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제일 중요하지?

minos·2021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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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저지르듯 시작했다. 2주쯤 됐다. AI, AI, AI.

파이썬 기본 문법을 배웠고, 판다스와 간단한 머신러닝 응용까지 해봤다. 한 마디로, 아무것도 안했다는 뜻이다. 비전공자로서 컴공과에 비해 코딩실력이 모자라니 열등감이 생겨 그 부분을 메우려고 코딩테스트를 연습하거나 따로 관심있는 자료구조 강의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은 초보자에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책 두권을 떼고 여기저기 기웃댄 끝에 뭐가 제일 중요한지 이제서야 알게 돼서 이런 뻘글을 싸지를 수 있게 되었다. 이걸 혼자 잘 알아내었으니 박사과정 한 보람이 있다고 해야하는지, 느려빠진걸 보면 공부 헛 했다고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알아내서 기쁘다. 지금은 그렇다.

AI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너무 흔한 얘기다. #으로 생략해도 될 만큼 흔한 동기부여다. 돈. 돈 벌려고 시작한 공부다. AI가 워낙 핫하고, 이쪽 개발자로 높은 단계로 올라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이쪽을 모르면 어느 분야로 가더라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잠깐 공무원 준비를 했지만, 늘 의문이었다. 틀에 박혀서 하는 단순한 직업의 철밥통이 얼마나 갈까. 내 개인적인 능력 발전은 이룰 수 있을까. 예전에 하던 물리학을 기반으로 직장을 잡더라도 앞이 깜깜했다. 노력에 비한 보상이 적은데다, 동료들이나 알아주지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니까. 그래서 돈 많이 받는 공부를 찾았다. 그게 이 분야였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분야 공부는 무엇이든 공부하는 의미가 크다. 방향만 잘 잡으면, 어려운 일을 해내면 보상은 확실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려울수록 웃을 수 있다. 이게 다 돈이야, 그렇게 되뇌이며 책을 읽고 코딩을 본다. 어려운 문제나 개념을 보면, 여기서 떨어져 나간 애들보단 몇 원이라도 더 벌겠구만, 하면서 실실 쪼개면서 본다. 돈미새란 이런 것이겠지.

같은 맥락에서 강사님께 직접 돈 잘벌려면 어느 공부를 잘 해야하는지 집요하게 물어본 끝에, 남들은 하기 어렵고 해내면 보상이 큰,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냈다. 통계였다. 그런 결론을 내린 또 다른 큰 계기는 한 자연어 처리 관련된 기술 블로그였다. 원핫벡터, 스파스 매트릭스 관련하여 검색하다 보니 본 포스팅이었는데, 딱 보기만 해도 통계구나. 전부 통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바로 수리통계학 교과서를 구했다. 설카포 연대 고대 통계학과 커리큘럼을 대충 찾아보니 수리통계학이 꽃이고 학부의 수리통계학 정도는 바로 공부할 수준 정도는 될 거 같아서 과감하게 또 저질렀다.

잘 했다 싶었다. 오늘 이 짧은 동영상을 보고 더 그렇게 됐다.

결국 통계의 다른 이름이 머신러닝이고, 그 다른이름이 AI인 수준이라, 근본은 통계더라. 그런 이야기에 조금 안도했다. 통계학을 우습게 보는 건 아니지만, 아프켄의 가호가 나와 함께한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수학을 좋아한다. 해석학, 집합론, 선형대수학은 수학과 전공과목을 들었다. 그냥 재밌어 보여서 수강했다. 통계도 못할 이유가 없다. 학부시절에는 구미가 안 당겨서 성적이 잘 안 나왔다만. 지금 정도의 돈미새 정신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다.

잘 찾아냈다. 두 번째로 알아낸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목표로 할 지향점이었는데, 백엔드였다. 괜히 열등감에 절어 코딩테스트에 몰두하지 말고, 혹은 머신러닝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백엔드 공부를 중점적으로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파이썬이 익숙하긴 한데, 자바와 자바스크립트를 따로 배우기로 결심했다. 백엔드에 초점을 맞춘 계기는 이러했다. 강의 중에 자꾸 강사님이 여러분이 취업하시면 대부분 데이터가 없거나 형편없을거라 하는 부분에서 필요성을 느꼈던 부분인데, 딱 비슷한 얘길 하는 사람이 있었다. 덕분에 방향성을 잘 잡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코딩테스트, 이런거 퀴즈풀이처럼 재밌으니까 계속 하긴 할건데, 그게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니까...

새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저지르며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가 제일 중요한지도 모르고 일단 발부터 뻗고 시작했으니 ㅋㅋ. 그렇더라도, 한심해 보이더라도 이렇게 사는 방식도 맘에 든다. 어쨌든 근본이 되는 뿌리와, 가장 선두에서 필요한 지향점을 알아냈으니까. 기쁘다. 어중간하게 재고 알아보고 망설이다보면 엄두가 안 나 시작도 못 했겠지.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해도 지금처럼 혼자서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다는 데에서 꽤나 마음이 놓인다.

그동안 너무 신중하게 살아왔다. 일단 저지르고, 배우고, 실전으로 씨름하면서 배워보자. 아무래도 실무에 목적을 갖고 하다보니 현업에 필요하다는 언어나 기술 하나씩 수집하면서 가리지 않고 배우게 된다. 이 방식도 꽤 재밌다. 일단 말 위에 타고, 달리는 말 위에서 수습하기. 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다. 블로그가 나중에 몇개월간 방치된 폐가처럼 될지언정 일단 시작하고 보는거지 뭐.

큰 그림은 다 그렸다! 만족한다.
좋은 시작이다.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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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중. 응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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