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자 그리고 슬램덩크

go·2023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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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몇 달 전 '어떤 개발자가 살아남는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최근에 공개되고 있는 chatGPT, Generative AI 모델들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 프로그래머의 역할 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책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답은 '인문학에 있다.'라고 저자는 답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뜬구름 잡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읽다 보니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그동안 해왔던 개발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책의 좋았던 몇 가지 부분을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인문학은 답을 제시해 주는 학문이 아닙니다. 기술은 답을 찾지만 인문학은 질문을 찾습니다. 이 책 어디에서도 당장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책을 읽다가 잠시 덮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본분을 다한 것입니다. p.2 들어기에 앞서

AI로 대체되는 일자리들

'약 2030년까지 프로그래머의 48%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옥스퍼드 대학이 2013년 공개한 <미래의 고용>이라는 연구결과를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프로그래머는 분석이나 설계업무를 하지 않는 단순한 코더를 의미한다고 하지만, 제 경우를 보아도 직장에서 엄청 창조적인 일들을 매일 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 결국 프로그래머의 대다수는 사라지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아래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는데 명세(Specification)가 정해져 있는 코딩을 AI가 못 할 이유는 없다. 답이 이미 정해진 것들은 AI가 더 잘 하게 될 것이다. 조합을 발견해 내고 논리적인 구조를 이끌어 내는 정형화된 경로에서 인간은 AI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아직 이 세계에는 정형화 되지 않은 수많은 경로가 훨씬 더 많다. p.14

정답이 이미 존재하는 것은 AI가 하고, 인간은 아직 답이 없는 일을 해야 하는데, 아직 정답이 없는 그 무엇을 찾는 일을 우리는 '창조'라고 하며, 창조를 위해선 기존에 없던 질문이 필요한데, 다른 질문을 위해선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 열쇠는 인문학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꽤 주목받고 있는 chatGPT를 사용해 보더라도 프롬프트를 통해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좋은 응답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미래에는 문제의 답을 빠르게 찾는 것보다 남들과 다른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창조의 세가지 경로: 탐색, 융합, 변혁

어떻게 남들과 다른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전에 책에서는 창조의 세가지 경로에 대해 설명합니다. 인지과학자 마거릿 보든이 이야기한 창조력의 3가지 탐색, 융합, 변혁입니다.

  1. 탐색

    • 탐색은 기존에 찾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해 내는 능력
    • 패턴이나 규칙을 무한대로 반복하면서 계산에 계산을 거듭해 최적의 해를 구하는 것
    • 기존 규칙을 따르면서 수많은 탐색을 통해 범위를 확장하여 가장자리에 숨어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
    • 대표적 사례 => 알파고
  2. 융합

    • 한 세계와 다른 한 세계가 만나서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는 것
    • 최소한 현 시점에서 AI가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
    • 이렇게 저렇게 짜 맞춰보고, 여러 조합 중에서 새로운 것을 고르는 일
  3. 변혁

    •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것
    • 고전 물리학 → 상대성 이론의 현대 물리학으로 대체된 것

그러면서 저자는 3가지의 방법 중 우리가 가야 할 창조의 길은 융합의 의한 창조라고 이야기합니다. (극한 연산을 통한 탐색에 의한 창조는 AI에게 맡기고, 변혁적 창조는 천재들에게 맡기자.. 물론 융합적 사고도 쉬운 건 아니겠지만...😂) 융합적 창조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지식과 경험의 축적 그리고 끊임없는 사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AI는 최적의 해를 구할 뿐 사색이라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인간이 사색을 하기 위해서는 그전에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 데이터, 지식의 양이 임계치를 넘어섰을 때 -> 창조성으로 연결된다고 전하며, 초년 개발자의 경험을 예로 듭니다.

  • 초년 개발자 시절에는 본인이 쌓아야 할 지식과 경험의 임계치를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 모르면 볼 수도 없고, 깊이 들어가기 전까진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기 때문에
  • 하지만 개발 실력이 성장 할 수록 지식과 경험의 임계치가 높아지고
  • 어느 순간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 였음을 자각하는 순간이 온다.
  • 우물 안의 개구리임을 깨닫고 나서야 우물 밖의 세상을 볼 수 있는데
  • 우물 밖을 본다는 것 -> 프레임 바깥을 본다는 것 -> 통찰력
  • 우물 밖을 본다는 것은 설정된 임계치를 돌파 한다는 것이고 그 비결은 양을 늘리는 방법 외엔 없다.


위 초보 개발자의 예를 읽다 보니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농구 초보자이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강백호는 같은 팀의 어릴 적부터 농구를 해 온 서태웅을 만만하게 보고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합숙기간 동안 2만 개의 점프 슛 훈련 후 서태웅의 점프슛을 보았을 때, 그전까진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강백호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서태웅의 점프 슛이 굉장하다고 느끼고 자신과의 격차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위 글에 따르면 저 상황이 강백호가 조금이나마 우물 밖을 보게 되는 순간이고, 임계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물론 더 많은 연습량 밖에는 없겠죠.

하지만 단순히 기술에 대한 공부량만을 늘려선 안되고 인문학적 지식과 경험을 채워야 한다고 하는데요.😑 다음 글에서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와 창조의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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