 같았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 부이비엔 구경을 끝으로 호치민 일정은 마무리했다.

3월 30일 (목)

호치민 to 달랏

1층에서 반미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먹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베트남에 가면 이발소를 가보라는 지인의 추천에 알아보고 갔다. 마사지를 받는 건 좋았는데 '이발소'는 남성 전문 서비스라 그런지 직원 분들의 복장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그래도 귀청소를 받을 수 있는게 특히 좋았다.

이후 14시에 비행기를 타고 달랏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애매해서 점심을 공항에서 때웠는데 출발이 늦어져서 3시 반에야 출발했다. 공항에서 파는 로컬 음식은 별로일 것 같아서 버거킹이랑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껌땀(Cơm tấm)을 먹었다. 맛은 그저 그랬던 것 같다.

달랏에 도착해서도 숙소까지 클룩의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다. 비행기 연착을 고려해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비행기가 일찍 도착해버리는 바람에 약간의 헤프닝이 있었다. 아무튼 50분 정도를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예약한 숙소는 아티스 호텔 달랏(Artis Hotel Dalat)이었다. 픽업 기사님도 좋은 곳이라고 말하셨고, 나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직원분들이 친절하며 영어를 잘하셨고 비교적 신축이라 깔끔한데다 온수도 잘 나왔다. 숙소에서 1시간 정도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야시장으로 향했다.

먼저 달랏의 대표 음식인 반짱능(Bành Tràng Nướng)부터 먹었다. 야시장으로 가는 계단에 앉아 먹을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쌀국수보다 맛있었다. 가격도 20,000동으로 매우 저렴. 라이스 페이퍼를 숯불에 구워 바삭하면서 자극적인 소스 맛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딸기를 먹으며 야시장을 구경했다. 딸기에 설탕이랑 뭔지 모를 갈색 가루를 뿌려주는데, 이 갈색 가루 때문에 매운 맛이 같이 난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새우 소금이라는 것 같다. 솔직히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야시장을 둘러보면 메뉴 구성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어도 전반적으로는 비슷했다. 음식은 반짱능이랑 꼬치, 두유, 껨보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반짱능 하나로 저녁은 부족할 것 같아 이름 모를 구이집에 들어갔다. 구워먹을 수 있는 메뉴가 꽤나 다양한데 나혼산에서 봤던 기억으로 오징어 구이에다가 닭고기 볶음밥을 주문했다. 모닝 글로리는 아주머니가 자연스럽게 강매시켰고 맥주도 오랜만에 한 잔 했다.

밥을 먹고 나서도 야시장을 계속 구경했다. 야시장이 그만큼 큰 건 아니고 그냥 여러 번 돌아봤다. 매장의 형태를 가진 곳에서는 주로 옷이나 잡화, 꽃, 과일, 식재료 등을 판매하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위에서 말한 음식이나 장난감이나 악세사리, 완구 등을 판다.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부르며 물건을 파는 분들도 있는데, 그 중 한 분은 나중에 숙소 앞을 지나가는 것도 봤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러 상인들이 피젯스피너를 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야시장을 몇 바퀴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 일정을 마무리했다.

3월 31일 (금)

달랏

아침에 계획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급한대로 먼저 Pho Hieu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나혼산에서 극찬을 받은 쌀국수 맛집인데, 방송의 영향 때문인지 한글 메뉴판이었는지 메뉴판에 한글이 있었는지 뭐가 있었다.

맛은 호치민에서 먹은 쌀국수보다 개운한 맛이었는데 내 취향에는 여기가 더 맞았다. 여기는 고기도 질기지 않아 먹기 좋았다. 메뉴는 여기서도 1번 메뉴인 것 같은 퍼 보 비엔에 레드불을 먹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에너지 드링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기 전에 근처에 있는 Kem bơ Thanh Thảo에서 껨보(Kem bơ)를 사먹었다. 껨보는 아보카도 코코넛 아이스크림이다. 달랏에서 유명하기도 하고 야시장에서도 많이 팔길래 맛집을 찾아가 먹어보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보카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본 껨보에 과일 토핑 추가가 가능해서 맛이 궁금한 두리안을 추가했는데 두리안도 불호였다.

달랏의 시내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케이블카를 타면 고지대의 중턱으로 내려올 수 있다. 시내를 위에서 바라보며 내려오면 그 중턱에는 죽림선원이 있다.

죽림선원은 여러 꽃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다. 사원에서 실제 승려들이 지내는 곳은 출입이 금지된 것 같았고, 관광객들도 대부분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예쁘게 꾸며진 사원을 방문하는 듯 했다. 절을 할 수 있는 곳도 한 군데 있기는 했다.

