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 Eat - 02. 깡돼후

LSA·2022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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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의 추억

깡돼후는, 정확히는 식당 이름이지만 그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지난 2월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부모님은 적당히 '관광지'라고 할 법한 곳들을 방문하길 원했고 반면 나는 그 '관광지'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곳들을 굉장히 싫어했다.

부모님의 여행 목적은 말 그대로 관광이였고, 나의 여행 목적은 새로운 음식과 맛집을 개척하는 탐험이었으므로.. 우리 사이에 적절한 합의가 필요했다.
자식된 도리(?)로 여행 스케줄과 경로를 모조리 떠맡게 되었다.
적당히 부모님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사람 안 몰리는 곳을 찾기란 꽤나 어려웠다. 하지만 인터넷의 도움으로 찾았던 곳들은

  1. 깡통시장,자갈치 시장
  2. 온천장역
  3.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4. 기장군 아홉산숲

이 4군데이다.
마침 친구가 온천장역에 살아서 근처에서 제법 괜찮은 가족탕이 구비된 호텔을 예약해 온천장역의 녹천온천호텔을 베이스 캠프로 삼았다.
부산에서 처음 밀면을 접하고 냉면과는 또 다른 밀면의 매력을 알아버린 나에게 부산에서 밀면먹기는 희망이 아닌 필수 사항이었고, 이 역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역 근처 돼지갈비와 밀면 맛집에서 소원성취를 하였다.

어쨌든 부산에 왔으니 해운대는 한번 더 보여드려도 되겠다 싶어서 블루라인파크를 선택했다.
사실 나의 목적은 유명한 대구탕집에서 부모님께 대구탕을 먹이려는 계획.생선탕을 지독히 싫어하는 나라도 대구탕의 개운한 국물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맛이었다.
블루라인 파크는 미포에서 송정까지 다다르는 코스를 열차 및 스카이캡슐을 이용해 편하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관광명소이다.유명한 곳인 만큼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했지만, 그나마 평일에 여행을 온거라 그렇게 사람에 치이진 않았다.

미포에서 청사포까지는 스카이캡슐을 타고 갔다. 스카이캡슐을 타면 30분동안 공중에서 세상과 단절된 느낌으로 조용하게 경치만 감상하면 되는데, 사실 레일이 움직이는 소리가 커서 조용함과는 거리가 멀다. 햇살 비치는 바다색이 예쁘니 오전시간에 탑승하는 것을 추천.

청량한 바다 색이 사진에 잘 담기지 않아 아쉬울 정도

소나무와 바다 조합은 언제나 최고
이후 도보로 송정까지 걸어갔다가 해변열차를 타고 다시 미포로 돌아왔다. 풍경이 아름다워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바닥이 통유리로 되어 바다 아래쪽이 그대로 보이는 다릿돌 전망대도 인상적이었다.

오후에는 깡통시장으로 향했다. 해운대에서 중구까지 이동해야했으므로 꽤 긴 경로. 차를 가지고 와서 그나마 덜 걸렸다.
깡통시장은 국제시장과 근접한 곳에 있으며 시장답게 먹거리로 유명하다.
물론 나의 목적은 시장풍경 다 관심없고, 깡돼후 하나를 먹기 위한 것이었다.

깡통시장 돼지 후라이드, 이름하야 깡돼후
돼지갈비를 후라이드처럼 튀겨낸 음식이다. 우리 가족은 깡통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하려던 것이 아니라 스낵 같은 느낌으로 소량씩 여러 음식을 먹어보기로 해서 제일 작은 소자 깡돼후를 시켰다.
처음 먹어본 깡돼후는, 부산에서 먹었던 음식들의 맛을 다 제낄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맛이다. 한마디로 컬쳐 쇼크다.

깡돼후 어택을 받은 나의 심정

깡돼후는 돼지갈비의 기름지고 쫄깃한 식감과, 후라이드 치킨의 약간 매콤짭짤한 풍미를 동시에 보유한 음식이다.애초에 나는 치킨도 튀김옷 맛으로 먹는 사람이기 때문에 돼지갈비와 후라이드 튀김옷의 조합이 이상하지 않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튀기긴 어찌나 잘 튀겨주셨는지, 입안을 데여가며 깡돼후 한 조각을 베어무는 그 순간은 지금 기억해도 생생하다. 겉바속촉의 진수이다.
물론 치킨 살처럼 결결이 뜯어지는 비주얼은 연출할 수 없다. 하지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나오고, 갈비 역시 이로도 잘 끊기는 육질이기 때문에 오히려 순살치킨보다 더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돼지고기를 잘 익히면 연한 핑크빛을 띤다. 이 깡돼후 역시 그렇다.
사람이 없을 시간인 오후 4시 경, 우리는 '이거 진짜 맛있다' 라는 말만 뱉으며 즐겁게 깡돼후를 먹어치웠다.

돼지고기로 에너지를 채운 다음, 자갈치시장을 돌아다니며 부모님은 선물거리와 횟감을 찾아 나섰다. 수산시장에서 사는 회의 묘미는 역시 즉석 해체쇼다.
개인적으로 수산시장은 물비린내와 생선 비린내,생선의 시체 찌꺼기들도 있어 내가 별로 좋아하는 장소가 아니지만 가장 억세고 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하나같이 장사 수완도 끝내주심)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코스인 아홉산숲을 들렀다. 아침으로 깔끔하게 복국도 먹어주었다.(부모님 말로는 복국보다 대구탕이 더 맛있다고 하신다. 고기는 복어가 맛있는데..)

아홉산숲은 남평 문씨 집안에서 대대로 가꾸어온 생태 환경이다.
대나무와 금강송, 편백나무들이 구역마다 있으며 공공 관광지가 아닌 민간 사유지이므로 인당 5000원씩 관람료를 받는다.(숲의 관리상태와 규모에 비하면 비싼 가격은 아니다)
특히 대나무숲이 유명해,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쓰인 듯 하다.
우리 가족 역시 사람없는 아침에 들러 초록 잎에 둘러싸인 채 숲냄새를 만끽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 제일 마음에 들어하셨던 관광지.
결국 나처럼 사람 없는곳을 제일 좋아했던 거임
또한 전통 가옥에서 실제로 사람이 지내고 있어, 한옥의 자태를 구경할수 있는 듯 하다.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어 가까이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 키우는 토끼들을 만났다.
살이 토실토실 오른게 귀엽다.

그리고 숲을 내려와 바로 앞의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에서 당충전의 시간도 가졌다. 부모님께 흑임자 크로플이라는 신문명을 접하게 해주었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만큼 좋은 것도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은 여행이었다. 다녀온지 3달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많다는게 신기하다.
역시 여행에서 잘 먹어야 기억에 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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