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개발자가 되기로 했다.

NOA NAM·2021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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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일로 연명하던 나날 중에서도 언어학으로, 그러니까 AI에게 언어를 학습시키는 일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에 번역가로서 참여하던 막바지 언젠가, 갑자기 내가 하는 이 작업의 시작과 연결과 원리 같은 것들이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해봤자 여느 비상한 사람들 처럼 머릿속에서 무언가 일어난 것은 아니고, 그저 "뭘까?" 하고 허공에 물음표만 날리면서 방바닥에 누워있었던 것이다.

그때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고, 꽤나 가까운 컴공과 지인에게 그리고 1년도 더 전에 같은 공간에서 일하던 개발자 지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개발자 지인은 처음 같은 공간에서 일하기 시작하던 그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개발 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꾸준히 권유해왔다. 게다가 내 아버지는 80년대에 책으로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드시곤 했고, 70대가 가까운 지금까지도 컴퓨터 언어를 친숙하게 느끼신다. 그래서 나는 내 의문과 흥미가 한껏 고조된 이때 개발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컴퓨터 언어라고는 5년 전에 잠시 배운 HTML, CSS, JavaScript, JQuery가 전부였고, 이 언어들 마저도 장기기억에서 거의 사라졌다. 아니 "거의"도 빼는 것이 좋겠다. 5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표백제로 빨아버린 듯이 깨끗하게 사라질 수 있을까? 컴퓨터 언어도 언어라서 그런지 쓰지 않으니 금방 잊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어느정도 불안한 마음이 있었고 물론 이 불안감에는 나이에 대한 것도 있다. 하지만 컴공과 지인과 현직 개발자 지인들이 여러 사례들로 용기를 주었고, 나는 지인의 추천으로 찾은 어느 국비 지원 학원에 등록해 교육을 받는 중이다. 약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 생각보다 즐겁고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문제해결의 즐거움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꾸준히 해나가려 한다.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쓸 때 개발자가 된 후에 쓰던데, 용기를 얻은 김에, 그리고 다짐을 활자로 옮기며 한 번 더 스스로 용기를 얻기 위해 이곳에다 쓰게 되었다.(velog가 좋다는 전공자 지인의 말도 한 몫 했다.)
짧게, 불규칙적으로 이곳에 과정들을 기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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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하던 문과 인간의 개발자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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