그 다음에는 다딴라 폭포로 갔다. 사실 죽림선원은 다딴라 폭포로 가는 길에 있어서 잠깐 들렀을 뿐이었다. 근데 시내가 아니라 그런지 그랩 바이크가 없었고 30분 정도 되는 길을 걸어가야 했다. 가뜩이나 더운데, 가는 길도 평지가 아니라 힘들었다. 중간에 알았는데 그랩 바이크는 없어도 그랩 카는 있었고, 돌아올 때는 그랩을 타고 왔다. 어쩐지 걸어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더라.

다딴라 폭포는 조금 더 아래에 위치하고, 내려가기 위해 이번에는 알파인코스터(루지)를 탄다. 도착했을 때는 줄이 있었는데 기다릴만큼 재미있다. 베트남 여행 중 제일 재미있었다. 올라올 때는 별 거 없고 내려갈 때가 확실히 스릴 있고 재밌다.

폭포도 꽤 볼만하다. 웅장하다기보다는 조금 큰 계곡 느낌이다. 그래서 물줄기를 가까운 거리까지 가서 볼 수도 있다. 물줄기 두 개가 내려오면서 하나로 합쳐진다. 아무래도 알파인코스터가 너무 재밌어서 폭포는 뒷전이 되는 감이 있다.

폭포에서 서양인 분의 도움을 받아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앞에서 쩔쩔매고 있으니까 가까이 와서 찍어주셨다.

케이블카는 11:30 ~ 13:00 까지 점심 시간이라 운영을 안 한다. 케이블카 역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조금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다시 달랏 시내로 돌아갔다.

점심으로는 넴느엉(Nem Nướng)을 먹었다. 라이스 페이퍼에 여러 가지 채소랑 고기, 튀김을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건데 상당히 맛있었다. 여기서 고기는 돼지 고기를 다져 구운 거고 튀김은 안에 얇은 만두피 같은게 말려서 튀겨져 있었다. 개별로는 그저 그런 맛일지라도 조합해서 소스가 얹어지니까 정말 맛있었다. 가게는 Quán Nem Nướng Cô Thu 였고, 운영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친절하셨다.

오후 일정은 메린 커피 농장이었다.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서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터미널 같은 곳이 있고 거기서 Phi Liêng으로 가는 민트색 버스를 타면 된다는 블로그를 봤다. 도착했을 때 마침 그 버스가 있었고 '메린 커피 팜'이라고 말하니까 타라는 제스쳐를 했다. 요금은 바로 걷지 않고 버스가 꽤 이동하면 승무원 한 분이 목적지를 묻고 그에 따라 요금을 받는다. 근데 이게 버스이면서도 짐도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가는 중간에 어떤 정류장에서는 사람이 안타고 목적지가 쓰인 종이 상자에 요금이 묶여 있는 걸 싣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버스를 타서는 졸았는데 기사님부터 승무원분까지 도착했다고 깨워주셨다. 내리면 바로 앞에 메린 커피 농장이 있다. 졸다가 정신 없이 내려서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 관광객들이 꽤 많이 오는지 카운터가 여러 개 있고 영어도 잘 하신다. 티켓은 두 종류로 커피만 먹을건지 커피도 먹고 농장에도 가까이 내려가볼 건지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메린 커피 농장은 족제비 똥 원두로 만든 위즐커피가 유명한데, 후자를 선택하면 커피 나무들 뿐만 아니라 족제비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물론 족제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야행성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에 갇힌 족제비들은 다들 힘이 없어 보인다.

여유 있게 있다가 막차에 대한 개념이 불현듯 떠올랐다. 결국 막차가 언젠지는 모르지만, 직원 분한테 달랏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대해 물어보자 말은 잘 안 통해도 어디서 타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게다가 버스가 바로 오지 않으니까 한 곳에 잠깐 앉아서 기다리라 하시고 도로가 멀리까지 보이는 곳에서 버스가 오는지 봐주셨다. 그동안에 잊을 뻔 했던 선물용 원두를 살 수 있었다. 계산이 끝날 때쯤엔 또다른 직원 분이 버스가 왔다고 전해주셨다. 여러모로 정겨운 곳이었다.

저녁은 숙소 옆에 있는 바베큐 가게에 갔다. 사람이 많길래 로컬 맛집인 것 같아서 갔는데 소통이 잘 안돼서 애를 먹었다. 결국 어떤 메뉴를 시켰는데 제대로 먹지 못했다. 가게가 전부 뚫려 있어서 숯에다 연기를 피우며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적당한 메뉴를 시키지 못해 아쉬웠다. 옆 테이블에 있는 아기가 내가 신기한지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보는게 귀여웠다.

