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한 개인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대로는 취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개발을 못하는 문과생이었고, 내가 지원했던 회사들은 쌩신입 기획자를 별로 원하지 않았다. 취준을 하면서 스스로 쌩신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끝내주는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트캠프에 지원하기 전 쌓았던 경력들은 다음과 같다.
멀쩡히 스타트업에 잘 다니다, 이대로는 모든 경력이 물경력이 되고 회사에 이용만 당할 것 같아 당찬 포부를 안고 퇴사했지만... 인턴으로 입사해서 정규직이 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보통 도메인이 없는 신입 기획자란 능력이 이도저도 썩 뛰어나지 않은, 그리고 같이 일하려면 누군가 붙어서 일을 가르치면서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에 두 번이나 실패하고 나서야 이 당연한 이치를 깨달았다. (많은 회사들이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신입은 잘 뽑지 않는다.)
그래서 직무 전환을 하기로 결심했고, 이왕 직무 전환을 하는 김에 데이터 직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기획자로서 일하면서 서비스 기획에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깨달을 기회가 많았지만, 정제되지 않은 형태의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엑셀 파일로 잘 다듬어진 데이터 말고도, 날것의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 내가 직접 분석해보고 판단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혹은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만드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네. 해볼만 합니다.
나는 경영대를 졸업했고 4년을 다니면서 수학이라고는 '경영통계'밖에 들은 적이 없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 행렬도 안 배웠다) 하필 통계나 선형대수학 같은 수학이 필요한 데이터 분야에 발을 들일 줄은 졸업하고 나서야 알았다. 처음 벡터를 배울 때는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참고 듣다 보니 그냥 들을만 하다. 통계나 머신러닝, 딥러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유튜브에 잘 설명된 영상도 꽤 많고, 코딩만 조금 할 줄 알면 머신러닝 모델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Statquest: A Gentle Introduction to Machine Learning
StatQuest 선생님이 없었다면 진작에 때려쳤을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이 저의 데이터 커리어를 살렸습니다
아직까지 부트캠프에서는 주로 Python을 썼고, 앞으로는 SQL도 배울 예정이다.
언젠가 컴공과 학생들과 함께 C언어로 자료구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C언어를 두 달 독학했던 나는 코딩에 소질이 없는 줄 알고 매일 울며 겨자먹기로 과제를 제출해서 비쁠을 받았다. 그 때 얼레벌레 배웠던 것들이 파이썬을 배우면서 꽤 도움이 됐다. 점프 투 파이썬 교재를 한 번 훑고 부트캠프를 시작했는데 이거라도 안 했으면 큰일났겠다 싶었다. (어쩐지 부트캠프 지원할 때 파이썬 문제를 풀라고 내주더라)
조코딩님의 점프투 파이썬 강의 (2022 ver.)
→ 그냥 교재만 보는 것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된다.
처음에 판다스(데이터분석 라이브러리)부터 배우기 시작할 때는 영어로 된 공식문서 보는 것도 너무 힘들고 읽어도 이해가 잘 안 가고 했는데, 이제는 블로그 글보다 공식문서 보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다. 뭐든 하다 보면 되긴 하나보다.
아직까지 코딩을 너무 못해서 자괴감이 든 적은 별로 없다. 물론 그걸 못해서 자괴감이 들 정도로 어려운 내용을 배우지도 않았다.. 차라리 자료구조 배울 때 하던 게 훨씬 어려웠다. 여러분은 C언어로 linked list 구현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3년 전에 포기했습니다.
엑셀로 표 데이터를 열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행 갯수가 너무 많으면 컴퓨터가 조금씩 버벅대기 시작한다. 원하는 데이터만 한 눈에 보기도 불편하다.
파이썬을 조금만 할 줄 알면 원하는 항목에 대해 해당되는 값들만 뽑아서 볼 수 있다. 만 명의 사람 중 30대이고 남자이며 이번 달에 커피를 10번 이상 사먹은 사람만 뽑아서 볼 수 있다. 막대 그래프도 그릴 수 있고 파이 차트도 그릴 수 있다. 더 이상 파워포인트에서 끙끙거리며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의 데이터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무언가를 예측하는 모델도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내일 날씨가 어떨지도 머신러닝을 통해서 예측해볼 수 있다. (물론 아직 시계열 데이터를 다루는 법은 본격적으로 배우지 않았다) 데이터만 있으면 이 사람이 암에 걸렸는지 아닌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예측은 해볼 수 있다. 실제로 모델 성능이 잘 나오는지 아닌지는 어떤 모델을 썼는지, 어떤 데이터를 썼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뭐든 하면 할 수 있는 것 같다!
부트캠프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이걸 듣는 게 맞나?'라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었다. 듣기 시작한 이후로 주된 고민은 실제로 어떻게 공부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찾고, 이 공부를 해서 결국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되었다.
물론.. 처음 하는 일은 잡다한 생각 말고 그냥 해보자! 마인드가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참고하실 점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전액 국비지원으로 코드스테이츠 AI 부트캠프를 두 달간 수강하고 썼습니다. 수강하면서 후기를 쓰라고 권유나 강요를 받은 적은 없으며,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고자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