밤에는 람비엔 광장에 갔다. 광장에서 카트 비슷한걸 타면서 노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야식을 먹었다. 메뉴는 연유두유랑 꼬치. 지금 생각하면 더 많이 먹지 않아 아쉬움이 남지만 마지막 밤은 그렇게 마무리했다.

4월 1일 (토)

달랏 to 인천

체크아웃하면서 숙소 측의 공항 샌딩 서비스를 예약했다. 클룩보다 조금 더 저렴했고 만족스러웠다. 17시 비행기라서 14시 정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호텔에서 보내기엔 아쉬워 호텔에 짐을 맡기고 움직였다.

아침은 Bánh căn Cây Bơ에서 반깐(Bánh Căn)을 먹었다. 맛이 좋다기보다는 식감이 말랑해서 부드럽게 아침으로 먹기 제격이었다.

Bánh căn Cây Bơ에서 베트남어로 쓰인 메뉴판을 계속 보면서 주문을 못하고 있자, 옆 테이블의 스위스-베트남 듀오가 영어 메뉴판을 건네줬었다. 조금 뒤에는 내 테이블에 없던 젓가락 통도 챙겨줬다.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객과 친해지는 경험을 아주 미약하게 찍먹한 느낌이었다.

그 후엔 크레이지 하우스로 향했다. 이름처럼 이상하게 생긴 집이다. 구조부터 외관까지 독특하다 못해 기괴한 인상을 준다. 실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는 곳인데 느낌은 전시회를 간 것 같았고 사진 찍으며 구경하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점심은 크레이지 하우스 근처에 괜찮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려 했는데, 현금이 없어서 ATM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달랏 시내에는 VPBank ATM이 검색해보면 하나 밖에 없다..

현금을 인출하고 점심은 대충 야시장(낮)에 가서 반짱능을 먹었다. 지난 번에는 2만동에 사 먹었는데 이번엔 2만 5천동을 받았다. 그 후엔 진짜 마지막 일정으로 고!달랏을 구경하러 갔다. 랑비엔 광장에 있는 쇼핑몰인데 그 안에 있는 마트를 구경했다.

특히 관심이 있었던 건 망고리치랑 달랏 우유, 아치 커피였다. 하지만 망고리치는 직원 분한테 여쭤보니 없다 그러고, 아치 커피는 사고 싶은 코코넛 커피가 없었다. 우유는 있긴 했는데 팩이라 먹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보여서 결국 빈 손으로 나왔다.

그랩 타고 숙소로 돌아갈라니까 그 앞에 그랩 라이더인 것 같은 사람이 호객을 했다. 숙소 위치를 보여주니까 3만동을 부르는데 그냥 귀찮아서 오케이하고 타고 갔다. 나중에 찍어보니까 1만6천동 정도였다. 어쩐지 씌워주는 헬멧에 'Grab' 마크가 안 써있는 이유가 있었다.

공항으로 가기 전에 호텔에서 조금 쉬기로 했다. 호텔 로비에 앉아서 근처 작은 슈퍼에서 산 달랏 우유를 마셔봤는데 설탕이 들어갔는지 맛이 벤딩 밀크 같았다. 원래 흰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우유 비린내도 안 나고 맛있었다. 복권도 하나 사봤는데 다행히 당첨은 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하노이 공항을 거쳐 왔다. 밤 비행기를 타야해서 공항에 있는 송홍 비즈니스 라운지를 예약해 이용했다. 밥도 먹고 샤워도 할 수 있었다. 술도 있지만 먹지는 않았다.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에 타기 전에 면세점에서 아치 커피도 샀다.

비행기로 4시간 정도 날아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5시 반쯤이었던 것 같다.

다녀와서..

생각보다 정이 느껴진 여행이었다. 다른 여행객들의 도움을 받은 일도 있었고, 특히 현지인 분들과의 크고 작은 접점에서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물론 돈 쓰러 온 외국인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식당에 가면 흐뭇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고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조금만 사도 엄청 좋아하시는 모습들이 기억난다. 외국인이 '깜 언'이나 '까이 나이' 같이 간단한 베트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기특하게 보면서 좋아하는건 한국이랑 비슷하다.

아무래도 지저분하기는 하다. 특히 달랏은 길에서 냄새도 꽤 나고 날벌레는 적은데 기어다니는 벌레나 쥐가 좀 많다. 도시인 호치민은 비교적 덜 하긴 해도 완전히 없지만은 또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일본 여행보다는 비교적 넉넉했는지 아쉬움보단 만족감이 더 남는 여행이었다.
갔다와서는 피곤했는지 하루종일 기운 없이 잠만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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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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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3일

ㅠㅠ 다음에는 피곤해도 기운 없이 잠만 자지말고 화이팅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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